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거짓된 희망” 대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프로젝트

 

부천고 과학고 전환 저지 결의대회 열려

 

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이은영

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이은영

 

 

교육부는 지난 3월 14일, 작년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가 27조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학생은 7만 명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1.2조 원 늘어났고 사교육비 총액 규모는 3년 연속 최고치를 갱신했다. 그런데 같은 날, 부천시 의회는 과학고 유치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목고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고등학교로 과학, 예술, 외국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애초 목적과 달리 특목고는 입시 경쟁과 차별교육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입시명문고로 기능하면서 학교를 서열화하고, 대다수 일반고의 교육위기를 심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사교육비 증대와 학교 서열화로 불평등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자사고와 함께 폐지가 결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이를 되살려내면서, 특목고 정책은 다시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다.

과학고 학생들과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주말, 야간까지 과중한 공부량에 시달리고 있다. 과학고를 많이 보내기 위해 초중학교부터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도 학원가에서 지역별 중학교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특목고 진학률이다. 여기에 중학교 진학 선택의 폭이 확대되면서 학교 쏠림과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학교별로 학생 수의 차이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인근에 있는 학교임에도 어떤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고, 어떤 학교는 폐교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적어도 공교육은 모두를 위한 보편교육에 힘쓰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부천시, 부천시의회, 부천교육지원청은, ‘지역경제 발전’ ‘지역인재유출 방지책’이나 ‘부천으로 인구영입책’ 등과 같은 근거 없는 빈약한 경제 논리를 앞세워 부천고 과학고 전환을 추진하며 교육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본래의 책무를 방기하고 나아가 차별 심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부천고 과학고전환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모두를 위한 공교육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과학고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6월 19일 오후 4시 30분 부천교육지원청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차별교육 중단! 부천고, 부천시, 부천시의회, 부천교육지원청 규탄! 부천고 과학고전환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소년공동체 세움 이계은 대표, 정치하는엄마들 부천 모임 권은숙 활동가,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황선영 지회장.  사진 = 이은영

대회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소년공동체 세움 이계은 대표, 정치하는엄마들 부천 모임 권은숙 활동가,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황선영 지회장.  사진 = 이은영

 

 

대회는 학생 당사자이자 청소년공동체 세움에서 활동 중인 중학교 2학년 학생의 발언문을 세움의 이계은 대표가 대독하면서 시작됐다. 발언문에는 ‘과학고가 생기면 학생들은 피가 터지고 부모님들은 등골이 터지는 현상이 생기며 치열한 경쟁 후 그 후유증은 어른이 되어도 남아있기 마련’, ‘과학고를 추진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 아니’며,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소수가 특권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제대로 일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육자로 나서 발언한 정치하는엄마들 부천 모임 권은숙 활동가 역시 “교육을 무너뜨리는 특목고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과학고가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고 양육자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고통을 안긴다”고 강조하고, “부천시와 부천시의회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은 모두의 평등한 교육권 보장을 위해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황선영 지회장은 “19년째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다음, “최근 5년 사이 부쩍 학생들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많은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공황 장애 등의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불안함에 무리해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하며 불화를 겪게 되고 아이들은 불행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대다수가 절대 이런 세상에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졸업하는 안타까운 상황”임을 알렸다. 황 지회장은 이어 “교육청이 일반고의 다섯 배가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아이들이 입학하는 특권 학교인 과학고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부동산업자 마냥 양육자들과 시민들에게 과학고 설립으로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는 거짓된 희망을 불어넣으며, 평등한 교육, 학생들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교육청의 각성을 촉구했다. 더불어 “과학고가 생긴다면 우리 지역의 학생 대부분은 더 심한 학습 노동에 시달리게 되고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로 인한 소외감만 더 느낄 것이기에 과학고 전환에 반대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맞추는 일에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교육희망네트워크 전현희 대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부천시흥김포지부 김성규 의장, 부천시민연합 최재숙 공동대표.  사진 = 이은영

대회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교육희망네트워크 전현희 대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부천시흥김포지부 김성규 의장, 부천시민연합 최재숙 공동대표.  사진 = 이은영

 

 

다음으로 발언한 교육희망네트워크 전현희 대표는 한국교원대학교 김성천 교수의 칼럼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질문 9개를 크게 외쳤다.

 

1.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사교육 없이 들어갈 수 있나요?

2. 사교육 통계를 보면 선발권을 지닌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사교육비와 일반고에 비해 월등하게 나옵니다. 이를 막을 방법은 고민하셨는지요?

3. 선발권을 지닌 학교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일반고등학교와 특성화가 슬럼화될 수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생각하셨는지요?

4. 과학고와 영재학교를 나오면 IT와 공학 분야로 진로 결정을 하나요?

5.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들이 공대가 아닌 의대로 가는 현상을 막을 대책은 있나요?

6. 일반고를 나와서는 디지털 대전환에 대비한 인재 육성이 불가능한가요?

7. 일류와 이류, 삼류로 학생들을 그렇게 나누고 구분하고 싶으신가요?

8.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적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9.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이어 앞선 학생·양육자·교사 세 명의 발언처럼 고민과 대안 없이 진행하는 부천고과학고전환 추친을 우리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부천고가 과학고로 전환된다면 일반고 학생들에게 들어가야 할 교육비와 부천시민을 위한 지원금이 차별적으로 제공될 뿐 아니라 지역에 생기는 특목고 하나로 인해 부천 지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릴 것이 뻔하기에 부천고과학고전환을 저지하기 위해 함께 할 것을 밝혔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부천시흥김포지부 김성규 의장은 교육이 백년지대계임에도 공교육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할 교육청, 부천시의회, 부천시가 어떠한 교육적 철학도 없이 경제 논리로 부천고 과학고 전환을 추진하는 현실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민주노총은 전교조 등 가맹 조직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여 차별교육, 기득권 교육의 표본 부천고 과학고 전환 저지를 이루어 낼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부천시민연합 최재숙 공동대표는 교육청과 부천시 당국, 시의회,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과학고 신설에 찬성한다며 공언만 할 뿐 엘리트주의와 차별교육이 발생시키는 문제나 입시 위주 경쟁 교육의 폐해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의견을 내놓지 않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 대표는 또한 보편복지, 보편교육은 현재 민주주의 선진 국가라 일컫는 유럽국가들에서 취하고 있는 교육정책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보편적 교육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부천고 과학고 전환 저지를 위해 부천시민연합도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서동렬 수석부본부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한상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서동렬 수석부본부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한상규

 

 

마지막 발언자인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서동렬 부본부장은 “모두가 불행한 부천고의 과학고 전환을 반대”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일반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함에도 부천시장과 부천교육지원청, 부천시의회가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와 편향된 생각으로 부천고 과학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고, 학교의 교육으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맡은 위치에서 부천시장과 부천교육지원청, 부천시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도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정창수 부천지부장, 부천새시대여성회 심지선 대표가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한상규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정창수 부천지부장, 부천새시대여성회 심지선 대표가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한상규

 

 

결의대회 마지막에 과학고저지 공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의 경쟁교육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음을 제기하며, ‘어른들의 무지한 욕심으로 아이들을 고통으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 ‘경쟁교육을 끝내고 공교육 강화를 위해 머리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함을 강조하고, 부천교육지원청이 부천고 과학고전환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 후 부천고 과학고 전환계획을 철회하고 공교육 강화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며 구호제창과 함께 결의대회를 마쳤다.

 

📰[노동과세계 | 기자 전승우] 전문 보기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856

 


 

🟣결의문 및 활동가 발언 전문보기
https://www.politicalmamas.kr/post/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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