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부천 공공의료원 설립해야" 주민발의 위한 8301명 서명 제출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 조례안 주민발의 위한 서명 부천시의회에 제출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는 2024년 1월 15일,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해 8301인의 청구인 서명을 부천시의회에 제출했다. 부천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명 전달식에는 주민발의 조례 청구인 대표자 및 수임자 35명이 자리해 지난 3개월 간의 소회를 밝히고, 앞으로 추진위의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 1월 15일 서명전달식 현장 | |
ⓒ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 |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은 "부천시에도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하는 부천 시민사회단체 38개가 모여 작성한 것으로, 부천시 의료원의 설립, 운영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내용의 조례안에 913명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서명했으며, 그 외 7118명의 시민들은 부천시 38개 시민단체장 및 100여 명의 시민 수임인들과 대면으로 만나 서명 용지에 직접 서명했다.
연구 결과 "부천시에 공공병원 필요성 높다"
지난 3개월간 청구인 대표자와 수임인들이 만난 부천시민들은 질환을 제때 관리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이웃들과 의료비 부담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두를 돌보는 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에 나가 보면 우리를 둘러싼 상가마다 병원과 의원이 넘치고, 상급 종합병원도, 종합병원도 여러 곳인데 왜 코로나19에 걸리면 다른 시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부천시민들이 너도나도 서명지에 이름을 보탰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부천형 공공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 최종보고회 자리에서도 부천시에 공공병원 필요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조사연구 기관의 자료 분석 결과, 부천시는 장애인 재활 의료수요가 높고 만성질환 및 정신질환 관련 수요가 중상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재활·정신 등의 미충족 필수의료 중심의 공공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2035년 이후에는 300 병상 이상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천시는 "설립 타당성 낮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
이날 서명 전달식에서 추진위는 부천시가 이와 같은 '미래의 수요'는 물론이고 '현재의 수요'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활의료와 정신질환 부문의 미충족 수요가 바로 그 '현재의 수요'이며, 이에 대해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능을 하는 2차 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추진위의 질문에 부천시 보건소는 "기존 민간병원들과의 협력/연계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 공공병원 설립 추진을 고려해보겠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주요 의제로 삼아 공론화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공문에 대해서도 부천시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고 답했을 뿐, 향후 공론화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추진위는 밝혔다. 확인 결과, 부천시에서 내보낸 보도자료는 "경제성 분석 결과 편익/비용비가 1미만으로(부천시 0.610) 설립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공병원 설립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공병원 경제성 평가, 이대로 좋은가
추진위에 따르면, 연구용역사에서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기준 편익/비용비가 반드시 '설립 타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병원의 편익/비용비를 따질 때 공공병원이 지역사회에 가져올 유익을 지나치게 낮추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이에 따라 공공병원에 대해서만큼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실제로 지난 2020년 대전의료원과 서부산의료원, 그리고 2021년 경상남도의료원 진주병원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았다. 위의 사례들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정책 추진 주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언제고 다시 올 수 있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고, 초고령 사회 만성질환 증가 등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지역 내 공공병원은 필수적이다. 연구용역 보고서에 실린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부천시의 인구 십만 명당 사망률이 경기도 평균보다 현저히 높았다는 점이다.
인구 십만 명당 발생률은 경기도 평균보다 적은데도 사망률이 현저히 높았다는 것은, 공공병원이 없는 부천시가 그만큼 감염병 대응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립과 운영에 비용이 들고, 운영상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타당성이 부족하다'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시민의 안녕, 시민의 건강한 삶이라는 가치보다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더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추진위의 입장이다.
추진위, 후속 활동 이어갈 예정
조규석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공동상임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부천시는 경제성을 들어 '공공병원 설립 타당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서명운동 결과를 받아들여 부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 뒤를 이어 발언자로 나선 수임인 대표 오목씨는 "현재와 같은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 시스템에서 일반 시민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청구인 대표자, 수임인 공동 낭독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 성명서를 통해 1.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조례안을 조속히 상정해 가결할 것, 2. 경제성이 아닌 시민의 필요에 기반해 정책 결정을 내릴 것, 3. 시민의 요구에 책임 있는 자세로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서명 제출 이후 남은 주민조례발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경제적 타당성 부족'이라는 부천시의 결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경제성이 아닌 시민의 필요성에 근거한 정책 결정을 촉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발언하는 조규석 공동상임대표 | |
ⓒ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 |
▲ 서명지 제출하는 청구인 대표자 및 수임자(2) | |
ⓒ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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