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교권 4법’ 통과에도 교사‧학부모 모두 만족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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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아동학대 처벌 관련 법도 개정해야”…학부모 “‘정당한 지도’ 기준 모호해 아동학대 적용 제외 우려”

[일요신문]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교권보호 4법’이 지난 9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권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말하는 것으로 이번 개정안에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지난 9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철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교육위는 이날 교권보호 4법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자 교원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4대 개정안은 교사들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교육할 권리를 확대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은 법 개정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구현이 될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인력‧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학부모‧학생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행위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는 부분에 대해 “‘정당한’이라는 용어의 모호함 속에,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가 아동학대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한다.

이번에 통과된 ‘교권보호 4법’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교권지위법에는 △교원이 아동학대범죄로 신고 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 제한 △교육부 장관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 종합계획의 추진현황 및 실적 등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국회 제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 돼 조사‧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교육감의 의견제출 의무화 △교육활동 침해행위 시 피해교원 요청이 없더라도 관할청에서 형사고발 가능 △학부모가 교육활동 침해활동을 할 경우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서약’, ‘특별교육‧심리치료’ 조치하고 미이수 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의 민원처리를 학교장이 책임짐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음의 내용이 들어 있다. 유아교육법에도 △교원의 정당한 유아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기본법에는 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할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한다고 적었다.

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교원이 소신을 갖고 열정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실 회복, 교육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교권 4법의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며 개정된 4개 법안은 50만 교원의 거대한 참여가 만들어 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교사들은 더 나아가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를 의무화한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정서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이 현장의 정상적 교육활동을 위축시킨 장본인으로 지적받고 있다”며 “논란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발의된 법안들이 뒤로 미뤄졌다. 교육부와 국회는 아동학대처벌 관련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총도 “국회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보완 입법에 속도를 내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아동학대 신고 및 악성 민원 강력 대응체계 구축, 구체적인 학생 분리방안 마련과 인력‧예산 지원, 학칙 표준안 제시 등 후속 조치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들은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같은 취지의 내용을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에도 담아 교원을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아동학대를 규정하는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에도 같은 취지의 조항이 마련된다면, 법 간의 충돌이나 불필요한 오해가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 현장에서는 혹시 모법인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에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등에 따르면 교사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11월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며 오는 14일과 28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계속돼 오던 교사들의 집회는 교사단체가 아닌 인디스쿨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운영진이 주도해 이뤄져왔다.
 

지난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교권보호 4법과 아동학대 관련법의 법안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교사들은 인력 및 예산 지원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좋은교사운동은 성명서에서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학생의 분리 조치와 분리 조치된 학생에 대한 교육, 교육활동보호센터의 확대 운영, 학생 징계에 따른 특수교육 이수 및 심리치료, 교육활동 분쟁에 대한 분쟁‧소송 지원, 교육활동 보호 종합계획의 수립과 시행 등 이번 법률 개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과 추가 인력 지원 없이는 그저 사문화된 법조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기존 학교가 해왔던 교과‧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목적으로 현재 모든 인원이 설계돼 있는데 현장에서 누군가에게 떠 넘겨지듯 진행될게 아니라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나 외부 기관 연계, 공간 확보, 실무 주체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육 주체인 학부모, 학생들은 이번에 통과된 교권 4법의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아동학대의 적용이 제외되는 영역이 생겼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아동학대는 누구도 하면 안 된다는 합의에서 교사들이 빠질 수 있는가 생각해 봤을 때 이 점이 우려가 된다”며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것도 주관적이고 과거 ‘스쿨미투’ 사례에 비춰봤을 때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으로 무마됐던 사례들이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박민아 공동대표는 또 “이른바 진상 부모, 악성민원인에게 시달리는 교사들의 고충이 아동학대 면책 법안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사들의 노동 안전성이 보장되는 근본적 해결책이라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당한 생활지도’로 학생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권 4법 통과 이후 교육부는 지난 9월 27일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해설서’를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해당 지침에는 교사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휴대전화도 분리 보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학부모 등이 교사의 동의 없이 녹음기,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수업 내용을 녹음하거나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에 대해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헌법재판소에서까지 인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한 행위들이 ‘정당한 생활지도’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며 “스쿨미투가 불과 5년 전 일이고 이마저도 대부분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시행됐을 때 ‘정당함’을 방패삼아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과연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학부모회 고문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헌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정해 놓은 것은 어른들의 학대 행위나 사각지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마지막 안전보루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외 규정은 파도처럼 다른 일들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학교 안에서 여러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고 겉에만 포장해버리는 법이라 생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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