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오늘을 생각한다] 노키즈존도 예스키즈존도 아닌

 

모두 다른 구성원을 똑같이 환대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존재를 거부(No)해선 당연히 안 된다. 나의 존재가 어디 누군가의 허용(Yes)을 구할 일인가. ‘천부’의 인권이지 타인이 부여하는 인권이 아니다. 그런 사회로 진일보하려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미류·이종걸 활동가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이종걸 활동가는 지난 5월 19일 건강악화로 단식 종료).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월 4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두고 ‘어린이차별철폐의 날’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키즈존 가고, 차별금지법 오라!’는 슬로건을 걸고, 단식농성장에 함께 섰다. 뜻깊게도 어린이 당사자 3명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고 교실 대신 기자회견장에 선 어린이 활동가들은 육중하고 울림 있는, 이 시대가 경청해야 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하자는 규칙을 써주세요. 안전해야 하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노키즈존이라고 써붙이지 말고요. 우리 어린이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습니다. 사실 어른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잖아요.”(김나단·9세), “내가 그냥 어린이라고 음식점이나 카페를 못 들어가게 하면 난 ‘으앙!’ 울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배워서 나중에 어른들을 못 들어오게 할지도 몰라요. 나쁜 걸 가르쳐주지 마세요.”(김한나·6세),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어요. 어른들은 못 가는 데 없는데, 어린이는 왜 못 가는 데가 있나요.”(이지예·8세)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나이 등을 이유로 상업시설의 이용에서 배제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한다. 하지만 인권위는 동법에 시정명령권과 벌칙 조항이 없다는 핑계로 노키즈존의 확산을 방관했다. 그 결과 노중2존, 노중년존, 노시니어존 등까지 등장하는 등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 사회가 됐다. 201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상업화가 심화하면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공원, 쇼핑몰 등 공공장소의 아동 출입제한 조치로 인해 아동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 형성이 우려되며, 이러한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즉 노키즈존은 아동이 상업시설을 이용할 권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차별과 배제의 경험은 아동이 민주사회 구성원이자 주권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지며, 주체적으로 공공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한다.

제주도에 살고 있어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없었던 딸과 노키즈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기는 봐주면 안 돼요? 아기는 말을 못 하니까, 울 때는 우리가 봐줘야 해요. 아기는 노키즈존을 몰라. 그래서 조용히 할 줄도 몰라. 그러니까 꼭 봐줘야죠. 아기는 아기고, 우리보다 어린 (약한) 개체니까.”(정두리·7세) 노키즈존이 왜 부당한지 설득하기에 조금 지쳐 있던 나는 말 못 하는 아기(약자) 배려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일곱 살 어린이의 단호한 어조에 왠지 북받쳐 울고 말았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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