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최저임금 적용 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 철회한 조정훈, 여당 손잡고 재발의
“현대판 노예제” 비판에도 내용 수정 없이 그대로 추진...조정훈실 ‘면담 요청’에 진정성 믿었던 이주노동자 “실망스럽고, 화나”
“최저임금 적용 없는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만드는 법”을 발의해 논란을 빚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법안 제출 하루 만인 23일 이를 철회했다.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일부 의원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찬성 철회’로 돌아서며 ‘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라는 법안 발의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조 의원은 이 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접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법안을 금명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앞서 22일 이주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월 100만 원의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의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조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이정문, 국민의힘 박수영·서정숙·유상범·전주혜·조은희·최승재·최형두·태영호 의원 등 11명이 최초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날 민주당 김민석·이정문 의원이 법안 참여자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혀 공동발의자는 9명으로 줄었다. 법안 발의 요건을 못 갖춘 조 의원의 법안은 현재 철회 상태에 있다.
공교롭게도 조 의원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매년 3월 21일)’, 차별을 강화하는 법을 발의했다. 조 의원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나열한 법안 필요성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맞벌이하는 청년 부부가 많고, 이들에게는 아이를 돌봐줄 돌봄 노동자가 필요한데, 가사도우미 비용은 비싸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면 가사 부담을 덜며 워킹맘의 경력 단절 문제도 해결된다’는 것.
2023년 최저시급 9천 620원이 이주노동자에게 적용되기에 ‘비싸다’는 게 조 의원의 판단이다. 조 의원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만 무작정 도입한다면 월 200만 원을 결국 써야 한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적은 비용으로 청년 부부들을 도와 비용이나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의원실은 이르면 이날 중 법안을 재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민주당 의원 두 분을 제외하고 기존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동발의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발의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한 분에게 더 요청하고 있는데 그분만 하면 재발의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접촉하고 있는 한 명도 국민의힘 의원이냐’는 물음에 “현재는 국민의힘 의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재발의 단계에서 법안을 고칠 의사는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내용에 관해 수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적용 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법’이 필요한 이유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나라에 있다”,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이 너무 비싸다” 등 주장을 들었다.
현행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를 법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다. 가사노동을 사적 영역으로 보지 않고,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지난 2021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고, 지난해 6월부터 바뀐 법이 적용되고 있다. 가사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도록 명시하고,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4대 보험 등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조 의원의 법은 현 체제에서 ‘이주노동자’만 예외로 하자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에 면담 요청하고, ‘뒤통수’ 친 조정훈
조 의원의 법안 발표에 정의당·기본소득당과 노동·시민사회는 일제히 반발했다.
지난해 11월, “이주노동자에게 필요한 게 있느냐. 만나서 얘기하자”는 조 의원실의 연락을 받고 면담까지 했다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통화에서 “너무 화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당일 조 의원이 갑자기 다른 회의가 잡혀 만나지 못했지만, 의원실 보좌관, 비서관들이 제게 ‘의원님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너무 걱정하신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의원이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100만 원이 안 되게 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차별하는 법을 발의한 것”이라며 “너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이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이런 법을 만들어도 되는 건가”라며 “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힘써달라고 얘기했는데, 이렇게 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합법하겠다는 국회의원, 자격 없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저출생 대책’이라는 조 의원의 시각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활동가는 통화에서 “양육자도 무시하고, 돌봄 노동자도 무시하는 법”이라며 “돌봄은 고강도 노동인데 이를 제대로 처우해주지 않고,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돌봄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너무 모순적이고, 굉장히 차별적”이라며 “농업, 공업, 가사 분야 모두 이주 노동자의 노동력이 없으면 힘든데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주고 한국 사회에서 같이 잘 살고, 생존하도록 체계를 마련해줘야지 역행하는 법안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위선희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현대판 노예제도인가. 2023년에 대한민국에 인종차별 합법화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조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조, “국가의 저출생 문제를 인종차별에 기반한 노동력 착취로 풀겠다는 반윤리적인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조 의원을 비롯해 함께 공동발의한 의원들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근로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한다’는 협약 위반에 동의하는 것인가”라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착취당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보고 배울 세상은 더욱 끔찍한 미래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또한 논평을 내 “말도 안 되는 정책 실험을 위해 헌법과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지금도 심각한 여성 노동의 임금 격차와 차별을 심화시키는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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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op.co.kr/A000016300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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