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 단독] “온실가스 감축 40% 목표도 산업계에 부담” 환경부 의견서
지난해 6월 어린이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헌법소원 제기
국가인권위원회 위헌의견과 달리 환경부 ‘합헌취지’ 의견 밝혀
환경부가 ‘기후위기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으로도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며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을 좇을 수는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은 합헌이라는 취지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과도하게 전가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던 터라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 장관 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은 지난달 30일 헌재에 의견서를 내고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감축 목표가 기후위기와 비교하면 너무 미온적이라 위헌이라는 청구인 측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환경부는 우선 한국의 온실가스 연평균 감축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 2018년을 기준연도로 삼은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이 4.17%로 유럽연합(EU·1.98%) 일본(3.56%)보다 높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의견서에서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 연도, 배출량 등을 달리하므로 각국 실정에 맞게 자유로이 감축 기준을 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구조도 온실가스 감축에 불리한 요소로 꼽혔다. 환경부는 의견서에서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수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라며 “시행령 속 감축 목표 자체마저도 실현이 쉽지 않은 도전적 목표”라고 했다.
의견서에는 산업계 우려도 담겼다. 환경부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가 2021년 8월 낸 의견서를 인용하며 “(경제계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산업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과 경쟁 관계인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해 한국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환경부가 추가 의견서를 낸 헌법소원은 지난해 6월 어린이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청구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범위를 1.5도 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는데, 현재 시행령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 미래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인권위도 지난 8월 해당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냈다. 인권위는 “정부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달성할 중기 목표를 설정했지만,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나 2030년 목표로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며 “이러한 과거 경험을 돌이켜볼 때 향후 예상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을 2030년 이후 미래세대에 미루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해당 헌법소원을 포함해 5건의 기후위기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이다.
임주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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