[발언문] '채식급식시민연대' 에서 학교 내 채식선택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_오현화활동가
'채식급식시민연대'에서 학교 내 채식선택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
오현화활동가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에서 7년 가까이 살다가 1년 반 전 귀국한 세 아이 엄마입니다. 귀국 당시 큰애는 김나지움 6학년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점심급식이 무상급식이 아닙니다. 아이의 학교 급식 메뉴는 재료 수급을 위해 전 날까지 선택 주문을 하여 선결제를 해야하는 구조였습니다. 메뉴는 매일 일반, 채식, 파스타, 샐러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중 파스타는 취향에 따라 볼로네즈와 비건식 토마토 소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일주일 식단 중 보통 채식 1회, 파스타 1회, 샐러드 1회를 선택했습니다. 그 학교에는 완전 비건식부터 이렇게 선택해서 채식을 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모두가 동일한 매뉴를 먹어야 한다는 것보다 매끼 급식 메뉴에 고기가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아이들은 매번 육식을 해야만 했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을 때 먹을 수 있는 반찬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독일의 급식이 늘 훌륭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매 끼 육식을 강요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규모가 작은 초등학교의 경우는 이렇게 선택해서 식사를 할 수 없기에, 충분한 양의 신선한 샐러드와 채식을 하는 아이들을 위한 식단을 부모들은 요구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체육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닌 유치원은 매주 금요일 부모들이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했는데 그 반에 단 1명 있는 이슬람계 아이를 위해 돼지고기가 들어간 햄 대신 대체육을 준비했습니다. 입학할 때 식이알레르기를 조사하여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이 나올 때에는 대체식을 준비해주었습니다. 어쩌면 저희 아이들이 다닌 학교가 유독 소수자를 배려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 주변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배우게 되는 것이었구요. 지금 우리나라의 학교는 어떠한가요?
올해부터 군대에도 채식과 이슬람식단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학교 급식이 군대 급식보다 못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급식도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보다 훨씬 선진적으로 무상급식이 도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만약 교육이라면 매끼 육식만을 먹어야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요? 소수자 배려가 전혀 없는 급식이 과연 교육적일까요? 이제라도 채식 급식 연대와 함께 하게 된 것에 부모로서 환영과 감사를 전하며 채식 뿐 아니라 학교 내 모든 급식 소외자들과도 연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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