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아동학대진상조사법, 발의 후 1년] "쟁점법안에 밀리고, 대선에 치이고 …"
[아동학대진상조사법, 발의 후 1년] "쟁점법안에 밀리고, 대선에 치이고 …"
정인이사건 후 국회의원 139명 발의
"진상조사 해야 할 사건만 계속 쌓여"
2022-02-04 11:47:51 게재
'양천 아동학대사망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정인이사건'을 계기로 큰 관심을 모으며 발의됐지만 1년이 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어 우려를 사고 있다.
특별법 발의와 통과 등을 위해 노력해왔던 아동인권단체들은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되는 동안 진상조사해야 할 치명적인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이 쌓이고 있다"며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5일 김상희 의원 등 139명이 발의한 특별법은 1년간 1번의 상임위 전체회의, 3번의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됐다. 회의 때마다 간단한 대체토론이 이뤄졌지만 다른 쟁점법안 우선 토론 필요성, 부처간 협의 미진 등의 이유로 번번이 뒤로 밀렸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측은 "법안이 발의될 때만 해도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높았기 때문에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다른 쟁점법안에 밀린 감이 있다"면서 "올해 들어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거라 봤지만 대선이 걸려 있어서 논의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법은 아동인권단체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주장해온 진상조사기구 설치와 권한 등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종 대책과 법안이 발표·발의되곤 하지만 매번 시간에 쫓겨 사건의 근본원인이 뭐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소홀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제대로 따져보자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대통령 산하에 최근 3년 간 발생한 중대한 아동학대사망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임시기구로 설치하고 이 기구가 아동보호체계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마련하면 이를 반드시 반영토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법안을 제안한 이유로 "한 명의 아동이 안전하게 자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산에서부터 보육·입양·가정지원·쉼터, 그리고 아동학대에 이르기까지 아동보호체계 전반을 살펴야 하므로 긴 시간 진지하고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현행법은 아동학대사망사건에 대한 공적 조사체계를 두고 있지 않아 정부 주도의 진상조사를 벌여 현행법과 제도의 문제를 제대로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해 관철시킴으로써 아동보호 인식과 체계의 대전환을 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이미 학대사망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체계를 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에선 2003년 빅토리아 클림비가 학대로 사망한 후 정부가 2년여 간의 조사를 진행해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2004년 아동법'을 제정해 아동학대대응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별법 필요성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진상조사가 실시되면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된 경찰, 검찰은 물론이고 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진상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안에 소극적인 게 아닌지 걱정"이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진상조사해야 하는 학대사건들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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