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정동칼럼] 멸치 말리는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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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말리는 공항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022.04.26 03:00 입력

난 24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공개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비용편익비율(B/C)이 고작 0.41~0.58이라고 한다. 보고서에서 밝힌 가덕도신공항 사업 예상 사업비는 최대 13조5100억원으로 당초 부산시가 제시한 7조50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인데, B/C를 0.5로 잡으면 사업비 13조원을 들여 얻는 편익이 6조5000억원, 즉 국민혈세 6조5000억원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B/C 1.0을 넘겨야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 국회의원들 사비를 모아서 신공항을 지을 것도 아니고, 손해가 6조5000억원이면 국회의원 1명당 나랏돈 243억4000만원을 허비하는 셈이다. 2021년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표결할 때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 33명을 제외한 267명은 모두 염치없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중 영업이익 최하위권인 무안공항은 1986년 건설교통부가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한 결과 B/C 1.45가 나와 사업이 추진됐지만, 2003년 감사원이 재분석한 결과 가덕도신공항과 비슷한 B/C 0.49로 정정됐다.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무안공항은 건설비만 3000억원이 들어갔는데, 최근 5년간 매년 약 150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고 2020년에는 매출 33억원, 영업이익 마이너스 219억원을 기록했다. 건설비가 많게는 13조원까지 들어간다는 B/C 0.5짜리 가덕도신공항이 ‘멸치 말리는 공항’이 된다면 향후 누적 재정손실은 재앙 수준이 될 것이다. 특별법을 통과시킨 의원들한테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그 100분의 1이라도 평생 물어내라고 한다면, 이렇게 양심 없이 국책토건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인 이유는 2021년 4월7일에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었다. 2020년 4월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한 후 민주당은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당헌 제96조 제2항을 전면 위반하며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공천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부산 선거를 겨냥해서 한정애 의원 대표발의로 특별법을 발의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에 대하여 예산편성 이전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실시해야 하는데, 특별법 제7조는 총사업비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민혈세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도둑놈 심보로 만든 역대급 반환경법을 대표발의한 한정애 의원은 2021년 1월 환경부 장관에 취임했다. 유구무언.

2021년 2월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특별법을 심의할 당시 민주당 간사 조응천 의원은 “실시설계가 나오기 전에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라고 발언했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도 “아무리 급해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나? 우리(국회의원들) 위신상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둘 다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있지도 않은 위신을 왜 걱정했는지 모르겠다.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 등 편법으로 총사업비 약 23조원 중 11%만 예타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했고 50년간 들어갈 총비용은 31조원, 총편익 6조6000억원으로 B/C 0.21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맹비난했던 민주당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으로 부산시민의 환심과 표를 사려고 특별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92일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으나,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사필귀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 ‘국가 해수면 상승 사회·경제적 영향평가’는 2100년 국가 해수면이 평균 1.36m 상승하고 국토 전체 면적의 4.1%에 해당하는 4149.3㎢가 바닷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 남쪽 해안에 인접한 가덕도는 물론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예상 지역이다. 지구온난화·기후위기에 맹렬히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침수예상지에 13조원짜리 공항을 짓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B/C 0.5짜리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예타 면제를 의결한다는 말이 들린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수조원의 혈세를 탕진하고 간다는 오명을 자청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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