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어린이들도 예쁜 식당에서 밥 먹고 싶어요”
아동이던 시절 잊은 어른들, ‘노키즈존’ 형성
‘예스키즈’ 아닌 아동친화, 관점부터 변해야
# 올해 열한 살인 이지예 아동 활동가에게 노키즈존은 차별의 상징이다. 이 활동가는 추운 겨울 방문한 와플 가게가 노키즈존이라 덕수궁 담벼락에 서서 눈을 맞으며 꽁꽁 언 손으로 와플을 먹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어린이들도 예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수를 먹고 싶다”라고 말했다.
542곳. 전국에 등록된 노키즈존 숫자다.(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 조사 기준) 노키즈존은 영유아·어린이의 입장을 금지하는 업소를 뜻한다. 어린이들의 출입을 막는 것 뿐 아니라, 음료수를 팔지 않고 커피만 파는 곳 역시 노키즈존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 사회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열린 첫 노키즈존 관련 토론회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관‧주최하고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제아동인권센터, 세이브더칠드런,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정치하는 엄마들이 공동 주최했다.
최근 늘어나는 노키즈존 때문에 아이들이 놀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후(9) 아동 활동가는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친구들과 야구 연습을 하고 싶은데, 아파트 안에 있는 공원은 어른들이 시끄럽다고 야구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털어놨다. 학교 운동장도 수업을 마치면 문을 닫아서 야구를 할 수 없다. 그는 “학교도 수업이 끝나면 노키즈존이 되는 것 같다”며 “야구 연습을 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냐”라고 물었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공간에 제약을 받는다고 느낀다. 남궁수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이전에는 대가족, 골목 문화가 존재했다. 동네에서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또 함께 돌보며 유대관계가 있었다”며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낯설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놀이터도 단지 내 입주민만 허용하는 분위기다. 그는 “태권도장 등 사교육만 이용하라는 분위기라 아이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라고 전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아이를 낳고 양육자로 산 지난 3년은 한국 사회가 노키즈존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용 의원은 아이들 출입을 거부하는 카페와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는 2층 카페를 마주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이 키우는 사람을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키즈존의 처음 취지는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에 대한 거부였을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선 아동의 사회적 책임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조정희 아동청소년인권과장은 노키즈존을 차별 행위로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 소속이다. 2017년 노키즈존인 제주도 한 식당에서 아이들이 들어갈 수 없어 식사하지 못한 한 시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것이 노키즈존 논의의 시작이었다. 조 과장은 “당시에도 노키즈존을 아동인권 문제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면서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배제하는 행위는 아동을 ‘문제아’라는 인식을 형성하고,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한 점을 고려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력에 가입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동을 차별하는 노키즈존을 행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덕상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아동이 아동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우선 보장되는 ‘인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기본법 등을 통해 아동차별 금지 의무를 강력하게 명시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통해 노키즈존과 같은 행위를 차별행위 또는 차별을 예고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행정처분 및 시정명령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키즈존을 넘어 아동친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인식변화도 시급하다. 류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 정책팀장은 “한국 사회가 어린이가 살기 좋은 환경인가”라고 되물었다. 일상생활 속 수치로 보면 아동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류 팀장은 “2021년 한국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22개 국가 중 22위, 청소년 우울증은 4만8000여명(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와 양육자에 대한 각박한 시선과 혐오, 차별적 발언이 아동친화적인 문화를 저해한다”라며 “사회 곳곳에서 아동의 눈높이를 고려하고 아동의견을 반영한 아동친화적인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변화의 시작은 관점입니다. 우리 시민이 모두 아동 입장에서 생각하는 ‘아동 중심’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어린이 세계를 고민할수록 아이들의 세계는 넓어질 것입니다.” (류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 정책팀장)
조유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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