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줌으로 농성하고 유튜브로 ‘투쟁가’…다양해지는 ‘비대면 집회’

조계종 스님들 오체투지 응원하는 1인 시위 인증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 세계도 인기

 

2일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갈무리.

2일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갈무리.

 

 

“20대에 직장생활을 할 때, 손님 마실 차를 타고 서빙하는 건 여직원의 몫이었다. 팀장은 제가 밥을 먹고 있던 중이라도 차를 타야 하면 저를 불렀다. 한번은 저보다 연차가 낮은 남자 직원이 차를 서빙하자, 팀장님은 ‘왜 남자 직원이 그 일을 하게 시키냐’고 화를 냈다. 그때는 차별이고 부당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오은선 활동가가 여성으로서 차별 당한 경험을 털어놓자 영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 참여한 40여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 권은숙 활동가가 “저희가 조사했더니 공영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남성 캐릭터 70, 여성캐릭터 30 정도로 성비 불균형이 있다. 저희가 이런 내용을 담아 양성평등진흥원과 지난해 대중매체성평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집, 사무실, 카페 등 저마다의 공간에서 박수를 쳤다.

 

2일 오후 진행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온라인 집회의 한 장면이다. 장애인·성소수자·이주민 등 158개 인권시민단체들과 종교·문화 단체 등이 소속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월∼금요일 오전 11시∼밤 9시, 하루 10시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을 진행중이다. 1일에는 407명이 온라인 농성에 참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수도권에서는 1인 시위 외에 오프라인 집회를 열 수 없기 때문에 시도한 ‘임기응변’이다.

 

코로나19가 장기회되며 임기응변으로 시작된 ‘비대면 집회’가 ‘온라인 화상 농성’, ‘온·오프라인 동시 집회’, ‘가상현실 집회’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날 오후 1∼3시 정치하는 엄마들의 발언 시간이 끝난 뒤 정의당, 천주교 인권위원회 소속 참가자의 발언이 계속됐다. 농성은 저녁 7시 하루 총회로 마무리한다. 이들은 ‘줌’을 최대한 활용해 오프라인 못지않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농성 누리집에 마련된 ‘농성장 방명록’에는 “드디어 온라인 농성이 시작되는 군요!!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를!”, “온라인 농성 너무 멋져요! 청소년과 모두의 평등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등의 응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중이다.

 

‘투쟁가’도 비대면으로 함께 들을 수 있다. 온라인 농성 누리집에 들어가면 싱어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와 이주영이 함께 부른 ‘사회적 합의를 위한 필수 비트’, 밴드 9와 숫자들의 ‘그런 법이 어딨어’ 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노래도 유튜브로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들은 줌 회의에서 수시로 흘러나온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차별금지법 법안 통과할 것을 요구하며 9박 10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간다.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차별금지법 법안 통과할 것을 요구하며 9박 10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간다. 연합뉴스

 

온라인 농성은 오프라인 오체투지, 1인 시위와 ‘콜라보(협업)’하기도 한다. 지몽 스님과 종수 스님 등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승려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정기국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30㎞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이들은 매일 3㎞ 씩 이동해 오는 10일 최종 목적지인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온라인 농성 누리집에 1인 시위 가능한 시간대를 신청하면, 주최 측에서 일정과 장소를 지정해 오체투지 지지 1인 시위를 할 기회를 준다. 신청자들이 자신이 해당하는 시간에 맞춰 특정 장소에 가서 손팻말을 들고 30분~1시간 1인 시위를 하는 방식이다.

 

가상현실 세계를 찾는 집회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지난 7월 문화연대는 메타버스 앱 ‘히든오더’에서 ‘타투업 합법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내 눈썹이 불법이라니’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됐고, 약 200여명의 아바타가 빨간 머리띠와 조끼를 착용해 집회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강원도 원주에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접고용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는 소수의 가맹·산하 조직 대표들만 참석했고, 전국 각지에서 개별 1인 시위를 벌이는 조합원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를 온라인 지도에 표시하고 캐릭터를 등록해 함께 했다.

 

 

채윤태 기자 [email protected]

 

 

▶바로가기: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누리집 https://nongsungon-equalityact.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0304.html#csidx62c295fbddfd8c0a52e012d62b6ae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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