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유보통합, 새로운 뉴스를 기대한다
유보통합, 새로운 뉴스를 기대한다
2023.03.22 03:00 입력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새롭지 않은 뉴스들이 있다. 철마다 어김없이 기사화되지만 곧장 사라져버리는 이슈들로 유보통합 역시 빠질 수 없는 단골 소재다. 대통령 선거 국면마다 대두되는 유보통합 이슈는 근 30년간 지속되며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유보통합’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바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도 후보들마다 유보통합 공약을 내놓았고 사실상의 이견을 찾기 어려웠다. 문제의 초점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정부는 지난해 9월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했고, 올해 1월 말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국무총리 훈령인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위원회 및 추진단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법령을 제·개정하고 선도 교육청을 운영한 후,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보통합이란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유아교육·보육 체계의 통합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유아교육 및 보육 체계는 이원화되어 있다. 만 2세 미만의 영유아가 어린이집만 등원 가능한 데 반해, 만 3~5세 영유아는 ‘유치원’으로도 진학할 수 있다. 어느 기관에 등록하느냐에 따라 감사를 받는 기관도, 관계부처도, 적용법령도, 교사 양성 과정도 달라진다.
얼핏 보기엔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이로 인해 행·재정 낭비가 계속되어 왔다. 어린이집은 부처로는 보건복지부,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의 관할하에 있고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유치원의 경우 교육부 소속으로 국회 내 교육위원회 의원들의 감사하에 유아교육법을 근거로 작동된다. 유아교육·보육 기관 관련 법령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길은 없다. 매번 두 부처를 움직여야 하고, 두 개의 법령을 개정해야 하며, 국회 내 두 개의 위원회가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한 곳이 사각지대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충격적이거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언론의 관심을 받더라도 그 순간은 반짝에 불과하다.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지난한 싸움을 필요로 하고, 집념을 가진 누군가가 계속해 씨름하더라도 여론이 환기되고 국회를 비롯해 여러 정황이 맞물려 움직여야만 법·제도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도중에 좌초되는 일이 다반사다. 하나도 그런데 둘은 오죽할까. 수년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사립 유치원 사안의 경우에도, 당시 유치원이 집중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유아교육법 등만이 개정되었고 어린이집이 사각지대로 남겨졌다. 국민권익위가 어린이집도 유치원에 맞춰 폐원 절차 등 관련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실효성을 갖지 못했고 수년 전 예견되었던 문제는 근래 ‘어린이집 줄폐원’ 관련 뉴스로 보도되고 있다.
현장의 혼선도 문제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동년생 어린이라도 어느 기관에 다니느냐에 따라, 다른 급식비를 지원받고, 다른 기준의 시설에 머물며, 추가 교육비를 다르게 부담한다. 일례로, 유치원은 3000~3500원 수준의 급식비를 지원받는 반면,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 단가는 250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어린이집 급·간식비 단가가 십수년째 동결이라는 사실이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을 중심으로 밝혀지면서 어렵사리 인상된 결과다. 이뿐만 아니라 운영 시간에도 큰 차이가 있다. 돌봄 가능시간, 방학 기간의 차이는 양육자의 일·생활 양립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다. 현재로는, 자신이 원하는 기관이 있다손 치더라도 배정을 받아야만 등록 가능하기 때문에 양육자 입장에선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려야 하고 원치 않는 곳에 배정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그게 중요한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유보통합은 어린이와 엄마, 아빠, 나아가 온가족이 육아에 동원되는 시대에 조부모의 매일에 영향을 미치고, 연간 3조5000억원가량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정치적 현안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정치권의 의지다. 아동권익을 최우선으로 대승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야당의 적극적 의지도 중요하다. 추진단 설치에 그치지 않고 법령 개정, 부처 이관, 예산 확보에 이르기까지 계속적으로 뉴스가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촉구한다.
📰기고 전문 보기
https://news.khan.kr/hJ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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