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워킹맘들의 바람 “유토피아 아닌 육토피아를 만들어 주세요”

[2021 대한민국 워킹맘 보고서] 국회의원·시민단체·노무사·엄마 코칭 전문가 좌담회(下)

 

【베이비뉴스/권현경 기자】

코로나19가 집어삼킨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베이비뉴스 취재진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2021년을 살아가는 열 명의 워킹맘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가정·직장·사회 내에서 차별받는 워킹맘을 위한 대안을 찾고자 국회의원·시민단체 활동가·노무사·코칭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열었다. -기자 말

베이비뉴스는 지난 14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일·가정 행복한 공존을 위한 차별 타파! 워킹맘 톡톡(talk talk)’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는 지난 14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일·가정 행복한 공존을 위한 차별 타파! 워킹맘 톡톡(talk talk)’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상편) 워킹맘 차별 없애기 위한 대안, 현실 워킹맘 다섯 명에게 물었다 에서 이어집니다.

 

◇ 육아기 돌봄… 스마트근로감독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 필요

 

 

두 번째 함께 본 영상은 아이 키우느라 12년간 이직을 10번 넘게 한 최정원(가명) 씨 이야기다.(▶관련 기사: “나는 아이 낳기 직전까지 일했는데, 넌 왜 그러냐는 말에...”) 육아로 고용단절이 생기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이 돌봄을 위해 요양병원에서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야간전담 간호사로 일한다. 퇴근 후 아이 세 끼 식사를 챙겨주고 집안일을 하고 나서야 간간이 쪽잠을 청하고 저녁이 되면 또 출근하는 일상의 반복. 저녁시간에는 퇴근한 남편이 아이를 챙긴다. 

최 씨는 유명 대학병원 간호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육아휴직을 쓰기 위한 조건인 경력 1년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거부당하고 조기 진통 때문에 사직을 했다. 아이가 27개월 때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해 치료하면서 법적 절차를 진행했다. 1년 넘게 아이를 돌보다 네 살 때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또 문제가 생겨 한 달 만에 퇴소시켰다. 다행히 다섯 살에 연장보육 가능한 유치원에 보낸 뒤 순탄하게 성장했다. 

영상이 끝나자, 석혜림 진행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지만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안에서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오히려 돈도 벌고 아이도 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 대표는 “여성을 일터로 보내는 제도나 정책만 있었지 남성을 집으로 보내는 제도는 아직 너무 미비하다”면서 “남성육아휴직 비율이 아직 5.6% 정도인데 100명 중에 5~6명만 육아휴직을 하고 나머지는 육아의 실태를 전혀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정원 씨의 돌봄 문제에 대한 대안은 있을까. 용혜인 의원은 “남성육아휴직 비율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에 대한 방법에 대해 의무화하는 것과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을 고민했으나 두 가지 모두 딜레마가 있었다”며 대안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다. 

김수정 노무사는 “일할래?, 아이 볼래? 선택 사항이 아니라 둘 다 의무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부모 역할을 줄여나가면서 개인, 조직, 기업이 같이 공존해야 한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3분의 1일이다. 즉, 300만 원 받던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월 100만 원밖에 못 받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굉장히 타격이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장하나 사무국장은 공무원들이 많이 사용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 활성화를 제안했다. “1년 있는 육아휴직도 이렇게 못 쓰고 있지 않나. 공백이 길어지면 복직 때 문제도 계속 나오고 오히려 공무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좀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육아휴직 적용 대상 근로자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합산 최대 2년 사용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1주 15시간에서 35시간 범위로 줄여 일하는 것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을 받고 허용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솜방망이 처벌인 셈.

 

◇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공무원과 민간 기업 격차 줄여야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남성육아휴직 비율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에 대한 방법에 대해 의무화하는 것과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을 고민했으나 두 가지 모두 딜레마가 있었다”며 대안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남성육아휴직 비율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에 대한 방법에 대해 의무화하는 것과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을 고민했으나 두 가지 모두 딜레마가 있었다”며 대안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 사무국장은 공무원과의 민간 기업의 육아휴직 기간 등 차이에 대해서도 단체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하자, 김수정 노무사도 “민간과 공무원은 차이가 굉장히 크고 양극화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영역에서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높은 활용을 보면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노무사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현재는 고용노동부에서 일부 급여를 지원해주는 수준인데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전액 정부가 (단축 근무에 대해) 보장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에서 보장할 것인지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근로감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스마트근로감독은 건강·고용보험 정보를 연계 활용해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출산 전·후 휴가, 임산부 근로시간, 고용상 성차별 등 모성보호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해 지도·점검하는 것이다.  

