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어류 학대’ 논란 속 산천어축제…“생명 파괴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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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 학대’ 논란 속 산천어축제…“생명 파괴 멈춰야”

지난 6일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정치하는엄마들 등 39개 시민사회단체는 강원 화천군 화천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살아있는 어류를 맨손으로 잡는 겨울 지역축제를 두고 ‘어류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동물원 및 수족관법 개정으로 야생동물카페에서 체험 행위가 금지되는 등 동물복지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어류가 동물보호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한 지난 6일 강원 화천군 화천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정치하는 엄마들 등 39개 시민사회단체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어류 학대”라며 “동물 학대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테두리 쳐진 빙판 아래 갇힌 수십 명의 산천어는 인간의 손맛을 위해 굶겨지고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몸 아무 데나 찔리며 마구잡이로 들어 올려지고 패대기쳐진다”라며 “얼음낚시, 맨손 잡기 등 체험 행위는 산천어에게 학대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들도 맨손 잡기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친구를 따라 산천어축제를 방문해 봤다는 권모(20대)씨는 “두 번 다시 안 갈 것”이라며 “축제가 아닌 살육의 현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산천어 축제 반대 서명했다는 강모씨는 “사람의 유희를 위한 생태, 생명 파괴는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셰퍼드코리아가 지난달 31일부터 진행한 ‘화천산천어축제 맨손 잡기 프로그램 중단 1만명 서명’엔 14일 오후 10시 기준 1100명이 넘게 서명했다.

 

 

‘어류 학대’ 논란 속 산천어축제…“생명 파괴 멈춰야”

지난 6일 개막한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3년 전 논란 시작…“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은 비윤리적”

맨손 잡기를 둘러싼 겨울 축제 논란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2020년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가 최문순 화천군수와 재단법인 나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다. 당시 검찰은 산천어 축제가 ‘식용’으로 이용된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화천군은 이미 고발이 기각됐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맨손으로 어류를 잡는 체험을 포함한 축제들이 (화천 산천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평창 송어축제)가 이전처럼 개막했다. 규모가 가장 큰 산천어 축제엔 연간 100만명 이상의 시민이 방문한다.

동물단체는 산천어축제는 산천어를 식당에서 잡는 것이 아니라, 축제에서 놀잇감으로 이용하는 행위이기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물 안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 물 밖으로 나오고 사람에 의해 고통을 받는 건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에 따라 식용목적으로 도살할 때도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라며 “식용으로 사용되는 동물이라고 동물 학대를 해도 된다는 건 일방적인 주장”이라 비판했다.

시민들은 동물 축제의 동물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2022년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이 농업환경윤리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축제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77%가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이 비윤리적’(71%)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어 ‘동물을 무분별하게 다루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62%)이 뒤를 이었다.

 

 

‘어류 학대’ 논란 속 산천어축제…“생명 파괴 멈춰야”

지난 6일 개막한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동물 학대에 환경·생태 파괴까지

산천어축제는 동물 학대뿐 아닌 환경·생태 파괴로도 이어진다. 화천의 고유종이 아닌 산천어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약 60만마리(152만톤)에 달하는 산천어를 축제에 쓰기 위해 전국 17개 양식장에서 대량 생산한다. 김민선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는 “전국 양식장에서 좁은 곳에 가두어 키우는 산천어 양식 과정에서 각종 화학약품들을 사용해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라며 “또 어업으로 잡은 치어를 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남획을 가속하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천어 먹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고기 개체가 줄어든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시셰퍼드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에 공급되는 물고기 사료 중 84%가 어린 물고기로 만든 생사료다. 양식어류 1톤을 생산하려면 생사료 5.9톤이 필요하다. 축제를 위해 산천어를 대량 양식하는 과정에서 남획, 불법 포획으로 해양 동물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2022년 연안 근해 어획량은 88만7000톤으로 6년 만에 10만톤이 감소했다.

산천어축제와 유사한 ‘장사항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는 어획 부진으로 2020년부터 열리지 못하고 있다. 또 △인제빙어축제 △평창송어축제 △양평빙어축제는 전국적인 이상기온으로 잇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동물단체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축제도 변할 것을 요구한다. 최인수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사회가 변하고 있다. 축제가 변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라며 “화천군도 변화에 대해 진중히 고민하고 축제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라고 말했다.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27개 시민단체들은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맞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자멸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조유정 기자 [email protected]

 

🔎[쿠키뉴스  | 기자 조유정]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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