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유아차 끄는 양육자, 노인, 교통공사 노조…“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
유아차 끄는 양육자, 노인, 교통공사 노조…“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
시민사회단체 국회 앞 기자회견
장애인 이동권 시위 지지 밝혀
교통공사 노조위원장도 참석 “노동자들도 함께 하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를 지지하는 노동자, 장애인, 양육자, 노인 단체의 공동기자회견이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모두의 차별없는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노동자, 양육자, 노인 단체 등 시민사회단체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국회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치하는엄마들, 노년알바노조(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은 전장연과 함께 국회 앞에서 ‘모두의 차별 없는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며 “정치권과 차기 정부는 보편적 권리로서 이동권을 헌법상 권리로 명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입법과 예산 배정, 집행을 더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관련해 소수자를 혐오하고 시민들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 단체들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로 마련된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고령자나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교통약자 등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한 활동가가 아이를 낳아 유아차를 끌다 보니 대한민국은 다리가 자유로운 사람만을 위한 이동권이고 그들만 편한 선진국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 한때 어린이였고 노인이 되어가며 누구나 다치거나 아파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의 어려움으로만 치부될 뿐 사회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답답함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를 지지하는 노동자, 장애인, 양육자, 노인 단체의 공동기자회견이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모두의 차별없는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교통약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고령자(노인) 단체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허영구 노년알바노조(준) 대표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 상황에서 노인들이 외출하기 어렵고 자식을 만나기도 어려워 노인 우울증이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노인들도 이동하지 않으면 인권이나 보람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이번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을 통해 노인들이 타는 엘리베이터가 장애인들의 희생과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전장연 동지들의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쪽도 참석해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직원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작성한 대응 문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교통약자와 보편적 시민의 이동권을 책임져야 할 서울교통공사가 비록 개인의 일탈일지라도 민낯을 드러낸 데 대해 많은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와 장애인의 대결을 부추기고 있는 정치권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많은 역무원을 향해 불법적인 시위를 막지 못한다며 폭언을 일삼고 기관사를 향해 왜 정시에 출발하지 않느냐며 위협을 가한 지 오래됐다”며 “장애인들과 가장 근처에서 함께 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없는 역에서 휠체어를 들어줘야 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면담을 한 지난달 29일 이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한 상태다. 대신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오는 20일까지 삭발식을 진행한다.
이우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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