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노동자·양육자·노인단체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
노동자·양육자·노인단체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
전체 승객의 34%가 교통약자
지하철 노동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
노인·양육자 등 모든 시민의 이동권을 위한 싸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동자·양육자·노인단체들이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고 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아래 공공운수노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 정치하는엄마들, 노년 알바노조(준) 등은 4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전장연의 투쟁에 지지를 표하며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 전체 승객의 34%가 교통약자… “공공성 강화해야”
장애인들은 지난 21년간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투쟁해왔다. 이동권은 교육권, 노동권 등 다른 모든 권리의 출발이기에 반드시 보장돼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이원교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동권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면서 “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했다.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는 지난 3월 17일 YTN의 보도로 ‘전장연 지하철 시위 여론공작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시민사회계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사 내부자이자 노동자로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길에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책임져야 할 공사가 민낯을 드러낸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부끄럽지만 장애인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 휠체어를 들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동편의시설이 필수적인 교통약자는 전체 승객의 약 34%를 차지한다. 여기서 장애인의 비율은 9% 정도며 노인,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양육자, 어린이 등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투쟁에 빚져 만들어진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모든 시민의 이동권과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장애인의 이동권은 지하철 노동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철 노동자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로 인한 사고로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지하철 이동편의시설의 부재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공사 경영진에 참여하는 식의 공공성 강화가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이런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을 헐뜯고 되레 장애인 혐오를 선동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 대표는) 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21년간의 투쟁을 ‘비문명적’이라고 폄훼했다”면서 “곧 집권하게 될 국민의힘은 장애인권리예산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 “엘리베이터, 정부가 만든 줄 알았는데 처절한 장애인 투쟁의 결과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의 연대도 이어졌다. 허영구 노년 알바노조(준) 대표는 “그동안 많은 노인들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이것이 정부가 만들어놓은 시설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 전장연 투쟁을 통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장애인들의 처절한 투쟁의 결과물이란 것을 알게 됐다”면서 “노인복지, 장애인복지는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연대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등은 영유아를 동반한 양육자에게도 필수적이다.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유아차를 끌고 갈 수 없는 곳이 너무나 많다”면서 계단과 턱 때문에 번번이 이동이 좌절된 경험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