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오늘을 생각한다]주 4일제와 노동양극화_장하나 활동가
[오늘을 생각한다] 주 4일제와 노동양극화
주 4일제는 찬성하지만, 20대 대선을 겨냥한 주 4일제 공약은 반대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후보는 “보건의료 사업장, 2교대 사업장 등에 시범실시 후 전 국민 주 4일제 실시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분야 노동자들은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때문에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국가재정을 투입한다 해도 사회적 합의가 뒤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전 국민 주 4일제 실시를 견인한다는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
주 4일제 공약은 일단 현실성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1908시간이고, 지난 10년간 약 250시간 감소했다. 주 4일제를 시행 중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의 노동시간은 2020년 현재 1346~1424시간으로 한국과 약 500시간 차이가 난다. 이 나라들은 과연 주 4일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것일까?
아니다. 이들 국가의 노동시간이 1500시간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70년대 초반(스웨덴)부터 늦어도 1990년대 초반(노르웨이)이고, 2010년에는 1456~1486시간이었다. 주 30시간대로 노동시간을 줄이고도 20~30년이 지난 후에 주 4일제를 실시한 것이다. 주 4일제는 노동시간 단축의 수단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의 결과다.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장시간 노동 3위인 한국에서 주 4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 후보는 “주 4일제는 선진국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한다. 부의 편중과 소득·분배의 불평등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은 쭉쭉 올라가는데 국민은 불행해져 가는 것, 그것이 한국의 문제 아니던가? 그런데 ‘선진국이니까’라고 하는 순간 소득 불평등과 고용 불안정, 상대적 박탈감, 풍요 속의 빈곤에 허덕이는 여성·청년·노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유령이 돼버린다. 나는 ‘주 4일제’를 듣는 순간 ‘우리가 보이지 않는구나’라고 느꼈다.
2017년 정치하는엄마들을 창립할 때 주장한 첫 번째 요구는 ‘칼퇴근법’이었다. 돌봄양극화의 최대 피해자, ‘시간거지’로 불리는 우리 여성양육자들은 누구보다 노동시간 단축을 원한다. 하지만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동자 연대, 사회적 연대가 공고해야 한다. 노동양극화와 노-노갈등은 연대의 걸림돌이다. 즉 노동양극화를 해소해야 노동시간 단축을 할 수 있다.
심 후보는 주 4일제는 신노동법(근로기준법의 예외 없는 적용, 전 국민 고용보험 등) 패키지라고 주장하지만, 주 4일제가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 것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모래성 전체를 들어올리는 일이다. 성공하려면 모래성의 바닥면을 줄이고 물도 뿌려야 한다. 그것이 노동양극화 해소이고 노동자 연대다. ‘지금’ 주 4일제를 말하는 것은 모래성의 꼭대기만 퍼올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 4일제 ‘공약’을 반대한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주간경향/장하나활동가]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2111262057171#csidxf84ed43ab2b2af287f9ffc0581e71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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