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엄마 7년' 해보니...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가 필요해
'엄마 7년' 해보니...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가 필요해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돌봄, 노동... 저출생 피하려면 일하는 시간 줄여야
인류는 돌봄 노동을 폄하하고 돌봄 노동자를 하대해왔다. 인간이 절대적 빈곤 상태에 놓였을 때 물질적 풍요의 가치는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산은 재생산보다 줄곧 우월한 지위를 누려 왔고, 돌봄 노동은 여타의 노동에 비해 경시돼왔다. 하지만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이상 물질적 풍요만으로 삶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2000년대 초부터 한국 사람들도 '웰빙'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웰빙(well-being)~ 웰빙~' 노래를 불러도 한국 사회는 '웰'은커녕 '헬(hell: 지옥)'로 수렴하고 있다. 왜일까? 웰빙은 물질적 풍요를 넘어 정신적 풍요를 추구할 때 다다르는 상태인데, 그마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패착은 아닐까? 정신적 풍요는 모름지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 예컨대 사랑·시간·신념 같은 가치 - 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돈만 있으면 잘 살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잘 살 수 없는 것이다.
돌봄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돌봄을 주고받는 일은 비록 고된 노동일지라도 그 안에서 정신적인 만족을 얻기도 한다(꼭 얻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돈 버는 일·돈 버는 사람만 인정받는 사회 안에서 돌봄 노동은 자주 천시 받는다. 돌봄의 역할은 약자에게 전가되고,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은 약자로 치부된다. 사람들은 약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돌봄 노동을 회피한다. 그러다 보니 돈벌이가 있는 사람은 으레 돌봄의 기회를 포기하고 돌봄 용역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일반화되었다. 돌봄이 주는 정신적인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임신하면 퇴사' 각서, 왜 늘 여성만의 이야기인가
▲ "정치하는 엄마들"은 2017년 6월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계류 중인 "칼퇴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첫 기자회견 당시 발언 중인 장하나 사무국장(왼쪽) 모습. | |
ⓒ 김성욱 |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주고받는 돌봄은, 사고 파는 돌봄 용역과 질적으로 다르다.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신적인 안정과 위로를 수반한다. 문제는 고용보장이다. 한국 사회는 직업과 돌봄 노동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지만, 잘 살기 위해서는 직업과 돌봄 둘 다 필요하다. 물질적인 가치와 정신적인 가치는 절대 상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살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물론 꼭 직접 돌볼 필요는 없다. 돌봄 노동이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에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다. 모성애 이데올로기를 고려하더라도 '선택권'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직접 돌볼 것인지, 돌봄 용역을 구매할 것인지 선택의 여지를 박탈당했다. 대한민국의 고용단절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계속 일할래? 아이 키울래? 이런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황에 놓인 개인이 비혼·비출산을 선택하는 것은 얼마나 합리적인가?
나 또한 임신·출산·육아의 과정에서 고용단절의 위협에 직면한 적이 있다. 임신 퇴사 각서 뉴스를 보며 울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단 한 명의 남성이라도 입사할 때 '아빠가 되면 퇴사하겠다'는 각서를 썼다면, 아마 세상이 뒤집혔겠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일할 권리에 먼저 주목했다. 왜 엄마(여성)는 아빠(남성)처럼 일할 수 없는가? 왜 여성은 엄마가 된 순간 아빠와 다르게 일자리를 빼앗기는가? '엄마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엄마도 아빠와 다름없는 생산권을 보장하라, 돌봄과 살림은 국가가 책임져라!'
그러나 엄마로 살아온 지난 7년간 돌봄과 살림을 수행하면서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왜냐면 나는 돌봄과 살림에서 정신적 풍요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염려와 보살핌을 줄 때, 세상을 인식하는 관점이 '나'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한다. 시야의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성장한다. 나는 일할 권리를 빼앗기기 싫지만, 동시에 돌볼 권리도 지키고 싶다.
엄마로 지내본 7년, 내가 깨달은 것
누구나 돌봄과 살림을 하면서 비슷한 정도의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진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양육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돌봄권을 논할 때 양육자 입장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아니 양육자의 권리보다 피양육자의 권리(아동 최선의 이익, Best Interests of the Child)가 더 중요하므로 국가는 아동에게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 양육자의 일할 권리보다 돌볼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맞벌이 가족을 대상으로 어린이집을 12시간 운영토록 하고 있다. 이용 아동에게 저녁 식사 제공도 보장하지 않는 엉터리 제도다. 더 정확히 짚자면, 이는 맞벌이 가족을 위한 게 아니라 맞벌이 부부를 고용한 사업주를 위한 제도다.
어린이집이 12시간 열려 있으니 양육자들은 변명하지 말고 일터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엄마는 일할 권리를, 아빠는 돌볼 권리를, 아동의 양질의 돌봄을 박탈당하는 것이 고용단절 문제의 본질인데 현행 일·가정양립 제도는 엄마의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기관 돌봄만 확장해 왔다. 기관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부실 급식·회계 비리 등 돌봄의 질 하락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도 않고 말이다.
