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우리도 규칙 지킬 수 있어요” 아이들이 직접 말한 ‘노키즈존 차별’
“우리도 규칙 지킬 수 있어요” 아이들이 직접 말한 ‘노키즈존 차별’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하루 앞둔 4일, 10살 김나단 어린이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 앞에 섰다.
“노키즈존을 반대해요. 노키즈존은 어린이들에게 차별입니다.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하자는 규칙을 써주세요. 안전해야 한다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들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어요. 사실 어른들도 규칙을 지키는 법,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잖아요. … 어른들에게 외칩니다. 차별 대신 함께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정치하는엄마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이날 ‘노키즈존 가고! 차별금지법 오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날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만큼은 차별 당사자인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7살 김한나 어린이도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다”고 말을 이어갔다.
“제가 어른이 아니라고, 어린이라고 못 들어가게 하면 울고 싶어요. 어른들도 아이였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땐 노키즈존이 없었죠.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배워서 나중에 어른들을 못 들어오게 할 지도 몰라요. 어른들이 나쁜 걸 알려주지 마세요.”
어린이들을 조금 더 생각해달라고 9살 이지예 어린이가 말했다. “어린이들도 예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어린이들도 예쁜 카페에서 음료수를 먹고 싶어요. 노키즈존을 없애주세요. 어른들은 못 가는 데가 없는데 어린이들은 왜 못 가는 데가 있나요.”
“거부와 차별 대신 인정과 수용 알려주자”
어린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고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활동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노키즈존은 매우 답답하고 슬프기까지 한다. 물론 소상공인들 마음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거부와 차별의 경험이 아니라 인정과 수용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받아주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는 “위험하니 주의해달라고 공지하는 것과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입장하지 말라는 건 다르다”며 “함께 살아가는 대신 배제하고 쫓아내는 선택이 쉬워졌다”고 짚었다.
노키즈존은 결국 모든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이라고 송지은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활동가는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는 누구나 한 시기 경험하는 정체성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한 부분으로 남는다”며 “지금 어린이 청소년들이 곧 우리 자신이자 동료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1월 노키즈존에 대해 ‘아동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한 식당에 대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에 그쳤을 뿐 강제성이 없어 노키즈존 가게들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유모차 가는 길에 휠체어도 간다”
노키즈존과 함께 최근 아동 차별의 대표적 예로 지목된 ‘○린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하는엄마들 오은선 활동가는 “어린이라는 말이 어떤 일에 미숙한 사람으로 변질돼 폄하되고 있다. 존중받는 주체가 아니라 미숙한 존재로 대상화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역시 지난 3일 특정 분야 입문자를 어린이에 빗댄 ‘요린이’(요리+어린이), ‘주린이(주식+어린이)’ 등 표현이 ‘아동 비하·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며 사용하지 않도록 의견을 표명했다.
어린이에 대한 차별은 또다른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은선 활동가는 “어린이가 열등하고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어 알려줘야 한다는 인식은 장애인, 이주민, 노인, 성소수자에게 확대될 수 있다”며 “유모차가 가는 길에 휠체어도 지나간다.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고 모든 차별 또한 연결돼 있다. 모두가 존중받고 사랑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환대받는 경험 만들어주는 법”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날 기준 24일 차 단식 중인 미류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시민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만들어줄 거냐, 환대받는 경험을 만들어줄 거냐를 가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노키즈존이라서 아이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경사로와 계단턱이 있다고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채용성차별로 번번이 떨어지는 여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동성과 결혼하면 결혼식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 무엇이 차별인지 알고 바꿀 방법을 사회가 함께 찾아야 한다. 이걸 미루면 거절은 혐오가 된다. … 어린이들은 보호구역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차도에 뛰어드는 철부지가 되고, 여성들은 남성에게 무고를 씌워 사람 잡는 괴물이 된다. 이게 지금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5년간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미류 활동가는 “우리에겐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바꾼 투쟁의 역사가 있다”며 “이번 봄에 꼭 평등의 봄을 쟁취해 내년 봄엔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기념 어린이 집회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민중의소리/강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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