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용균, 김관홍, 임세원, 민식이… 세상을 바꾼 법으로 남은 이름들”
[한겨레S] 살롱 드 여울
<이름이 법이 될 때> 저자 정혜진 변호사
정혜진 변호사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눈물이 흐르는 그 이름들을 껴안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명징하면서도 따스한 법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승원 사진작가
차가운 법의 언어가 언젠가는 따스해질 수 있을까.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런 법들의 이름은 냉정하고 싸늘하게만 느껴진다. 사람의 희로애락을 좌우하는 법들이 왜 이토록 무정하고 냉혹하게만 느껴질까. 그런데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법들이 있다. 바로 김용균법, 태완이법, 구하라법, 민식이법, 임세원법, 사랑이법, 김관홍법. 이 가슴 시린 이름으로 기억되는 법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김용균법은 매년 무려 2000명의 산업재해 관련 사망자들의 고통을 대변하여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쟁취하게 해주었고, 태완이법은 법의 한계인 공소시효를 넘어 미제사건을 계속 조사하여 진범을 밝힐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열어주었다. 구하라법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이들이 자녀의 죽음 이후 그 유산을 노리지 못하도록 길을 열어주었으며, 민식이법은 끔찍한 교통사고로 죽고 다치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수호천사가 되었다. 그들의 뼈아픈 이름을 가슴에 묻은 채 투쟁하는 유가족들, 그들의 아픔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투쟁에 참여한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있기에, 그들의 이름은 법이 되었고, 그들 모두는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게 변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정의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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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서 늦깎이 국선변호사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눈물이 흐르는 그 이름들을 껴안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이름 뒤에 숨을 수밖에 없는 유가족들의 서러움을 명징하면서도 따스한 법의 언어로 풀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이름이 법이 될 때>의 저자, 정혜진 변호사다. 15년간 기자 생활을 했고 로스쿨을 거쳐 국선변호사가 되었다. 억울하지만 하소연할 곳 없는 사람들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정혜진 변호사를 ‘살롱 드 여울’의 여섯번째 손님으로 초대했다.
―이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처음 봤을 때, 제목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아파왔어요. 이제는 김용균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얼굴이 떠오르거든요. 마치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가 현실 속에서 생생하게 부활한 것 같은, 그런 분이지요. 이젠 민식이법이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제 어린 조카들의 얼굴이 떠올라요. 민식이법이 통과되면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확실히 줄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2위였지요. 임세원법에 대한 인터뷰를 읽을 때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사를 아무 이유 없이 잔인하게 살해한 환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던 순간, 유가족의 차분한 입장 발표는 우리를 부끄럽게 했어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고통을 보살펴야 의료진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유가족의 입장 발표를 보면서, 정신질환 환자들을 향한 암묵적인 차별이 안 그래도 고통스러운 환자들을 더 아프게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끔찍한 살인사건의 가해자조차 ‘이 사회의 따뜻한 보호를 받지 못한 평범한 환자’임을 깨닫게 만드는 유가족의 침착한 대응이 결국 임세원법을 제정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기자에서 변호사로, 그리고 변호사이자 작가로 변신하신 인생 이야기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정여울 작가님이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셨길래 깜짝 놀랐어요. 작가님을 사칭한 ‘피싱 메일’인 줄로 착각했거든요.(웃음) 이제 두번째 책을 갓 출간한 저를 초대할 줄은 몰랐거든요. 저는 지방 언론사에서 15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가 각종 회의에 치이고 광고주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들어갔어요.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 힘들지 않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지만, 회사에 안 가도 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웃음) 조직 생활에 치이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 좋았어요. 재판연구원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며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가 된 것은 뛰어난 편집자의 역할이 컸지요. <이름이 법이 될 때>는 사실 편집자의 기획이었어요. 동녘출판사의 편집자 박소연씨가 이 책을 기획하고,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필자’를 찾던 차에 저의 첫 책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발견한 거죠.”
