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용혜인의 아직은 '특별한' 출근... '평범한' 출근이 되려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생후 59일 된 아들을 안은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5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출근길이 화제가 됐습니다. 생후 59일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사실상 '노키즈존(어린이 출입 금지 구역)' 국회로 동반출근했기 때문입니다.

용 의원은 5월 출산 후 출산 휴가를 보내거나 재택 근무를 하다가 이날 국회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그는 이날 아들과 함께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예방했습니다. 대화 도중 김 부의장이 아이를 받아 안는 풍경도 연출됐죠.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출산 후 출근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만나 용 의원의 아이를 안은 채 애착인형을 선물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용 의원은 예방 후 국회 소통관에서 아들과 함께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그는 "김 부의장에게 제가 대표 발의한 '아이 동반법'의 조속한 상정과 처리를 부탁드렸다"고 밝혔습니다.

아이 동반법은 국회법 개정안의 다른 이름으로, '정기적인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의 자녀도 국회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임기 중 출산하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인 것이죠.

 

 

19대 장하나 이후 '국회의원의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떠올라

2016년 5월 장하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 의원은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의원입니다. 앞서 19대 때 장하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 20대 신보라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이 있었죠.

장 전 의원은 의원 임기를 마친 후 한 언론사 기고글을 통해 "넉넉한 코트 안에 만삭의 몸을 숨기고 다녔다"고 고백했습니다. 장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는데요.

당시에도 청년은 '정치적 약자'였기에, 장 전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는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제도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젊은 여성을 뽑아 놓으니까 애 낳고 일 쉬는 거 아니냐. 청년비례 제도 문제 있다'는 식의 불만이 제기될까 봐, 자신 때문에 청년 비례대표가 없어질까 봐 두려웠다"고 회고했습니다.

장 의원 역시 '애 낳으면 애국자'라는 구호 뒤에 은폐된, '임신하면 민폐'라는 현실의 시선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장 의원은 출산 후 엄마들이 육아휴직을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주의 허락이나 고용노동부의 개입 없이도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요. 안타깝게도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법안은 폐기됐습니다.

 

 

20대 신보라, '일과 가정의 양립 쟁취 위한 투쟁' 벌여

2018년 9월 출산을 사흘 앞둔 신보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대 국회 신보라 전 의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입니다. 먼저 ①출산 예정일이었던 2018년 9월 13일부터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최소 휴가 기간인 45일 동안 청가(請暇)를 내고 자체 출산 휴가에 '도전'합니다.

청가는 의원이 국회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사유와 기간을 기재한 뒤 의장에게 제출해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는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0일도 검토했으나 45일 쉬는 것도 못마땅하게 보는 분들도 있다"고 털어놨죠.

신 전 의원은 출산 전 ②'국회의원에게 최대 90일의 출산 전후 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합니다. 현행 국회법으로는 임신·출산을 이유로 청가(請暇)가 가능한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용 의원의 '아이 동반법'과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했죠. 그러나 두 법안 모두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신 전 의원은 ③2019년에 본회의장에 아이를 데리고 출석하게 해달라고 문희상 국회의장의 허가도 요청합니다. 자신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제안 설명을 할 때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안고 단상에 오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문 의장은 당시 "신 의원이 발의한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 법안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본회의장 출입을 선제적으로 허가할 경우 다른 의원의 입법 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허 이유를 밝혔죠.

또 "국회의원들의 의안 심의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영아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의안 심의가 불가능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고 합니다.

 

 

국회는 '육아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 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생후 59일 된 아들과 함께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출산 후 첫 등원'을 해 로텐더홀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의원이 발의한 '24개월 이하 영아 회의장 동반 출입법'과 '국회의원 출산전후 휴가보장법'은 각각 용 의원과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에 의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됩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임기 도중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세 의원에 의해 국회에서도 비로소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가 가시화됐습니다. 21대 국회를 기점으로 국회는 '임신과 출산이 민폐가 아닌 일터''육아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요.

윤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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