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야생동물 위협하는 새해맞이 풍선날리기···이제 그만할 때도 됐는데
계묘년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 1일 충남 보령시 성주산 일출 전망대 해맞이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새해 소망 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새해맞이 행사에서 야생동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풍선 날리기 행사를 실행한 지자체가 적어도 10곳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풍선 날리기는 환경 오염 문제 등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 행사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의 항의로 계획했던 풍선 날리기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향신문이 각 지자체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역언론의 보도와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1일 충남 보령, 전남 장흥과 보성, 전북 고창과 김제, 임실, 경남 합천과 하동, 거창, 전남 나주 공산면 등 10곳이 풍선 날리기 행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서울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전국 72곳)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새해맞이 단골 행사로 풍선 날리기가 벌어진다.
풍선 날리기 행사로 인한 피해를 본 조류의 모습. 경기도 제공.
풍선 날리기에 쓰이는 풍선은 대기 중으로 올라가는 도중 일부가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나머지는 육지와 바다로 떨어져 이를 먹이로 착각한 야생 조류나 어류, 바다거북 등의 목숨을 위협한다.
일부 지자체는 생분해되는 친환경 풍선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환경 풍선도 특정 조건이 갖춰진 바다나 토양 등에서만 분해되는 경우가 많다. 하늘로 올라간 풍선이 나중에 어디로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환경오염 위험 때문에 영국 옥스퍼드·카디프, 미국 뉴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지브롤터 등에서는 풍선 날리기를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는 2019년 12월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풍선 날리기를 금지했고, 제주도는 2020년 1월 풍선 날리기를 전면 금지해달라는 협조공문을 산하단체에 보냈다. 이 밖에도 서울 동대문구, 충북 괴산과 충주, 충남 태안 등 많은 지자체가 풍선 날리기를 중단했다.
풍선 날리기 행사로 인한 피해를 입은 조류의 모습. 경기도 제공.
올해 풍선 날리기를 실행하려던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의 항의로 이를 취소했다. 앞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말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새해맞이 풍선 날리기 행사’ 개최 현황을 조사해 공개한 뒤 시민들과 함께 해당 지자체에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 단체 조사에서는 지자체 6곳과 기업 2곳이 풍선 날리기 행사 개최를 예고했으며 이 가운데 합천군과 오션투유리조트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기업은 시민들 항의로 행사를 취소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새해 소망을 실은 풍선은 쓰레기가 돼 땅이나 하천, 바다에 떨어져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한다”며 “새해 풍선 날리기는 새해 소망을 비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인 셈이다.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시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기자 김기범·강한들] 기사 본문 보기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10315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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