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오늘을 생각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의 사생활권

채널A 인기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제작진에게 요청한다. 금쪽이(출연 아동)의 사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금쪽이와 의뢰인 가족의 얼굴을 모두 블러 처리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의 사생활 보호 조항을 전면 위배하는 해당 방송에 적절한 규제를 이행하라. 자녀 양육 문제를 겪는 가족이 유명 전문가의 도움을 얻기 위해 방송에 출연해 사생활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건 한국 정부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관련 제도가 있다는 등의 변명 늘어놓지 말고, 왜 금쪽이 가족이 방송 출연을 결심할 수밖에 없는지 이들의 현실을 철저히 고증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라.
 

유사한 포맷의 TV 프로그램은 18년 전 영국에서 시작했다. 2004~2008년 영국의 채널4는 자녀의 행동으로 힘겨워하는 부모들의 리얼리티쇼 <슈퍼내니(Supernanny)>를 방영했다. 직업 보모인 조 프로스트가 문제를 겪는 가정에 직접 찾아가 해결책을 찾아주는 내용으로, 5개 시즌 동안 총 29개 에피소드를 방영했고 시즌 1·2의 시청률은 20%를 넘겼다. 2008년 10월 유엔 아동인권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44조에 따라 당사국인 영국이 제출한 정기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최종견해를 담은 보고서에서 “TV 리얼리티쇼의 어린이 출연은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TV 프로그램, 특히 리얼리티쇼에 아동의 참여를 규제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슈퍼내니>를 향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슈퍼내니>는 건재하다. 전 세계 13개국이 방영했다. 2014년까지 48개국에서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2005~2015년 방영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다. ABC 방송국이 제작하고 조 프로스트가 직접 출연한 미국판 <슈퍼내니>는 2005~2011년까지 방영됐고, 2020년 케이블 채널 Lifetime이 시즌 8을 제작·방영했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2020년 5월 시작해 현재 86화까지 방영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월 4일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일일 시청률은 4.2%다. 채널A 유튜브에 있는 관련 동영상(897건)의 총 조회수는 330만건을 웃돈다. 시청률이 검증된 포맷이다.

사생활권은 1948년 공표한 세계인권선언 제12조에 명시됐고 150개 이상 국가에서 헌법상의 천부인권이다.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와 자기정보에 관한 통제권을 아우른다. 2012년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잊힐 권리를 입법화했고 미성년자의 잊힐 권리는 더 강력히 보장한다. 2018년 프랑스 법원은 부모가 SNS에 올린 자녀의 사진을 삭제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방송의 순기능을 부정하진 않는다. 제작진은 의뢰인의 동의하에 사생활을 공개하지만 절박한 이들에게 과연 선택권이 있을까? 금쪽이가 TV 속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그건 금쪽이를 위한 일일까? 이제 금쪽이를 위해 채널A가 바뀔 때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주간경향/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기사전문보기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2202111756001&code=124&artid=202202111756001&code=124

 

날짜
종료 날짜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