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유레카] 몬태나의 판결
미국 몬태나주는 노스다코타주, 텍사스주와 함께 주요 셰일 오일 추출지다. 셰일은 진흙이 쌓여 형성된 퇴적암으로, 셰일 오일은 2010년 이래 북미 석유회사들이 주로 추출해온 ‘비전통적 석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0년 낸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2006년에 이미 석유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석유회사들은 이후 셰일 오일로 눈을 돌렸다. 석유 정점은 전세계 석유 추출량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을 뜻한다. 이후론 내리막이어야 하지만, 셰일 오일 탓에 여전히 증가세다. 셰일 오일은 엄청난 양의 물에 모래와 화학물질을 섞어 유정에 주입하는 수압파쇄법으로 추출한다. 이 기술을 개발한 미국은 2018년 이래 1위 석유 추출국이 됐다. 최근 세계 석유 추출량 10분의 1은 미국에서 추출되며, 이 중 70%가 셰일 오일이다.
‘셰일 혁명’으로 불리는 이 변화는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대 교수 등 일군의 세계 과학자들이 제기한 ‘지구 한계’ 개념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구 한계는 인류 활동이 일정 한계 내에서 이뤄져야 지구와 인류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인데, 셰일 오일이 인류 전체를 낭떠러지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셰일 오일은 전통적 석유·천연가스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뿐 아니라, 석유 추출을 지속시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로막는다.
셰일 오일의 주요 생산지인 몬태나주 지방법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주 정부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개발 정책을 편 것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원고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의 원고는 소 제기 당시인 2020년 기준 5~18살인 어린이와 청소년 16명이다. 몬태나주 법무부는 “몬태나주의 탄소 배출량은 극히 적고, 기후변화는 세계적 문제라 몬태나주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 세대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역사적 승리’로 평가되는 이번 판결은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다른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에도 아기와 청소년, 시민단체, 정당 등이 제기한 기후변화 헌법소원이 다섯건이나 청구돼 있다. 3년5개월째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한국 헌재 재판관들도 이 판결 소식을 들었으리라 믿는다.
🟣[한겨레 | 유레카] 기자 박기용 전문 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049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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