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늘봄학교 준비, 갈등보다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해"
▲ [라운드테이블] 아동, 보호자, 종사자 모두의 권리를 고려한 초등 돌봄의 바람직한 방향은? | |
ⓒ 참여연대 |
윤석열 정부가 '2024년 3월부터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돌봄 제공자, 양육자 등의 다양한 의견이 터져 나왔다.
아동 친화적인 공간에서 차별 없는 돌봄이 이뤄지길 바라는 양육자,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조건 개선되길 바라는 돌봄전담사, 희생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돌봄 업무가 아니기 바라는 교사들 등. 각각의 다른 이유로 늘봄학교에 우려와 불안을 표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대표는 "늘봄학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지만, 아동, 보호자, 종사자 모두의 권리를 고려한 초등돌봄 체계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으며 여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2024년 2월 14일 참여연대가 "아동, 보호자, 종사자 모두의 권리를 고려한 초등 돌봄의 바람직한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여기서 나온 질문은 "①아동/보호자에게 필요한 초등 돌봄, ②초등돌봄체계에서 돌봄노동이 적정하게 인정받고 있는가, ③늘봄학교의 실현가능성, ④아동, 보호자, 종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초등돌봄체계와 이를 구축하기 위한 실행전략" 등이었다.
[라운드테이블] 초등 돌봄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 내용 정리
늘봄학교 추진의 또다른 의미
중구 아동돌봄 주민조례 청구인 장선희 공동대표는 "늘봄학교 일방추진의 유일한 효과는 이런 간담회가 열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권리가 아닌 모두의 권리를 고려한 초등 돌봄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학교 내 돌봄, 교육 제공자였지만 다른 이해와 목소리를 냈던 전교조와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만남이 그러했다.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박정호 정책실장은 그간 "전교조, 돌봄노조, 교육공무직노조, 급식노조, 학교 교사노조 등 각각의 노동조합들이 의견을 제대로 조율을 못 했다는 생각한다"며 "늘봄학교도 학교가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기백 전교조 본부대변인은 "그간 대화가 부족했다. 앞으로 다른 직종 노조와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사회자는 앞으로의 과제로 "전교조/돌봄전담사 등 돌봄 제공자의 협의, 아동-보호자-종사자 셋 주체의 통합적 협의"를 꼽았다.
아동돌봄 권리적 측면에서 아동을 중심에 놓고 다양성이 존중되고, 평등하고, 주체적이고, 아동 친화적인 늘봄로 가기 위해 돌봄 당사자인 아동의 목소리를 더욱 들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안현미 돌봄정책 & 젠더 연구소 소장은 아동, 보호자, 종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초등돌봄체계와 이를 구축하기 위한 실행전략으로 구로구의 사례를 들었다. 구로구는 긴급돌봄, 느린 학습자, 다문화 가정 등 각기 다른 특성에 따른 돌봄의 필요에 지역돌봄센터와 학교가 서로의 책임을 미루기보다 협력 체계를 갖추었다고 한다. 박민아 활동가가 바라는 돌봄의 공공성이란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해서 내 아이가 어디서든 안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늘봄학교가 이런 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지역사회 연계형 늘봄학교 확산을 위해, 교육청, 지자체, 교원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지역늘봄협의체' 활용"하는 계획 등이 제시됐다.
박정호 실장도 "질 높은 초등 돌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협의체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부의 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직종 간의 협의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충분한 예산과 이행 전략 필요해
한편, 참가자들 모두 돌봄 구성원들의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초등돌봄체계 운영을 기대했다. 타직종에 대한 이해와 고민도 더했다.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대표는 "방학 중, 늘봄학교 중에도 학교급식법에 따른 급식, 간식이 제공되어 아동들에게 영양가 높고 따뜻한 밥이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호 실장은 "교육부가 그간 예산 문제로 급식 노동자들은 방학 중 비근무자로 예산을 줄여온" 문제를 소개하며 "급식노동자가 방학 중에도 급식을 해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일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백 대변인도 "아동, 종사자, 양육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다. 총액이 증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예산이 교육부로 이관안 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 사회에서 운영하는 지역센터 종사자 1만1000명, 학교 안 1만2000명이다. 학교 안에 돌봄이 집중될 경우, 센터 지원책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현미 돌봄정책 & 젠더 연구소 소장은 "집에서 아동 돌봄 노동을 가치로 매기지 않기에 외부에서도 제대로 대우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호주는 공공서비스의 경우 전체서비스 전체 노동자와의 처우 수준과 비교해 공정위원회에서 논의 후 조정하고, 스웨덴의 경우 여성이 일하는 직종이 다른 직종과 차별이 있다는 신고가 있을 경우 조정한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비단 늘봄학교만의 직종, 성별 간의 차별 논란이 아니기에 이에 대한 정책적인 조정도 필요함을 덧붙였다.
장선희 중구 아동돌봄 주민조례 청구인 공동대표는 "교육부에서는 돌봄 선생님을 낮추어 전담사라 부르지만, 중구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교사-양육자-학생 간 질 높은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아동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여러 고충과 불안함에도 박종호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은 "늘봄학교 정책은 부모 책임에서 국가 책임으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정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동권리적 측면에서 아동복지실현, 보편적 복지, 국가 책임을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오마이뉴스 | 기자 권영은]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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