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정동칼럼] ❝소수의견❞
정동칼럼
소수의견
2022.08.16 03:00 입력
지난 9일, 사실상 철회된 만 5세 조기입학 정책에 대하여 소수의견을 남긴다. ‘만 5세 의무교육환영, 단 유아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7세 아동에 대하여 현행 누리과정을 유지하고, 당연히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치원교사를 배치하고, 교사 대 아동비율도 유치원과 동일하게 1 대 20 이하로 유지하고, 교실 환경도 유치원처럼 좌식 생활이 가능하도록 리모델링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른바 ‘K학년제(취학 전 유아 의무교육)’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K학년제에 대해서는 지난 7월2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간한 이슈페이퍼 ‘K학년제 도입의 쟁점과 전망’을 참고하시길 권한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나의 소수의견은, 쉽게 말하면 병설유치원 7세반을 의무교육화하자는 거다. 기존 학제를 건드리지 않고 0학년을 신설해 K학년제를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학교 공간 안에 0학년 교실을 수급하는 게 어렵다. 특히 학령기 인구가 밀집된 신도시 지역은 이미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0학년 신설은 실현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만 5세 아동이 조기입학하되 1학년은 유아교육 과정을 이수하며, 1년 동안 초등학교 공간 안에서 충분한 적응기간을 갖게 하여 ‘유초연계’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초등학교 연간 수업시간은 2020년 기준 680시간으로 OECD 평균 789시간보다 100시간 이상 적다. 네덜란드 940시간, 뉴질랜드 922시간, 아일랜드 909시간, 프랑스 900시간 등 900시간이 넘는 나라도 7개국이나 된다. 한국의 수업시간이 적은 이유는 저학년 조기하교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의 초등 저학년 정규수업 종료시간은 오후 3시 이후이고, 전 학년 동시하교가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의 초등 저학년 하교시간은 오후 1시~1시30분으로 어린이집·유치원이 오후 4~5시에 하원하고 있는 현실과도 괴리가 크다.
6학년 하교시간도 오후 2시30분~3시로 주요 국가보다 이른 편이다. 즉 초등 1~6학년 전부 오후 3~4시에 동시 하교하면,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 6년 동안 가르치던 교육과정을 2~6학년까지 5개년 동안 가르치는 것도 무리가 없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주장대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졸업을 1년 앞당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운 1년’은 반드시 학생의 행복을 위해 쓰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덴마크의 애프터스쿨(Efterskole)이나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와 같은 ‘공교육의 진로지도·탐색’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9학년까지 중학교 과정을 마친 덴마크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선택적으로 애프터스쿨에 들어가 10학년(전체 학생 중 약 30%) 과정을 보내며, 말 그대로 1년간 인생을 설계한다.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인 고등학교 1학년 때 직업체험, 현장학습, 교환학생, 해외여행, 봉사활동 등 다양한 특별 과목을 선택하여 진로를 탐색하고 사회를 경험하게 한다. 1970년대 도입 초창기에는 학부모의 반발로 소수 학교만 참여했지만, 2013년 기준 아일랜드 전체 학교의 80%가 전환학년제를 운영하며 전체 학생의 55%가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교육과정은 3-5-4-3 학제로 유치원 3년(5~7세), 초등학교 5년(8~12세), 중학교 4년(13~16세), 고등학교 3년(17~19세)이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교육개혁으로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연계되어 있으며, 유치원 3학년(7세) 때 이름 쓰기 등 최소한의 문자교육을 시작하되 6세 이전 문자교육은 금지한다. 유치원~초등학교의 하교시간은 일괄 오후 4시이고, 방과후 학교는 18~19시 운영한다. 프랑스의 중학교 4학년 역시 직업교육 준비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초등 하교시간을 연장한다고 하면, 대번 학원 갈 시간이 줄어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것이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이다. OECD 대비 정규수업 시간은 짧지만, 학생 개인의 학습시간은 길다. 2003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학생들은 일주일에 수학을 4시간22분 공부해서 544점을 얻었고, 한국 학생들은 8시간55분을 공부해서 542점을 받았다. 핀란드 아동들의 주관적 행복도가 OECD 최상위권인 데 반해 한국은 만년 최하위권이다. 공교육 개혁은 지상과제다. 만 5세 조기입학을 막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 학부모, 교육관계자, 정치인들 모두 그 기세로 지체 없이 교육개혁을 논하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장하나활동가] 전문 보기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160300035
- 3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