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하고도 복잡성을 띤 문제 앞에 어떤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삶은 더 불평등해집니다. 혼자서 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취약성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재난으로부터 쉽게 죽거나 사회적 혼란 앞에서 쉽게 배제됩니다.
모두에게 기후위기의 위험이 닥치지만 개인의 삶이 가지는 사회적 위치, 회복역량의 확보 가능 여부에 따라 피해는 차별적으로 닥칩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사회의 존재하는 위기를 더 심화시키고 위기의 총량을 늘립니다. 정부는, 위기의 수준을 충분히 줄이는 조치도, 사회적 안전망과 적응 대책도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법은 본래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렸습니다. 불충분한 법이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고, 기후위기의 대응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기후위기의 영향은 차별적으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화석연료를 태우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거대한 이익을 축적해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번영을 위한다며, 국가는 기업에게 각종 예외들을 쥐어주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계속 허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기업의 성장으로 온 사회가 먹고 살던 시대는 이제 불가능하고, 불필요합니다. 더 이상 기업의 이익추구가 우리의 권리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존재해야하는 우리의 권리보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절대 우선이 될 수는 없습니다.
법정은 돈이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권리'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법원의 판결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최저선이 어디인지를 규정합니다. 단지 더 나은 삶이나 미래 세대의 이익이 아닌 지금의 일상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 사회의 일원인 이상 우리에게는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권리는 원칙적으로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헌법소원을 통해 그 권리를 되찾아오고 싶습니다.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기준이 기본권 보호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소송 제기 이후 처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게됩니다. 우리는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위기가 아닌 우리의 권리를 지킬 헌법재판의 가능성을 찾고 싶습니다. 오늘이 바로 위기 한복판에서도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헌법'의 존재의의를 증명하는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