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 차별금지법 제정, 이제 국회의 결단만 남았다 - 권은숙 활동가
차별금지법 제정, 이제 국회의 결단만 남았다
“우분투” 우리 같이 삽시다!
몇 달 전 <꿈의 학교> 웹자보를 보고 신청 차 전화 문의를 했었다. 아이가 발달장애 아동이라고 했더니 장애아동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죄송하다며 친절하게(?) 거절을 당했다.
<꿈의 학교> 모집 대상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미재학 청소년이라고 되어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장애아동은 장애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단 몇 군데 <꿈의 학교>만 입학이 가능하다. 입학을 문의하는 사람도 입학 상담을 하는 교사도 모두가 미안해 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그러다 보니 <꿈의학교>는 이제 더 이상 지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경기 꿈의 학교> 운영원리 중에 ‘학교 문턱이 없는 누구나 학교, 더불어 배우고 나누며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민주자치 학교’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비장애 아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장애아동은 입학이 불가능한, 그야말로 문턱 높은 ‘꿈의 학교’일 뿐이다.
특수학교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혐오시설이라고 기피하는 민원만을 고려한 탓이다. 모든 아동은 스스로 등하교가 가능한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장애아동은 차량을 이용하여 도심 밖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녀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장애인의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잘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일어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3D에 해당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이주민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지급 받았던 재난지원금을 대부분 받을 수 없었고, 성소수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남과 여로 구분된 공중화장실 이용조차 어렵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뉴스와는 다르게 노키즈존은 늘어만 가고,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어 달라는 양육자와 아동의 요구는 무시한 채 민원만을 걱정한다.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한 이유다.
차별금지법이란 성별, 성정체성, 장애, 인종, 외모, 나이 등과 같은 사회의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정당한 이유 없는 모든 종류의 차별과 혐오 표현들을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때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 권고로 발의가 되었다.
2008년 노회찬 의원 대표 발의, 2011년 권영길 의원 대표 발의, 2012년 김재연 의원 대표 발의안이 있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2013년 김한길 의원 대표 발의안, 최원식 의원 대표 발의안은 입법 철회, 2010년은 입법 포기되었다. 17대 국회부터 2013년 19대 국회까지 7번이나 입법이 시도되었으나 단 한 번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것이다.
2021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 하였고 뒤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2021년 6월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 인원이 마침내 10만 명을 달성하였다.
국회는 앞으로 다음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첫째, 국회의장이 청원 요지서를 작성해 상임위에 전달한다.
둘째, 상임위에는 청원심사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가 있다. 여기서 청원을 심사하고, 90일 이내에 국회의장에게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셋째, 청원 내용이 소위원회에서 채택되면 정부에 이송된다.
넷째, 채택되지 않으면, 의장은 그 사실을 청원인에게 알린다.(단, 7일 이내에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청원채택을 요청하면 정부에 이송된다)
다섯째, 정부는 청원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바로 국회에 보고한다.
하지만, 국회가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심사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차별금지법은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혐오인지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다수자가 누리는 일상생활을 소수자도 누릴 수 있도록 권리를 되찾게 해주는 법이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내 이웃이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보고 관심 가지고 연대해야 한다. 소수자는 그야말로 소수이기 때문에 다수자가 함께 소리를 내지 않으면 차별받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누구든 일정부분 소수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분투” 라는 아프리카 말이 있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다.’
“우분투” 우리 같이 삽시다.
*권은숙 조합원은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자 <부천시민연합> 회원,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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