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보호시설 아동, 외출·외박 제한에 취업 준비도 못해”…복지부 ‘코로나19 대응지침’에 손발 묶인 아이들

“보호시설 아동, 외출·외박 제한에 취업 준비도 못해”…복지부 ‘코로나19 대응지침’에 손발 묶인 아이들

조해람·김혜리·민서영 기자

2021.07.21 06:00 입력

 

“보호시설 아동, 외출·외박 제한에 취업 준비도 못해”…복지부 ‘코로나19 대응지침’에 손발 묶인 아이들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란 A씨(19)는 보호종료로 시설에서 나오는 만 18세가 되기 전 퇴소 이후의 삶을 알차게 준비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체험형 인턴십’에 참여했고, 주민센터를 방문해 자립에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준비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사회에서 의지할 수 있는 멘토도 만나 양자녀 관계까지 고려하던 차였다.

A씨의 평화로운 일상은 코로나19가 전국을 덮친 지난해 2월 한순간에 뒤집혔다. 외출·외박은 물론 대면면회까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고립된 A씨는 인턴십을 끝까지 수료하지 못했고 멘토와도 전화 통화로만 근근이 관계를 이어갔다. 보육교사 등 시설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모습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시설 아동의 이동과 면회가 제한된 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월21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코로나19 대응지침(2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지침은 지난해 2월 말 ‘2호’부터 올 7월 ‘8호’까지 개정되는 동안 시설 아동의 면회·외출·외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등교나 생계를 위한 출·퇴근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외출·외박을 허용했지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2.5단계를 유지해온 수도권은 대면 면회가 계속 금지됐다. 수도권의 거리 두기가 지난 12일 4단계로 올라간 이후로는 외출·외박·면회가 원칙적으로 통제된 상태다.

복지부의 이런 지침이 A씨처럼 아동보호시설에서 사는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공익변호사단체 ‘두루’,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등은 21일 “아동의 행복추구권과 행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아동복지시설 대응 지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권덕철 복지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진정서에는 코로나19 대응지침으로 인한 시설보호 아동의 기본권 침해 실태를 전수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긴다.

 

문제를 제기한 단체들은 시설 아동의 외부 활동과 소통이 1년 넘게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을 받을 기회가 박탈됐다고 했다. 이들은 “시설 안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나 교류가 단절되고, 건강한 발달에 필요한 놀이나 외부활동도 제한됐다”고 밝혔다.

 

“보호시설 아동, 외출·외박 제한에 취업 준비도 못해”…복지부 ‘코로나19 대응지침’에 손발 묶인 아이들

복지부 지침은 아동이 원가정과 접촉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법은 시설에 분리된 아동에게도 원가정의 부모와 직접 만나거나 편지·전화로 소통할 수 있게 보장하는데, 대면면접 제한은 이같은 권리의 행사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를 보면 2016년~2020년 보호대상 아동의 87%는 부모 또는 연고자가 있다. 진정을 제기한 단체들은 “일부 아동은 면회나 외박이 취소되면서 부모가 자신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복지시설은 위기아동의 안전과 복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매년 약 4500~5000명의 보호대상 아동이 발생하는데, 이들 중 절반 넘는 54.5%가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복지부 지침으로 기본권을 침해받는 아동 규모가 2500명 안팎인 셈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에서 코로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 생각했지 아이들의 권리나 상황을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신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정서적 건강도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며 “아이들이 보호와 돌봄의 대상만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는 걸 무시하고 결정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참에 요양병원이나 장애인거주시설 등 다른 시설들의 기본권 침해 문제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루 소속 이한재 변호사는 “가장 취약한 소수자들이 시설에 갇히고, 이들에 대한 인권적 고려는 가장 뒤로 밀려났다. 모두 몰아 가둬두는 가장 편의적인 방식으로 외부와 차단하는 것”이라며 “소수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일상을 제약하는 정도가 과연 감염병 예방의 목적에 비례하는 것인지, 당국이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 단체들, 사단법인 두루 등은 인권위에 요양병원·장애인거주시설·아동보호시설 등의 코로나19 지침 제한 문제도 함께 진정할 계획이다.

김경미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입소하는 순간 자기결정권이 많이 침해된다. 인권 관점에서 ‘탈시설’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집단감염 문제가 드러난 이후 더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단순한 탈시설에 그치지 않고, 시설을 나온 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원도 촘촘하게 짜야 한다”고 했다.

 

▼기사원문보기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107210600001

 


🟣 정치하는엄마들 회원가입

 

 

검색창에 « 회원가입. org 또는 정치하마 회원가입 »


 

날짜
종료 날짜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