―이렇게 참신한 기획을 해낸 분은 뜻밖에도 처음으로 출판사에 취직한 젊은 편집자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편집자의 기획력이 강할수록 저자는 고생하게 마련인데, 괜찮으셨나요?(웃음)
“엄청 잘렸지요.(웃음) 처음에 쓴 대부분의 글은 사실 다 우수수, 잘렸어요.(웃음) 8개월간 헤매기만 했어요. 잘 쓰고 싶은 열정은 뜨거운데, 어떻게 나만의 문체를 찾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아무리 속상해도 결국은 편집자의 의견을 잘 들었기 때문에 책을 끝까지 쓸 수 있었어요.”
이승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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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는 이들과 방방곡곡서 만나
―역시 제 예상이 맞았네요.(웃음) 변호사님은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일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편집자의 쓴소리를 잘 들어주셨듯이, 일곱 개의 법안에 관련된 투쟁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지요. 이분들을 인터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력이 필요할 텐데, 인터뷰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셨다고 들었어요.
“인터뷰를 하느라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것은 괜찮았지만, 과연 이분들의 이야기를 잘 갈무리해서 좋은 책을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요.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이름이 법이 될 때까지 투쟁해온 분들,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배운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기쁨이었지요. (갑자기 그의 눈에서 반짝, 하는 섬광이 지나가며 나를 향해 질문의 화살을 돌린다.) 그런데 작가님은 저를 어떻게 ‘살롱 드 여울’의 인터뷰이로 선택하셨나요?”
―인터뷰이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책을 찾아봐요. 꼭 베스트셀러나 유명인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저를 울린 책’을 끝없이 찾아 헤매지요. 단순한 문답형 인터뷰가 아니라 제가 많이 개입하고 해석하는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지만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실 것 같은 사람을 찾아요. 저는 글쓰기 수업을 할 때 타인의 이야기를 엄청난 집중력과 존중의 마음으로 잘 듣는 사람이 결국 좋은 작가가 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이 책을 보니 작가님은 고통받는 타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경청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인터뷰를 하고 싶거든요. 저도 인터뷰이였을 때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제 이야기를 곡해하거나 자극적인 부분만 싹 오려내서 구체적인 맥락이 다 사라져버린 인터뷰를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저는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인터뷰, 타인의 아픔을 보듬는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변호사님의 책이 바로 그런 영감을 준 것이지요. 그런데 변호사님은 어릴 적 꿈이 작가였나요?
“전혀 아니에요.(웃음)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서 아무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지 못했거든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엄마가 ‘실업계 고등학교로 가라’고 하셨을 때도, 엄마 말 전혀 안 듣고 제 마음대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해도 엄마가 특별히 야단치시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무관심이 꼭 나쁜 건 아니었어요. 아무도 제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남몰래 자유로웠어요.(웃음) 사범대 영어교육과에 진학했는데, 막상 교생 실습을 해보니까 저에게 맞지 않더라고요. 그다음에 보이는 직업이 기자였어요. 저도 모르게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길을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더 이상 조직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로스쿨에 진학했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제가 ‘수험서’를 하나 냈는데, 그 책이 꽤 잘 팔려서 잠깐, 반짝 유명해졌어요.(웃음) 그런데 어렵게 저자가 되었지만 ‘수험서 저자’로 남고 싶지는 않았어요. 수험생들을 위한 실용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인문서나 에세이를 쓰고 싶었지요.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시험을 위한 책이 아니라 단행본으로서 독립적인 가치가 있는 책을 열심히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세상에 이렇게 좋은 책이 많구나,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지난 7월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군 사건’ 모의재판에 참석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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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투사로 변신한 까닭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원하고 갈망하고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 거군요. 주어진 상황에서 맹렬히 도망치고 탈주하다 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어 있었다니, 멋진데요.