장하나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 빅데이터와 고용노동부 빅데이터를 합쳐 보면 어느 회사에서 국민행복카드를 많이 발급받는데 왜 육아휴직자가 없는지 등 노동자가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데 제대로 하지도 않고 발표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정 노무사도 장 사무국장 의견에 동의하면서 나아가, “스마트근로감독한 자료를 공시하는 걸 의무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모성보호제도를 계속 끌어내려면 공시하거나 오픈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탰다. 

 

◇ “스튜어디스도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 사회”

 

 

세 번째 영상은 혼자 생계부양자 역할도 하고 부모의 역할도 감당하면서 회사에 미안하고 친정부모님에게 죄송하고 또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한 한부모가정 이민영(가명) 씨의 사연이다.(▶관련 기사: 11년차 '일하는 엄마' “6번 이직.. 일과 가정의 균형은 결국 실패”이 씨는 11년 차 공공분야 직장인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11년 동안 6번 이직을 했다. 친정 가까운 곳으로 이사도 했다. 첫 회사는 대기업이었는데 프리랜서, 시간제 계약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린이집은 12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 저녁 7시 반까지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 씨는 오후 4시~5시쯤 되면 어린이집에 혼자 남은 아이를 당시 친정엄마가 없었으면 키울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씨의 바람은 “국가의 완전 돌봄이다. 스튜어디스가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한부모가 야간에 일하거나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이 돌봄에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열 명의 워킹맘을 관통하는 정서, ‘죄책감’, 김지혜 대표는 8년 동안 엄마들을 만나 코칭하면서 느낀 점도 비슷했다. “기본적으로 육아가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너무 팽배한 데 스스로도 주변 인식도 지금 자기 몫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 “영유아 건강검진 때 주 양육자 심리검사 동시에 다 해주면 좋겠다”

 

김지혜 지혜코팅센터 대표(「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저자)는 “여성을 일터로 보내는 제도나 정책만 있었지 남성을 집으로 보내는 제도는 아직 너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지혜 지혜코팅센터 대표(「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저자)는 “여성을 일터로 보내는 제도나 정책만 있었지 남성을 집으로 보내는 제도는 아직 너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엄마들의 마음을 좀 다독여 줄 시스템은 없을까. 김지혜 대표는 “시스템은 있으나 미비하다”며 해외사례를 언급했다. “영국은 산모에게 지정된 조산사를 일대일로 배치해 돌보고 미국은 산후우울증 의무교육을 해주는 주가 있다. 일리노이주는 산후 1년까지는 우울증 치료비용을 다 제공해 준다.”

김지혜 대표는 2018년부터 경기도에서는 여성고용 안정 지원사업으로 워킹맘 대상 그룹코칭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코칭 전문가로 활동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1년 6개월 정도 열렸고, 그다음에 개인코칭도 1인당 3회씩 진행됐다. 그런데 문제는 참가자 모집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룹코칭은 토요일 오전에 한다. 엄마들은 신청해놨다가도 못 오고, 신청 자체를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김 대표는 “기업에서 복지 차원에서 점심시간이나 업무 시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노무사는 직장맘센터에서 직장맘의 임신·출산 관련 심리적인 부분을 상담하고 있다고 했다. 비용은 센터와 서울시 예산으로 하는데, 예산 규모가 적아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는 어려운 상황.

친정에 들어가서 사는 석혜림 진행자도 부족한 국내 상담 지원에 대해 털어놨다. “개별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비가 비싸서 3~4개월 받고 더 못 받겠더라. 비용만 된다면 갑자기 바뀐 환경으로 힘드실 부모님도 같이 상담받게 하고 싶은데 감당이 안 되더라”고 안타까워했다. 

남편이 독박육아로 육아 우울증을 겪은 장하나 사무국장은 “남편이 조부모 도움 없이 1년 이상 독박육아를 하면서 육아 우울증이 왔다”면서 “산후우울증이라는 말이 여성만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육아 우울증은 조부모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모든 주 양육자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유아 건강검진 때 주 양육자 심리검사를 동시에 다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자리에 모인 워킹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상담 지원 확대도 필요하지만 엄마의 죄책감을 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이민영 씨는 인터뷰에서 “누구나 적게 일하고 개인이 삶과 일에 균형을 잡아나가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겠냐”고 했다. 장하나 사무국장의 생각도 이민영 씨와 같다. 장 사무국장은 “노동시간 단축이 먼 얘기 같고 육아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하는데,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그 안에 양육자도 포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석혜림 진행자도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제일 비싼 게 시간인 것 같다. 늘 시간이 없고 부족한데 (돌봄에) 사회와 마을, 그리고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도울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 같다”면서 용혜인 의원에게 국회에서 “유토피아 말고 ‘육토피아’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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