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서초구 불법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아동학대 사건…왜 공공은 제 역할을 못했나?
서초구 불법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아동학대 사건…왜 공공은 제 역할을 못했나?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문제로 바라본 아동보호체계의 공백’ 국회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은 달리 지칭할 명칭이 없어 ‘시설’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실상은 개인이 아이들을 데려다가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는 선의로 아이들을 보살피는 분들도 계셨지만 이제 모두 국가에 공식적으로 신고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으며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미신고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갈 데 없는 2세 미만의 영아를 데려다가 학대를 서슴지 않은 목사 일당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 아동보호체계의 공백이 무엇인지 꼼꼼히 찾아내고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김상희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병)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은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본청 220호에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문제로 바라본 아동보호체계의 공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유튜브 ‘김상희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5월 국제아동인권센터 등 시민단체의 고발로 드러난 서초구 생명의샘교회 아동학대 사건을 바탕으로 불법 미신고시설을 예방하고 관리하며, 아동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아동보호체계의 실태와 현황,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관련 기사: "서초구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은 아동학대 사각지대")
권인숙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대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서초구 사건에서도 나타났듯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은 부적절한 양육환경과 학대 등 아동 인권침해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국가의 관리·감독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미신고시설 설치 관련 규정은 1981년 개정 이후 40년간 벌금만 다소 상향됐을 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실태조사나 관리·점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공공 아동보호시스템이 있으나 여전히 아동이 미신고시설에 내맡겨지는 것은 현행 아동보호체계의 한계 때문”이라면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가정환경을 상실한 아동에 대한 보호가 국가책무라고 선언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토론회 통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모아 아동보호체계의 공백을 촘촘히 채우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보호대상아동을 보호할 책무는 ‘국가’에 있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이날 발제를 통해,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날 권리를 보장하고 양육과 보호의 위기상황에 놓인 아동을 보호할 책무는 ‘국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아동복지법상 ‘보호대상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신고시설에 내몰린 아동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호대상아동’이라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서초구 미신고 아동복지시설(A 시설) 사례의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짚었다. 강 변호사는‘사회복지시설 관리 안내’나 ‘아동분야 사업안내’ 등 미신고시설 관리 지침에 따르면, 각 지자체장은 관내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에 대해 수시로 실태를 파악·관리하고, 점검 결과 아동학대 등이 발견된 경우에는 가능한 생활자 전원조치 및 시설폐쇄 등을 실시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시설 사건에서 보면, 폐쇄조치 되기 전 시설에서 보호 중이던 생후 2개월이었던 아동이 돌연 사망했고, 당시 경찰이 학대 혐의 등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대응했지만 미신고시설이던 A 시설에 대한 행정적 조치나 당시 A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던 아동에 대한 그 어떤 보호조치도 없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정부는 2019년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모든 요보호아동에 대해 국가가 공적 보호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미신고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아동에 대한 실태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보호자는 공공의 시스템에 접근했으나 왜 공공은 역할을 못했나”
“이런 어린아이가 갈 수 있는 시설이 없어요. 대기를 하려면 수개월 걸릴 수도 있어요.”
아동의 보호자가 A 시설을 찾기 전 주민센터, 구청, 가정위탁지원센터 등을 찾아갔을 때 주민센터 공무원이 보호자에게 건넨 말이라고 한다. 양육에 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당장 아동과 함께 살 공간이 없었던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할 준비가 될 동안 임시로 아동을 보호할만한 곳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결국 보호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일 당장 아이를 맡길 수 있는 A 시설을 찾게 된 것이다.
강 변호사는 “왜 공공의 진입장벽이 이리도 높은지, 보호자가 왜 주민센터나 구청을 찾지 않는지, 보호자가 이와 같은 공공의 시스템에 접근했더라도 왜 공공은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A 시설은 폐쇄 당시 보호하고 있던 5명의 아동 중 3명의 아동이 베이비박스의 소개를 통해 A 시설로 입소했다. 민간에 의해 민간으로 아동이 내맡겨지고 있는 현실. 달리 표현하면, 두 곳 모두 미신고시설이므로 불법에 의해 불법으로 아동이 내맡겨진 것. 공공의 역할은 무엇일까.
◇ 비학대 사유 보호대상아동 진입 막으려면…어떻게 해야 할까
강 변호사는 학대가 아닌 사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발생하는 경우 아동보호체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는 점을 A 시설 사례를 통해 지적했다. 보호대상아동의 발생원인에는 ‘유기’와 ‘미혼부모·혼외자’ 사유가 압도적으로 많고, ‘미아’나 ‘부모빈곤·실직’, ‘부모교정시설 입소’, ‘학대’, ‘부모질병’ 사유의 비중도 상당하다.
취학 전 보호대상아동 1365명에 대한 보호조치내용 별 비중이 큰 순서대로 나열하면 (입양을 제외하고는) 양육시설(43.69%)과 일시보호시설(41.69%)의 비중이 크고, 가정위탁의 비율이 22%이다. 보건복지부는 ‘2세 미만 보호대상아동은 가정위탁 우선 배치 노력’을 명시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A 시설 보호아동 모두 만 2세 미만이었지만 시설 폐쇄조치 이후 구청은 그 어떤 아동에게도 가정위탁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당장 영유아가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24시간 어린이집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법과 규정은 있으나 현실에는 반영되지 않아 아동이 오롯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영유아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영유아기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날 권리 혹은 원가정양육원칙을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원가정양육원칙은 이미 아동복지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에서 천명하고 있는 아동권리 실현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의 문제는 아동보호체계의 ‘공백’, 채울 수 없는 공백이 아니다. 더 이상 아동들이 미신고시설로 유입되지 않도록 공공의 아동보호체계는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궁극적으로는 비학대 사유로 보호대상아동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위기 임신·출산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원가정에 대한 양육지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전히 존재하는 비학대 사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해 특성에 맞는 보호체계가 작동되고, 영유아의 맥락을 고려한 아동보호체계 또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발제에는 ▲박유리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활동가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지정토론과 종합토론은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경애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아동복지팀장 ▲박상진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사무관 ▲정구영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종합토론에서 불법 미신고시설의 현존하는 이유와 폐쇄조치, 보호아동에 대해 원가정-가정위탁-소규모 그룹홈 순으로 보호조치가 돼야 하지만 시설보호가 많은 점, 베이비박스 조치에 대한 질문 등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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