▲ 2020년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 육아휴직 대상자 중 24.2%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 |
ⓒ 통계청 |
'공적 돌봄=기관 돌봄'이라는 잘못된 등식부터 당장 폐기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재생산의 수혜를 입고 있고, 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제 정부는 기업의 무임승차를 제재해야 하고, 기업도 재생산 비용을 부담하고 재생산 과정에 당연히 이바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에서 공적 돌봄 정책을 풀어나가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 2337명, 부모 중 육아휴직 대상자는 총 30만 2490명(모 10만 3742명/부 19만 8748명)이며 이 중 육아휴직 사용자는 7만 3105명(모 6만 6293명/부 6812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24.2%(모 63.9%/부 3.4%)에 불과하다.
육아휴직 사용자의 61.9%(모 61.4%/부 67.2%)는 종사자 300명 이상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이고, 대상자 중 사용자 비율을 종사 산업별로 계산하니 부모 모두 공공행정 분야(공무원·공기업 사원 등)가 모부 각각 1위로 나타났다. 임의로 육아휴직 대상자 대신 2020년 출생아 부모 수(출생아 수*2=54만 4674명) 전체를 기준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을 계산하면 비율은 전체 대상자 중 13.4%로 뚝 떨어지고, 같은 해 출산휴가 사용자도 고작 54만여 명 중 7만 949명에 그쳐, 양극화가 극심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즉 종합하면,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되더라도 그 부모가 300명 이상 기업의 노동자이거나, 공공행정 분야의 노동자여야만 마음 놓고 육아휴직 또는 출산휴가를 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28일 국무회의는 돌봄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킬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생후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연달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300만 원)를 육아휴직 급여로 각각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2020년 육아휴직 통계를 바탕으로 위 시행령을 톺아보자. 전체 출생 아동 27만 명 중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 대상자인 경우는 최대 10만 명을 넘을 수 없으니, 출생 아동 중 3분의 1만 적용을 받는 제도다.
또한 2020년 아빠 육아휴직 대상자 중 3.4%, 약 7천 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니 위 시행령은 3.4%+α에 해당하는 아빠들을 위한 것이고, 이는 대체로 상시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이다. 물론 위 시행령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조금 오르긴 하겠지만 모든 아동과 모든 아빠의 보편적인 돌봄권과는 거리가 먼, 아예 무관한 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 휴가도 못 쓰는데 육아휴직 웬 말... '부모 모두에 출산휴가 의무화'해야
2021년 7월 19일 한겨레 <출산휴가 달랬더니 "퇴사해"... 흔적도 없이 쫓겨나는 임산부>보도에 따르면, 출산휴가 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과 함께 생겼으나 통계청도 고용노동부도 '출산휴가 사용률'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출산휴가'를 검색하면, 부모 구분도 없이 '연간 출산휴가 사용자 수'만 덩그러니 나와 있다. 2020년 7만949명 사용... 전체 출생 아동 27만 명의 부모 54만 명 중 약 13%만 출산휴가를 사용한 상황(고용노동부 자료 기반), 그러나 구체적인 통계가 없으니 출산휴가 대상자 중 사용률을 알 수조차 없다.
출산휴가도 제대로 못 쓰는 엄마 아빠들에게 있어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으로 소득 보전율을 높여서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인다고 하지만, 그럴게 아니라 소득 보전율이 100%에 가까운 출산휴가조차 왜 못 쓰고 있는 상황인지 그 이유부터 연구해야 맞지 않을까?
▲ "정치하는 엄마들"은 2017년 6월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계류 중인 "칼퇴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첫 기자회견 당시 모습. | |
ⓒ 김성욱 |
요구는 다음과 같다. ▲엄마 90일(다태아 120일)/아빠 10일로 규정된 출산휴가 기간을 부모 모두 90일(다태아 120일)로 확대하고 출산휴가 사용을 의무화할 것 ▲출산휴가 기간 중 사업주는 매월 급여일에 통상임금 전액을 지급하고, 출산휴가 급여는 노동자 아닌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고용보험)에 신청해서 보전받을 것
▲국민행복카드(구 고운맘카드) 발급 시 건강보험공단은 임산부 및 배우자 정보를 고용보험에 자동 통보하고 고용보험은 사업주에 바로 안내할 것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와 사업주는 각각 지방노동(지)청의 면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을 것 ▲근로복지공단은 출산휴가 사용 전 퇴사한 임산부 및 배우자에게 자발적 퇴사 여부를 확인하고, 비자발적 퇴사의 경우 노동청에 사업주를 신고할 것 등이다.
공무원에만 보장하는 유급 육아시간, 전체로 확대하라
'하루 두 시간? 유급 육아시간? 이게 뭔 소리야' 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것은 스칸디나비아반도가 아닌 한반도의 이야기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제4항 및 제5항에 따라 임신 중인 여성공무원은 모성보호시간(1일 2시간의 범위에서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위한 유급 모성보호시간을 받을 수 있음)을, 만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육아시간(24개월의 범위에서 1일 최대 2시간의 유급 육아시간을 받을 수 있음)을 보장받고 있다.
