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권의 원칙 잃은 국가인권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 기존 결정 뒤집은, ‘학교 휴대폰 일괄 금지 인권침해 아니다’란 판단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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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일괄 금지에 대한 진정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는 그간 국가인권위가 학교에서의 휴대폰 제한에 대해 제시해온 기준에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원칙 없는 결정, 인권을 후퇴시키는 결정이라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전 수백 건의 유사한 진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립해온 인권 기준을 무시하는 결정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위와 존재 의의 자체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아직 공식 결정문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고등학교에서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에 대해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민주적 절차로 만든 규칙에 따라, 수업시간 사용 제한 등이 가능하며, 모든 학생의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지하거나 일괄 수거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년 가까이 일관해온 판단에 배치된다. 해당 사건의 국가인권위 조사보고서 역시 학칙 개정을 권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전원위에 참석한 위원 10명의 비공개 표결(8:2)로 보고서 결론을 뒤집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존 결정은 헌법적인 기본권 제한 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충실하며,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기각을 주장한 측은 구체적 근거 없이 막연한 우려들을 거론했으며, 심지어 유사사건 권고의 불수용률이 90%에 달함을 이유로 들었다고 알려졌다. 높은 불수용률은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걱정할 사유이지, 인권 기준 및 판단을 번복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재범률이 높으니 유죄 판결을 하지 말자는 수준의 이 같은 주장이나 학생의 인권을 경시하는 주장이 전원위에서 힘을 얻은 것은, 인권위원 중 다수가 인권에 무지하고 전혀 인권친화적이지 않은 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탓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하는 것이 임무인 국가기관이다. 이러한 역할을 망각하고 사회적 편견에 근거하거나 다른 가치를 더 우선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 존재 이유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물론, 올해 초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보고서에서 차별금지법 권고를 삭제한 것 등 인권의 원칙이 실종된 행보가 계속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국가인권위원회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해 무자격 반인권 위원들을 계속 임명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이런 상황을 불러온 주범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종용하고 학생인권을 공격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행보와,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위원장·위원들이 학생인권의 기준을 후퇴시키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행보가 겹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국가인권위마저 망가뜨리고, 우리 사회의 인권 기준과 학교 교육마저 망가뜨리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인권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하며, 국가인권위의 의무 방기와 일탈을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이럴 때일수록 국회와 시민사회는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준을 세울 학생인권법 등 인권 관련 법과 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2024년 10월 8일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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