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기후소송 첫 공개변론 앞둔 헌재, 기후선진국 선례 ‘변수’
| 청구인 “미래세대 기본권 침해” vs 정부 “위반된다고 볼 수 없어”
| 美·유럽서는 환경계 손 들어줘…“정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지난해 4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족한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묻고자 제기된 기후위기 헌법소원 이른바 ‘기후소송’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다. 이번 헌법소원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판단이 이뤄지는 사건이라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23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앞서 시민·환경단체 등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기후소송을 두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인 정부는 치열한 논리 싸움을 준비 중이다. 미국과 유럽 등 기후선진국에서는 이미 수 차례 기후소송이 이어진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처음인 만큼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공개변론은 청구인과 정부 양측 대리인의 모두변론, 참고인 진술, 참고인 질의응답, 재판부의 대리인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청구인과 정부 양측 대리인, 참고인들은 그간의 입장에 기인한 진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청구인들은 이번 공개변론에서 기후위기 관련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계획이 미래세대에게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위헌’을 주장할 예정이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가 이들 주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주요 선진국(40~60%)보다 현저하게 낮고, 2030년 이후를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줘 피해를 전가했다는 목소리도 함께 낼 계획이다.
기후소송 공동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린 윤세종 변호사는 “이번 기후소송의 핵심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치를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맞출 수 있는지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자기의 몫을 하고 있는지 이 두 가지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2010년 기준 40~60% 감축을 하고 있을 때 한국은 2010년 기준 27% 밖에 안 된다. 이렇게 낮은 숫자는 다른 나라만큼 노력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30년까지 얼마나 많은 감축을 하는지가 기후변화 대응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헌재의 판단으로 본격적인 기후대응이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현실가능한’ 범위에서의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통령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이 지난해 헌재에 전달한 추가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정한 40%의 목표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도전적이고, 기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며 “청구인들의 환경권, 생명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거나 과소보호금지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
이번 헌재 판결의 최대 변수는 세계 각국에서 기후소송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과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미국 몬태나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더욱이 국가인권위원회도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헌재가 최근 해외 선례와 인권위의 위헌 의견 표명 등을 고려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탄소중립기본법의 온실가스 목표치는 상향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도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한편 현재 헌재에 접수된 기후소송은 총 4건이다.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을 원고로 한 ‘청소년기후소송’을 비롯해 ▲2021년 기후위기비상행동·녹색당 등 약 130명이 참여한 ‘시민기후소송’ ▲2022년 6월 어린아이 62명을 원고로 한 ‘아기기후소송’ ▲2023년 7월 정치하는엄마들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이 제기한 건이다.
이번 헌재의 심판대상 주요 조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도록 한 탄소중립법 8조 1항과 그 시행령 3조 1항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도 심판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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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헌법소원 공동 기자회견
|일시 : 2024년 4월 23일(화) 오후 12시 30분
|장소 : 헌법재판소 정문 앞 (서울 종로구 북촌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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