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혁신] “노동법의 주인은 모든 노동자···근기법 하루빨리 개정해야”
근로기준법 빼앗긴 노동자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적용 촉구
제11조·2조 개정해 사업장규모·계약형태로 법적용 차별 말아야
“저의 노동은 언제나 여느 회사처럼 회사의 통제와 지시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는 회사에 고용된 회사원처럼 일했지만 법은 저를 고용한 사람이 없고 회사가 제게 일을 도급 줬다고 했습니다. 저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아니었습니다.”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결혼 전부터 첫째 아이 출산 전까지 학습지 선생님으로 일했다. 일은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의 적성에 잘 맞고,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임신으로 몸이 힘들어 일을 그만뒀을 때 그는 학습지 교사가 ‘특수고용직’이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4대 보험에 들었던 적이 없어 실업급여와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수민 활동가는 “특수고용직의 도대체 어떤 점이 ‘특수’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가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 '일하는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를 위한 차별당사자 합동기자회견'에서 근로기준법 입법촉구서를 부착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email protected]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노동자들이 국회에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서’를 전달했다. 사업장 규모와 계약형태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달리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고,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가 계속 응답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제2조와 제11조의 개정을 촉구했다. 제2조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의 정의를 확장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는 제11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덧붙이고, 노동자성의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주자는 것이 추진단의 주장이다. 다양한 유형의 노무제공자들이 독립계약자나 프리랜서로 오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핵심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서류상으로 사업장을 쪼개거나, 노동자를 사업주로 위장해 근로기준법을 피하려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늘어나는 상황은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에는 이미 이 내용들을 담은 10만 입법청원안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의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동으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서’를 발표하고 “직업의 종류, 계약의 형식,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가 근로기준법의 주인”이라고 밝혔다.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 '일하는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를 위한 차별당사자 합동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email protected]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던 김유아 씨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면 밤에 일해도 가산수당을 못 받고, 직장에서 괴롭힘 당해도, 그리고 말 한마디로 해고당해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이 유명무실한 것 같다. 어서 빨리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가 시작돼 차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도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비용을 회피하고 도망간다는 데 있다. 오토바이 값, 국민연금, 의료보험 모두를 노동자가 부담한다”며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불태웠다고 한다면 오늘 이들 노동자들은 불태울 노동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서’의 내용들이 쓰인 공을 함께 굴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국회에서 여야 구도가 바뀌든지 안 바뀌든지 노동자들의 차별받는 삶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가기까지 민중과 시민들이 힘을 더 내줬으면 한다”며 “지금 모이고 있는 용기들이 훨씬 많은 힘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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