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사람들의 ‘가짜 3.3 노동자의 날’

“세금 종류, 계약서 제목으로 노동자 권리 삭제시키는 비참한 현실”

방송, 분양산업 등 가짜 3.3 노동자 실태조사, 법률구제 계획 발표

 

위장된 계약형식으로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권리를 되찾기 위한 ‘가짜 3.3 노동자의 날’을 제정하고, 진짜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가짜 3.3 노동자는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노무관리에 의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를 말한다.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프리랜서 외에도 서비스,제조업 등 직종과 상관없이 퍼져있는 이들은 “3.3%, 우리가 납부하는 세율에 착안하여 우리 스스로를 가짜 3.3 노동자로 부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제 56회 납세자의 날인 3월3일을 가짜 3.3 노동자의 날로 정하고 “헌법과 법률로 정한 납세의 기준과 세금에 관한 기본적 상식이 전면적으로 부정당하는 현실을 고발한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했다. 

 

▲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추진단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을 열고 “세금의 종류, 계약서의 제목으로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삭제시킬 수 있는 비참한 현실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1월19일 가짜 5인미만 사업장 11차 공동고발로 시작한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사람들의 권리찾기 성토대장정’ 마지막 순서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첫번째 집중심화조사 업종이 방송산업이다. 방송사, 신문사가 취재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늘 기념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YTN을 포함한 1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 당사자들과의 개별 인터뷰도 이뤄졌다. 

 

▲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끝난 후 개별 인터뷰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끝난 후 개별 인터뷰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김동우(가명) 광주MBC 아나운서는 영상을 통해 ”지난해부터 개편을 이유로 제가 맡던 프로그램을 하나씩 없애거나, 진행에서 하차시키고 있다“며 ”지금은 단 3개의 코너만 맡아 월 보수가 100만원 대로 급감했고, 사실상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2016년 공식 채용절차를 거쳤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요구 받았고, 6년간 일하다 1월 프로그램 폐지·개편으로 하차를 통보받았다며 지난해 12월22일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와 함께 서울고용노동청에 근로자지위 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했다. 

김 아나운서는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해 6년 동안 회사에 주 5일 출근하며 주말 당직까지 서는 노동자가 정말 프리랜서인지 묻고 싶다“며 ”광주MBC는 인력을 쉽게 채용하고 쉽게 해고하고 싶어서 프리랜서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 김동우 광주MBC 아나운서의 당사자 발언. 사진=윤유경 기자.

▲ 김동우 광주MBC 아나운서의 당사자 발언. 사진=윤유경 기자.

 

이외에도 부산아이파크 유소년 감독, 경북 미용실 스태프, 충남 패스트푸드점 스태프 등 공동진정을 접수한 당사자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용기를 내어 권리찾기에 나선 지금, 자신과 같은 또다른 사람들도 권리를 찾아 나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발언에 나서 ”노동자가 모이고 노동 계급으로 하나되는 날이 노동절인데, 전태일 열사가 가짜 3.3 노동자의 날이 무슨 날이야 물을 것 같다“며 ”진정한 노동자의 날로 하나되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왜 대체 지금 근로기준법은 5인미만 사업장에게는 권리를 덜 보장해도되고, 멀쩡히 일하는 노동자인데도 노동자 아닐 수 있게 속일 수 있게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낡은 근로기준법을 전면 재수정하는 일이 지금 시대의 필요한 핵심 과제다. 앞으로 정치 영역에서 정의당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법정 노동자 범위가 너무 좁아서 그 외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불평등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라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는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축사를 통해 “세금의 종류로 노동자성을 빼앗을 수 없는 사회,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열어나가는 분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제1회 가짜3.3 노동자 권리찾기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방송연기자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에서 승소한 배우 연보라(권리찾기 부문), 방송작가 노동자성 법률지원을 한 김유경 들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법률지원 부문), 방송비정규직 권리찾기활동 및 당사자 조직을 건설한 대구MBC비정규직다온분회(노동조합부문), 가짜 3.3 위장노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사회연대부문) 등이 수상했다. 

기념식이 끝난 후, 참석한 노동자들은 ‘일하는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각 13개 글자가 쓰여진 판넬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상징행동에 나섰다. 추진단은 방송산업 등에 대한 가짜 3.3 노동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법률구제사업, 사회연대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디어오늘/기자 윤유경]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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