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학생인권이 생겼다 없어졌다 "22대 국회는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29일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인권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학생인권법의 제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학생인권 수호의 방패를 22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려 한다"고 했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2대 국회의 학생 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2대 국회의 학생 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학생인권조례는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는 지자체 의회에서 폐지되고 있다. 지난달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조례를 폐지했다. 이어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 

국민의힘은 교권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 보호와 교권 보장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는 게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동성애 조장'을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데 대해 "성소수자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학생인권조례가 불합리하다며 자신의 권한 밖임에도 지역 자치조례 개정을 지시했으며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책임 없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추락시켰다며 망언을 이어갔다"며 "하지만 이들은 틀렸다.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의 머리카락 길이, 치마길이 단속을 업무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모독이다.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이 충돌한다면 그것 자체로 교육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애초에 인권이라는 기본적 가치를, 학생들이 사는 지역, 다니는 학교의 지역에 따라 정도를 달리해서 보장 받는다는 것, 자신의 몸에 관한 권리, 폭력과 차별로부터 안전할 권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표현할 권리 등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들을 지역 조례만으로 보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청소년-시민들의 치열한 노력이 만들어낸 학생인권의 기준이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절실하게 학생인권법이라는 인권의 방패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등학생인 청소년인권모임 '내다'의 수영 활동가는 "모두에게나 당연한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왜 매번 ‘학생인권’으로 넘어오면 어째서 이렇게 논란이 되고 폐지의 대상이 되는 걸까"라며 "인권을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결정권자들의 발상으로 보아, 아직도 인권은 보편적 상식으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수영 활동가는 "얼마 전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서울에서는 모 중학교에서 용의복장 지도 계획 문건이 폐지 직후 배포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산 바 있다"며 "대전의 모 고등학교에서는 '앞머리는 눌렀을 때 눈썹에 닿지 않아야 하고 옆, 뒷머리는 기계를 이용해 경사지게 깎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학교에 대해 인권위가 개정을 권고했는데, 규정개정 투표에서 교사 투표에 10배의 가중치를 두어 사실상 규정 개정을 막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수영 활동가는 "학생인권침해가 만연한 현실에서 법제도적 기반이 없어 아무것도 바꿔낼 수 없는 현실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이래도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법이 필요하지 않냐"며 "국회는 이 절박한 외침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이 22대 국회를 향해 '혐오와 차별의 정치로부터 인권의 방패가 되어달라'며 '인권방패'를 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이 22대 국회를 향해 '혐오와 차별의 정치로부터 인권의 방패가 되어달라'며 '인권방패'를 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김나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유스캠페이너는 "22대 국회에 촉구한다. 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인 학생인권법을 제정해 달라"며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은 이 협약이 명시한 권리의 실현을 위해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비롯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흔들리는 불안정성을 넘어, 학생들의 불변한 권리를 명시해 달라"고 했다.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서울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은 아직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의 폐지안 가결 직후 서울의 학교에서는 복장 통제, 소지품 검사라는 낡은 학생 통제 수단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신체적 물리력 행사, 복장 통제 등의 낡은 도구는 시대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학교에서 인권교육, 실제적 보호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제도적 장치는 지역차 없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한겨레 칼럼 <학생인권조례 폐지, 국회가 막을 수 있다>에서 "결국 국회가 이 기나긴 퇴행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미 발의된 바 있는 ‘학생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맞서는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학생인권법 제정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고, 2024년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학생인권법안에 대해서는 언제나처럼 ‘미니 차별금지법’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다. 두번의 총선에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정당이 결단하면 고약하게 꼬여 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단번에 풀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스 | 기자 송창한]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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