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신문]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은 시민대표 자격 없어”
제9대 부천시의회가 출범 1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성비위’와 ‘갑질 막말’ 논란을 일으키며 의원들의 자질 부족과 부적절한 행동을 여실히 드러내 깊은 상처를 입었다. 급기야 지난 1일 개회해 15일 폐회된 부천시의회 제268회 정례회는 일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가 파행 운영되며,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들은 의회 차원의 해소 방안이나 개선의 여지조차 찾지 못해 향후 의정활동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부천시의정사에 부끄러운 한 페이지로 남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의원들의 잘못된 행태가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을 때 시의회 앞에는 매일 자발적으로 피켓을 들고 찾아오는 시민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뜰안에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나유진 관장이었다. 시민모임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이기도 한 나유진 관장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나서게 된 이유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1인 릴레이 피켓 시위 중인 나유진 관장 © 부천시민신문 |
Q: 부천시의회 재문위원장의 갑질과 막말 시위에 나서게 된 계기는?
- 사회에서 갑질과 막말은 심각한 사안이잖아요. 그런데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시의원이 막말을 한다, 갑질을 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죠. 이런 일이 폭로되었는데, 그 당사자를 시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한 발언임이 확인되었는데도 반성은커녕 아니라고 우겨대는 그 상황이 너무 어이없었어요.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같이 활동하는 시민들과 논의하고 함께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해당 시의원에게 요구한 것은?
- 재정문회위원장 사퇴와 부천시민들에게 사과를 요구했고요. 해당 시의원 뿐만 아니라 부천시의회 전체와 최성운 의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였습니다. 한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의회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폭로가 나오기 전에 먼저 개선되었어야 하는 문제잖아요.
Q: 시위를 하면서 지켜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시의원들의 뻔뻔함입니다. 시민들이 자신들을 향해 문제를 지적하면 죄송한 마음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1명의 문제로만 여기고 나머지는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찾아와서 사과하진 못하면서 문 안쪽에 숨어 바라보는 것도 웃기고요. 지난번 박성호 의원 사건 때는 우리를 찾아와 사과하는 시의원도 계셨습니다. 이번에는 ‘밥 먹고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식사도 못하면서 그 시간에 피켓을 드는 이유를 모르는 것인지…. 가장 황당했던 건 해당 시의원이 우리 앞에 찾아와서 한명 한명 사진을 찍은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의회 2층 사무실에서 1인 시위하는 시민들의 사진을 찍는 이상한 행동으로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을 선출해준 시민들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반성은커녕 사진을 찍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겁박한 것 아닐까요?
Q: 시의회나 해당 의원에게 기대한 것은?
-최소한 부천시의회 의장이 찾아와 시민들에게 사과 할 줄 알았습니다. 해당 시의원은 물론이고요. 공무원이 일을 잘하게 하는 방법은 소리를 지르거나 말도 안되는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죠.
Q: 해당 시의원을 직접 찾아가 사과를 요구하진 않았나요?
-네, 직접 찾아가진 않았습니다. 다만 개인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연히 별 반응은 없었습니다.
Q: 어렵게 목소리를 내주셨는데…, 당사자들의 사과 없이 상황이 종료돼 아쉽습니다. 혹시 이후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1인 릴레이 시위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각각 활동하는 단체가 다르기도 하고요. 구체적인 계획을 의논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요. 지금도 몇몇 분들은 서명도 받고, 더불어민주당에 항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좀 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적극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임은분 시의원이 시인한 ‘주둥이 발언’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갑질이잖아요. 이런 사실이 시민들에게 다 알려졌는데 어떻게 시민들 앞에 얼굴을 내밀겠어요? 아직도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이런 태도로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Q: 최근 몇 년간 시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부천시의회가 전국적인 망신을 산 일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지난 8대 후반기 의회에서는 신임 의장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죠.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8대 시의원 구속부터 박성호·임은분 시의원까지 가장 기본적인 자질(인성 포함)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공천을 받는 건 현재 정당의 공천 시스템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위원장이나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줄을 잘 서야 공천을 받는 시스템, 사람을 전혀 키우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제대로 자질을 갖춘 시의원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정치인)을 제대로 키워내고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는 공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공천 시스템’이 변경되어야 해요.
또 하나 특기할 사항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된 시의원 3명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을)지역위 소속이네요. 공천권자인 설훈 의원도 책임을 느끼셔야 할 것 같아요.
Q: SNS에서 ‘부천시의회를 지켜보는 시민들’을 운영하던데 어떤 목적으로 개설되었고 활동 내용은 무엇인가요?
▲ ‘시민들과 함께 운영 중인 SNS의 <부천시의회를 지켜보는 시민들> © 부천시민신문 |
-지인들과 부천시의회 자료를 이야기하다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정보가 공유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 시의원들이 더 열심히,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할 테고, 결과적으로 민의가 적극 반영되는 도시가 될 것이라 생각해 지난해(2022년) 개설하게 되었어요. 때마침 부천시의회가 상임위까지 유튜브 라이브를 도입해 시민들이 시의회에 접근하기가 조금 쉬워졌지요. 21일 현재 283명이 참여하고 있어요. 이곳을 통해 시민들이 의견도 내고, 또 시의회 모니터링을 하는 단체의 자료도 공유하고…. 이번처럼 시의원들의 문제가 생겼을 때는 비판과 여론 조성을 담당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정말 제몫을 해주길 당부드리고, 시민들은 시민대표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부천시민신문 | 기자 나정숙]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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