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장애학생도 집 앞 학교 다니고 싶다”
“장애학생도 집 앞 학교 다니고 싶다”
특수학급 설치 반대하고, 있던 학급마저 없애는 현실
통합교육 환경 안 되니, 특수학교 찾는다
# 강원도교육청은 강원 고성군 소재 고성중학교 특수학급에 입학 예정인 장애학생이 1명이라는 이유로 학급을 없애버렸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특수학급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교육청에서 이를 무시한 것이다. 고성중학교에 입학예정이던 학생은 집 근처가 아닌 1시간 거리의 다른 학교에 배치됐다.
# 서울 송파구 소재 ㄱ 중학교는 1개의 특수학급을 운영했다. 그런데 학교장은 학생이 과밀하다는 이유로 올해 장애학생의 입학을 허가하지 않으려고 했다. 특수교육법에 따라 중학교의 경우 장애학생 6명당 1명의 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ㄱ 중학교는 재학 중인 특수교육대상학생이 13명임에도 특수학급 증설을 하기 보다, 3명은 일반학급으로 돌리고 8명을 1명의 특수교사가 맡아 한 학급만 운영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끈질긴 요구로 올해 특수학급은 증설됐으나 과밀학급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학교는 같은 이유로 지난 2019년에도 장애학생 입학을 받지 않았다.
# 서울 강동구 소재 학교법인 동원학원은 한영유치원‧한영중학교‧한영외국어고등학교‧한영고등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학교 교문에는 ‘특수학급 설치! 정상적인 협의절차와 준비과정을 요구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영 학교안전 및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상대책위)가 내건 현수막이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급 설치를 강요했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서울시교육감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특수학교 설치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교문에 내건 것이다. 장애인단체는 이에 대해 ‘장애인의 입학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무릎을 꿇어야 하는 장애학생 부모들이 모여 차별 없는 교육과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을 촉구했다. 4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학생은 ‘내 집 앞’ 학교 다니기 힘들어
2021년 기준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9만 8154명이고, 그중 72.2%인 7만 866명이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통계 안에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학생과 부모들의 고충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먼 통학거리를 감수하거나 정원을 초과한 학급에서 공부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 제17조 2항에는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서울 시내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초등학교는 464곳이고 그중 공립학교가 99.6%(462곳)다. 중학교는 207곳 중 98.6%(204곳)가, 고등학교는 95곳 중 82.1%(78곳)가 공립이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진학,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 시에는 점점 학급이 줄어든다. 가까운 곳에 사립학교가 있어도 특수학급이 없어 장애학생은 통학이 어려운 학교를 다녀야 한다. 서울에서는 중학교 진학 시 1~3지망까지 학교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장애학생의 경우 3지망에 배정되는 일도 허다하다.
방세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제 아이도 2년 후에는 10분 거리에 있는 사립학교에 특수학급이 없어서 더 먼 공립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다”라며 “사립학교도 공교육기관인데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거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녀가 진학할 때마다 무릎을 꿇는 부모들은 장애학생 말고는 없다”라고 규탄했다.
여전히 특수학급 설치, 즉 통합교육을 학교장의 선택의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립인 한영고의 비상대책위는 강동‧송파 33곳 중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않은 22곳이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특수학급 설치가 확정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강원도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학급을 없앴다. 장애학생의 교육권은 이처럼 쉽게 훼손된다.
박혜영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대표는 “두 명의 딸이 있는데, 한 명은 집 앞 학교를 다니는데 다른 한 명은 특수학급이 없어서 그 학교를 못 다니게 된다면 자녀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너의 자매는 장애인이니까 그 학교를 갈 수 없다’라고 말해야 하나? 장애가 있으니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예단하고 장벽을 세우는 그런 교육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성토했다.
- 통합교육 환경 안 되니, 특수학교 찾는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통합교육 기조도 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29일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서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특수학교 설립의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합교육이 아닌 분리교육을 지향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특수교육법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과 특별한 교육적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제정되고 2008년부터 시행된 법의 목적은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장애학생 교육의 근본은 통합교육이어야 한다. 그러나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통합교육을 받을 수 없는 장애학생은 밀리고 밀려서 특수학교를 찾게 되고, 학부모들은 특수학교를 지어달라고 무릎을 꿇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특히 사립학교는 학교 운영자들이 특수학급을 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특수학급 통합교육은 의무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도 통합교육으로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대표는 “어린 시절에 나도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했다. 내 마음도 무너졌지만 부모마음도 무너졌다. 장애가 있다고 왜 거부당하고 꺾어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눈 뜨고 잠자는 순간까지 배운다. 장애인 교육권은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다. 우리는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는 교육, 더불어 사는 사회로 살 수 있는 교육을 원한다. 장애학생이 교육 현장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로써 보장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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