물론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돌봄권 차별은 이뿐 아니다. 모든 노동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71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나, 위 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교사·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하거나 여성공무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 3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제71조제2항제4호 및 제72조제7호).
이에 대해 '정치하는엄마들'은 2020년 11월 111명의 공동 청구인을 모집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차별이 헌법상 평등권 및 양육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큰 선거 때마다 모든 노동자의 육아휴직을 3년으로 늘린다는 공약이 재탕 삼탕 되고 있지만, 양육자들의 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 1년 있는 육아휴직도 못 쓰는데 3년이든 30년이든 아무리 늘려봐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떡이든 한우든 못 먹긴 매한가지 아닌가? 그런데 유급 육아시간은 누구에게나 솔깃한 제안이다. '고용유지+근무유지'라는 점에서 노동자에게도 사업주에게도 이점이 워낙 크다.
▲ 공무원/비공무원 육아휴직 등 차별에 대한 헌법소원 기자회견 정치하는엄마들은 2020년 11월 1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무원 3년, 비공무원 1년 육아휴직 등 차별이 헌법 상 평등권 및 양육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
ⓒ 정치하는엄마들 |
엄마 아빠가 각각 2년 동안 하루 2시간의 유급 육아시간을 쓸 수 있다면 자녀의 등·하원(교)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그러면 친정·시가 동네로 이사할 필요도 없고, 황혼 육아도 필요가 줄어들 것이다. 아이들 학원 뺑뺑이를 돌리거나 등·하원도우미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고용 단절, 즉 '사회적 해고'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대선 앞 정치권에선 주 4일 근무제를 운운하고 있다. 주 4일제를 시행하려면 일단 법정 근로시간을 주 30시간으로 단축한 다음, 5일제를 유지할지 4일제로 변경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차기 정부가 유급 육아시간이나 유급 돌봄시간(자녀·환자·노인 등 가족 돌봄으로 확장)을 도입한다면, 이는 주 30시간제의 훌륭한 시험대가 돼줄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창립 직후 선정한 최우선 정책 과제는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보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이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돌봄 노동을 병행하다 보니 양육자들은 말 그대로 '시간 거지'가 되었고, 그렇게 가시화된 피해에 대한 논의, 즉 양육자의 노동권과 돌봄권에 대한 논의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직업과 돌봄 노동을 병행할 수 없는 사회구조 때문에 출산과 육아를 삶의 선택지에서 배제하기로 한 사람들 또한, 출산/비출산의 선택권을 박탈당한 비가시화 된 피해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어떻게 저출생 해소와 연결되는가
돌봄과 살림이 생산 노동과 비교해 저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산 노동이 주지 못하는 정신적인 풍요를 재생산 노동을 통해 얻을 수 있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아빠인 사람은 없듯, 정치하는엄마들 구성원들도 처음부터 양육자는 아니었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보람도 크고, 차별을 겪으면서 느끼는 열패감과 억울함도 크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엄마라는 나의 역할이 좋지만, 타인에게 엄마 됨을 추천하지는 못한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더욱 귀담아듣기 바란다. '출산하면' 육아시간을 보장해 주겠다는(그마저도 지키지 않지만!) 정책으로는 결코 출생률을 높일 수 없다. 반면 모든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주 35시간 근무제로 단축하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내용으로 하루 한 시간을 채울 것이고, 그중 누군가는 자녀를 낳고 키우지 않겠는가?
저출생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출산'을 단서로 달지 말고, 출산과 육아를 삶의 선택지에 포함 시킬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출산하면 돈을 준다, 출산하면 집을 준다, 출산하면 돌봐준다' 등등, 출산이 전제된 과거 정책과 대선 공약들을 떠올려보라. 조건을 단 정책들은 여태껏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엄마, 손맛, 집밥... '엄마' 계층을 착취해온 '모성애' 이데올로기를 경계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집밥의 가치는 부정하기 힘들다. 마음의 허기를 달래려면 그런 집밥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집밥 자체를 지양할 것이 아니라, 친밀한 사람들이 평등한 노동을 바탕으로 함께 만들고 먹고, 함께 치우는 것을 집밥으로 재정립하면 된다.
돌봄과 살림은 나쁜 게 아니다.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육아, 타인의 요리, 타인의 식사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은, 돌봄과 살림이 주는 가치를 다들 모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돌봄과 살림을 둘러싼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면 돌봄과 살림이 주는 정신적인 풍요와 만날 수 있다.
2020년 한국의 자살률은 또 OECD 1위다. 특히 40대 이상 자살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한국 남성들이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배제되었기에, 나이가 들수록 삶의 의미를 쉽게 잃는 건 아닌지 섣부른 추측도 해본다. 이제 일할 권리 말고 모두의 돌볼 권리를 요구하자. 그리고 모두의 노동시간을 단축하자!
🟣[오마이뉴스/2022대선 정책오픈마켓/47화 장하나활동가] 기사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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