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 ❝공적돌봄 의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커버스토리] 저출산 해법 ③ 출산·육아정책 "공적돌봄 의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차별적 육아휴직, 문턱 높은 국공립어린이집 개선 '시급'
"아이 돌보는 일에 국가적 철학 부재해"
대한민국에 인구소멸 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합계출산율이 지난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하락한 이래 2021년에는 0.81까지 떨어졌다. 인구 자연감소도 지난 2월 기준 2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유삼현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둘째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데다 가임기 여성 인구 또한 줄어들고 있어 출산율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인구가 너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저출산이 발생하는 원인은 청년층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를 낳아서 키울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양육하는 동안 맞벌이 등을 유지하기도 어려우며 고가의 사교육비를 쏟아부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청년들이 자녀 출산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저출산의 다양한 원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싣는 순서 ① 부동산 ② 교육 ③ 출산·육아정책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바로 돌봄 문제가 있다. 출산한 자녀를 돌보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그나마도 제대로 된 돌봄이 보장되지 않고, 육아를 위해선 회사를 그만 둬야 하는 현실에서 누구도 선뜻 출산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워진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이미 필수재가 된 지 오래지만 그로 인한 육아 공백을 메꾸기 위해선 차별적인 육아휴직제도와 문턱 높은 국공립어린이집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 인구 중 여성의 비율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40%(2208만8천명 중 903만7천명)에서 23년 만인 2022년 6월 44%(2873만명 중 1244만9천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해 4월 기준 경력단절여성은 144만8천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원인은 육아(62만6천명), 결혼(39만6천명), 임신·출산(32만명), 자녀교육(5만5천명), 가족돌봄(5만명) 순이었다. 결혼 전 근로를 했다가도 결혼 후 임신·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이 발생한 것이다.
또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2021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출산한 부모 중 육아휴직 대상자는 총 31만9100에 달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6만8800명(2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육아휴직률이 낮은 이유로 ▲중소기업 등 사용 어려움 ▲사용 후 승진 등 불이익 ▲낮은 급여율 등이 지적된다.
자동육아휴직제도 등 통해 중기 육아휴직 인지도 높혀야
지난 2019년 5인 이상 299명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수는 총 791만명에 달하지만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총 사용자 중 16.3%에 불과했다. 반면 300명 이상 대기업 근로자는 330만명인데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총 사용자 중 62.7%에 달했다.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아닌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 조성이 안 돼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근로자가 육아휴직 사용을 요청하면 여전히 사직을 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근로자들도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중소기업들이 워낙 육아휴직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데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처럼 대체인력 사용이 수월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정덕 활동가는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해 출산 시 한번의 신청으로 출산휴가와 아울러 육아휴직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육아휴직 신청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와 직원 간 마찰을 줄이고 중소기업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지도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육아휴직제도 개편방안 연구(2019년 6월)'에 따르면 중소기업 육아휴직 사용률을 늘리기 위해선 ▲육아휴직을 눈치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 조성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성 향상 ▲대체인력 문제 해결 등이 급선무다.
육아휴직 후 승진 등 불이익 없애야
여성정책연구원의 ‘육아휴직자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2019년 7월’에 따르면 육아 휴직 후 승진에서의 차별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육아휴직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배치·승진 ·보상·평가 등 전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차별의 주체는 사업주가 가장 많았고, 차별에 대한 대응으로는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71.8%)"고 응답했다. 참고 넘어가는 이유로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0.4%)', ’인사고과·승진 등 직장생활에 불이익이 우려되서(30.4%)‘라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육아휴직 불이익을 막는 대책으로 ▲불이익 시 사업주 처벌 강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로감독 강화 ▲기업 규모별 맞춤형 정책 실시 등을 제안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는 “현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러나 기업활동도 결국 사회 전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차원에서 통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급여·기간 등 확대 및 차별 없애야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급여를 육아휴직 전 기간에 걸쳐 통상임금의 80%(최대 150만원, 최하 70만원)을 지급하는 등 제도를 확대·시행키로 했다. 기존에는 첫 3개월까지만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기간은 통상 임금의 50%(최대 120만원, 최하 70만원 지급)을 지급한 바 있다.
아울러 근로자수 제조업 500인 이하, 건설업·정보통신업 300인 이하, 도소매업·금융업 200인 이하 등 우선지원대상기업의 사업주가 육아휴직 허용 시 첫 3개월 동안 매달 200만원, 나머지 기간 동안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이 신설됐다. 대신 인수인계 기간 1개월 동안 120만원, 나머지 기간에는 80만원을 지급하는 대체인력 지원금은 폐지됐다.
또 정부는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육아휴직급여와 기간, 육아휴직 지원금 등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가 확대됐지만 상한선이 150만원으로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규모인데다 신설된 육아휴직 지원금을 연 단위 환산 시 기존의 대체인력지원금보다 적은 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자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덕 활동가는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아이를 돌보고 키워내는 예산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은 인간 돌봄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기업들 입장에서 대체인력을 선발·교육하는 데는 큰 부담과 불이익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인력풀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인력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활동가는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의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데 민간기업 노동자들은 1년 이하 사용이 가능하다”며 “부모가 공무원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아이들이 돌봄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을 1년6개월로 늘릴 게 아니라 공무원과 똑같이 3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공립 확충 의지 없는 정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도 저출산 해소를 위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기준 전체 어린이집(3만3246)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5437개소로 16%에 불과하며 재원아동수도 전체 아동(118만4716명)명 중 22%(26만8967명)에 불과하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50%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하고 물러났다.
유독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보육서비스의 공적 전달체계로서 비용·서비스 질적인 측면에서 공공의 책임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김진석 교수는 “민간어린이집들이 아무리 반대를 하더라도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해야 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실행하면 될 것”이라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 대응과 공적 돌봄에 대한 의지가 없고 예산을 더 쓰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아이를 더 낳기를 더 바라겠나”며 “사람들을 돌보는 데 관심을 쏟지 않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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