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교육부 ‘초등 저녁 8시 돌봄’ 확대…“학부모 ‘늦은 퇴근’이 진짜 문제”
교육부 ‘초등 저녁 8시 돌봄’ 확대…“학부모 ‘늦은 퇴근’이 진짜 문제”
2025년까지 ‘초등전일제’ 확대 추진
교사들 “행정업무 늘고 비교육적” 반대
학부모 “돌봄공백 해소할 현실적 대책”
지난 2020년 5월6일 경남 김해 관동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거리를 두고 앉아 돌봄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만 5살 초등 조기입학’ 학제개편안이 폐기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교육부가 국가교육책임제 강화 방안으로 ‘초등전일제’ 정책을 내놨다. 초등전일제는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방과후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는 것인데, 교사들은 ‘돌봄 책임 전가’ 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2025년까지 초등전일제 학교를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초등 돌봄교실 운영도 저녁 8시까지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저녁 7시까지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2023년부터 이를 저녁 8시까지로 연장하고 2025년부터 돌봄과 방과후 과정을 강화하는 초등 전일제를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선 교육을 위한 공간인 학교에 학생들을 늦은 시간까지 잡아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익산의 초등학교 교사인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은 “현재 돌봄 교실이나 방과후 학교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이름만 다를 뿐 정규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아이 혼자 교실에 우두커니 앉아 비디오를 보는 경우도 많다”며 “과연 아이를 그런 식으로 늦게까지 학교에 두는 게 올바른 일인지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11일 성명을 내고“초등전일제 학교는 아동의 행복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라며 “교육을 위해 설계된 학교 시설은 돌봄과 쉼을 보장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초등전일제 확대라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의 업무 부담이 커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면 외부 강사 선발, 학부모 민원 응대, 각종 회계 처리 등 교사의 행정 업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학교와 교사에게 돌봄 업무를 짐 지우는 식의 초등전일제 운영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교육청은 학교의 상급기관이기 때문에 교육청에 전담기관을 둬도 결국 교사는 업무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며 “지자체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학교는 공간을 지원하는 정도로 협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초등전일제에 대해 반발하는 것과 달리,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들은 돌봄공백을 해소할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게 근본 대안이겠지만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학부모 개인의 힘만으로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것보다 학교에서 돌봄이 이뤄지는 게 현실적이다. 학교가 교육과 돌봄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활동가는 이어 “다만 아이들이 방과 후 놀이나 예체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돌봄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돌봄 전담사들의 노동 조건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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