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 오늘을 생각한다] 이제 한국전쟁을 끝내자!
나는 전쟁 중에 태어났다. 전쟁 중에 딸을 낳았고, 오늘도 전쟁 속에 살아가고 있다. 1950년 이후 태어난 한국 사람 모두 비슷한 처지다. 2023년 4월 기준 총인구의 88%가 여기 해당한다. 역설적으로 정전협정 이후 70년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한국전쟁은 모두에게 잊혔다. 2021년 7월 국무총리 산하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1>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4.1%, IMF 세대의 68.3%가 북한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은 청년층보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으나, 전쟁 세대의 52.9%, 즉 절반 이상이 북한에 무관심하다고 응답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느니, 김정은씨가 군사정찰위성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겠다느니 뉴스가 나와도 무감각하다. 오래된 전쟁은 말 그대로 우리 삶의 일부가 돼버렸다.
한국전쟁 때문에 53만명(징집병 약 30만명)의 군인이 복무 중이다. 국방 예산으로 한 해 57조원(복지예산 109조원)을 쓴다. 전체 국가재정의 9%에 달하는 액수로, 하루에 1561억원씩 전쟁 비용으로 쏟아붓는 꼴이다. 전 국민을 대학교까지 무상교육 하고도 남는 돈이다. 이게 다 삶의 일부라니 끔찍하지 않은가?
초등학생 시절 전두환 군사정권은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들어 물 공격을 하면 63빌딩이 반쯤 잠길 것이므로, 평화의 댐을 지어서 방어해야 한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돈을 걷었다. 어린이도 예외는 아니라서 전교생이 성금을 모아 보냈다. 수년이 지나 북한의 물 공격이 허구이며 정권의 조작이었단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 일로 누가 사과하거나 처벌을 받는 건 보지 못했다. 물론 돈을 돌려받은 사람도 없다. 선거철마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선거 전략으로 삼는 소위 ‘북풍’이 얼마나 불어댔는지, 생소한 분들은 총풍 사건·북풍 사건을 검색해 보시라.
2011년부터 제주 강정마을의 ‘평화 활동가’가 됐다. 그전에는 나도 전쟁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강정에서 전쟁을 구실로 국가가 한 마을을 어떻게 짓밟는지 똑똑히 보았다. 나는 수갑 한번 못 차봤지만, 누구보다 선량한 활동가들이 범죄자가 돼 줄줄이 끌려 들어가는 걸 보면서 속수무책의 슬픔에 가라앉았다. 반면 국가는 온갖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것이 국가 폭력의 실체다. 전쟁은 (국가) 폭력을 정당화한다. 국가가 주관하는 ‘6·25 행사’를 보면 안보와 보훈만 떠들고 전쟁의 실체는 은폐한다. 전쟁은 그러나 결코 전혀 멋지지 않다. 전쟁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비참하고 슬픈 짓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 아니라 반전평화의 달이 돼야 한다. 5850일째 싸우고 있는 강정 지킴이들이 완공된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매일 전쟁 반대와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고 있다. 정전 70주년이다. “이제 한국전쟁을 끝내자!”라고 함께 외칠 분들은 6월 10일 제주 강정으로 오시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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