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 오늘을 생각한다] ❝진짜 못 막아?❞
딸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는 엄마니까, 딸에게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첫 번째 사람이니까, 작디작은 희망일지라도 늘 그것만을 강조해왔는데… 이번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엄마, 나 하고 싶은 게 있어.” “뭐?” “여름에 곽지해수욕장에서 물안경 쓰고 물고기 보는 거.” “근데 4, 5월에 일본이 방사능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리면 못 할 수도 있어.” “그거 못 막아?” “엄마가 힘이 약해서… 못 막을 것 같아.” “엄마, 울지 마. 근데 진짜 못 막아?” “아무래도 못 막을 것 같아.” “기도하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도도 하면 좋지만, 기도하면서 힘을 내서 사람들이 뭔가 해야 해.”
지난 1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개시 시점을 “올해 봄부터 여름쯤”이라고 밝혔다. 그 기사를 보고 두 달 가까이 외면해온 두려움과 무기력감이 쓰나미처럼 덮쳐왔다. 2021년 4월에 이미 오염수 방류를 예고했으니까, 두 달이 아닌 2년 묵은 공포다.
“진짜 못 막아?”라는 딸의 질문에 내 보잘것없는 세계가 와르르 무너졌다. 희망 하나로 움직이는 활동가에게 절망은 치명적이다. 우는 호흡에 들썩이는 내 어깨를 딸의 작은 손이 위로했다. 작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고 조금 끈끈한 사랑의 손, 죄 없이 죗값을 치러야 하는 손. 더 기가 막힌 것은 딸의 꿈이 ‘상군 해녀’라는 거다. “두리야, 엄마 잘못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안해. 네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너는 너무 많은 걸 잃는구나. 너의 아름다운 꿈까지….”
방사성 물질을 희석해 바다에 버린다는 패륜적인 인간, 그걸 방관하는 몰지각한 인간, 미래는 누구를 더 탓할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현재까지 하루 수백t(현재 하루평균 150t)의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12년간 집적해왔다. 그렇게 저장탱크에 쌓인 오염수가 125만t에 달하고 최대 저장용량에 육박하자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춘 다음 바다에 버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저장탱크를 더 짓거나, 시멘트로 고체화해 영구 보관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해양 방류’를 선택했다. ALPS 처리수의 70%가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데 삼중수소 수치만 측정해 배출하겠다고 한다. 측정 결과가 나오는 반나절에서 하루 동안 수십만t의 희석된 오염수를 보관할 공간이 없어 일단 배출한 다음 측정 결과를 확인한다니, 지독하다.
법무부는 왜 국제법 대응 보고서를 비공개하는가? 윤석열 정부는 최인접 국가로서 지체없이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개시를 미루는 잠정 조치를 요청하라. 나는 진짜 포기한 걸까? 포기해도 될까? 포기할 수 있을까?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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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24&art_id=20230310111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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