“책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다가 이렇게 작가가 되다니, 저도 신기해요.(웃음) 칭찬받고 싶고, 고향을 벗어나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막연한 칭찬이 아니라 제가 딱 좋아하는 칭찬을 받고 싶었는데, 그건 아마도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이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님이 작가가 되는 길은 진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더 오래, 더 깊이 타인을 사랑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러기를 바랐어요. 법이라는 것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법이 현실을 이끌어가지도 못하는데 법이 현실을 뒤늦게 따라가지도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세상을 바꿀까. 김미숙씨처럼 평범한 시민이지만 아들 용균씨가 기계에 끼여 죽는 사고를 당한 뒤 투사로 변신해 지금까지 매일 투쟁하고 있는 분들이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이 책 <이름이 법이 될 때>가 정말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입법 과정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도 이 책을 보면 관심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을 해결하고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함에 공감하게 됩니다. ‘정의가 주는 위로’가 그 어떤 정신과 치료보다 훌륭하다는 말씀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정신과 치료는 한번에 한 사람밖에 치료할 수 없지만, 법이 개정되면 그 법으로 고통받던 수많은 사람들, 미래의 인류까지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김용균법이 이 책의 맨 첫머리에 위치한 이유도 그런 거예요. 보통 상황에서는 통과되기 어려운 법이었거든요. 법이 바뀌더라도 보통 한두개 조항만 바뀌는데, 김용균법은 산업안전보건법 3분의 2 정도를 개정하는 아주 커다란 변화예요. 산업계의 저항이 엄청나게 컸어요.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서 위험한 일은 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하청업체에게 떠맡기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잖아요. 시민과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온 힘을 한데 모아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는데, 김미숙씨를 비롯한 수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무려 30여년 만에 법이 개정된 겁니다.”
―시민과 언론과 국회의 3박자가 딱 맞아떨어져야만 변화가 가능한데, 김용균법은 바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거네요.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낱낱이 살펴보면 마치 눈부신 기적 같기도 하고 끝없는 악몽 같기도 했어요. 지금도 매일매일, 평균 3명의 노동자가 ‘퇴근’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있으니까요. 태완이법 같은 경우도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죄 없는 어린아이 태완이에게 황산을 쏟아부은 극악한 살인범이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는데, 태완이법으로 인해 수많은 미제사건들이 해결되었잖아요.
“태완이 어머니가 슬픔을 꾹 참고 그 당시에 녹음과 녹화를 철저히 해놓으셨기 때문에 나중에 그 기록이 방송을 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된 거예요. 임세원법은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게’ 애쓰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고, 사랑이법은 혼외자라는 이유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못 하고 있던 미혼부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김관홍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구조 및 인양 작업을 하고 있었던 민간 잠수사들뿐 아니라 타인을 돕다가 희생되거나 부상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지요.”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부모가 지난 2019년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민식이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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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 ‘지금 행동하기’
―‘정치하는엄마들’의 고백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었어요. 법을 통과시킨 소감이 성취감이 아니라 좌절감이었다는 고백이지요. 국회의원들이 악법을 개정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이름이 법안과 관련되어 기사가 뜨면 그제야 관심을 가진다는 것. 책에 이런 대목이 있죠. “상임위 회의실 앞에서 부모들이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시켜주세요’ 할 때 한 의원이 지나가면서 ‘살펴볼게요’ 하는 장면이 방송에 찍혀서 언론에 나오면 그제야 그 법안에 관심을 갖는 식이죠. 국회의원이 법안 내용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 걸 보고 많이 실망했죠.” 이 대목을 읽는데, 정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분노가 일었어요. 일부 국회의원들은 선거운동 할 때만 우리를 사람 취급하는 것인가, 이런 쓰디쓴 비애가 느껴졌어요.
“맞아요. 2017년 6월 결성된 비영리 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우리가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있어 아름다운 모범 답안이 되어주었어요. 회원이 700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단체가 20대 국회에서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지요. 이렇게 우리가 행동해야만 세상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지요.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요.”
이 책을 읽은 한 독자가 리뷰에서 책 제목을 ‘이름이 별이 될 때’로 잘못 읽었다고 고백하는데, 그 잘못 읽기가 내게는 아름다운 창조적 오독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도 싸우고 있는 모든 유가족들, 친구들, 동지들 또한 ‘살아 있는 별’이 되어 악법과 싸우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그 수많은 아픈 이름들이 내 심장 안에서 둥지를 틀었다. 그들이 자꾸 내 심장 깊은 곳에서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제발,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이 미처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삶을 잊지 말아달라고. 우리는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 두 눈 부릅뜨고, 정의로운 법이 사악한 현실을 바꾸어내는 바로 그 순간까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죽은 자의 이름이 아름다운 법이 되고, 뜨거운 눈물이 되고, 마침내 찬란한 별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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