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탄소감축 떠넘기지 마세요” 미래세대 쓴소리
| 헌재 기후소송 청구인 한제아·정두리 어린이 인터뷰
“지구를 막 쓴 어른들 무책임
우리를 위한다면 기후 지켜야”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렸다. “국가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했다”는 정부 주장에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탄소중립기본법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생명권·환경권·세대 간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반박해왔다.
공개변론 현장에선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헌재 소송의 청구 당사자이자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 방청에 참여한 한제아(12·왼쪽 사진)와 정두리(9·오른쪽)를 만났다. 이들은 “달랑 선물 하나 주고 어린이를 위한다고 하지 말라”며 “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기후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정부 측이 ‘온실가스 감축’을 미래세대에 떠넘긴다고 말했다. 국제 기후변화 독립 연구기관인 ‘기후행동추적’은 한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정한 수준으로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인다면 지구 평균 기온이 3~4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약의 목표를 한참 넘는다. 한제아는 “지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데도 줄이지 않으면 남은 탄소는 우리가 떠맡아야 한다”며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구를 막 쓴 어른들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한제아는 오는 21일 헌재 2차 공개변론에서 발언할 예정이다.
이들은 공개변론에서 정부 측 발언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 재판관 정정미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달성할 것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정부 측 변호인이 “낙관적으로 보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제아는 “어이가 없었다”며 “목표를 더 높게 잡아야 현재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두리도 “이 정도로는 지구가 깨끗하고 평화로워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제1차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은 현 정부 임기 내인 2023~2027년에는 약 5000만t, 다음 정부 시기에는 3년 만에 약 1억500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참고인으로서 공개변론에 나온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 매일 공부해서 10~20점 올리는 건 쉽지만 90점이 된 뒤에 1~2점 올리는 건 어렵다”며 “처음에 많이 줄이고 뒤에 천천히 줄이는 형태는 국제사회 권고이면서 상식”이라고 했다. 한제아도 “버리기 쉬운 쓰레기부터 빨리 버려야 나중에 분리배출해야 하는 쓰레기도 버릴 시간이 있다”고 했다.
한제아는 두 살배기 사촌동생이, 정두리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촌동생이 있다. 두 어린이는 동생들이 겪을 미래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해서 함께 위험한 미래에 놓일까봐 두려움도 크다. 지난해 9월 가동을 앞둔 신규 석탄발전소가 있는 강원 삼척시를 찾았던 정두리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소가 운영되면 온실가스가 나오고 가스가 지구를 둘러싸면 뜨거워진다”며 “발전소를 못 막을 것 같고 두려워서 울었다”고 말했다. 한제아는 “4월에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있어서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촌동생이 자랐을 때는 지구가 더 뜨거워져서 수많은 동물이 죽고, 더워서 죽는 아이들도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헌재 공개변론을 찾았던 수많은 방청객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공개변론 당일 104석 규모의 헌재 심판정 방청석이 예약 신청으로 가득 찼다. 실시간 중계방송을 볼 수 있는 방청석도 40석 규모로 마련됐다.
한제아는 “우리의 미래를 지키자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봐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두리는 “평소에는 주위 사람들이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았다”며 “헌재에서 우리가 진다면 복권을 날린 기분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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