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단체 공동 기자회견] “환경재단은 그린을 가장한 반환경적 크루즈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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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 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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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단체 공동 기자회견

“환경재단은 그린을 가장한 반환경적 크루즈를 중단하라!”

 

<기자회견문>

 

시민 사회의 깊은 우려와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린보트"는 오늘 출항한다. 우리는 먼저, 탑승자 전원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기원한다. 동시에, 환경재단의 책임자들이 항해 기간 동안 우리의 메시지를 정말로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크루즈산업은 세계적인 "기후 악당"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와 해양 오염, 온실가스와 쓰레기 배출, 해양 생물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 그리고 항구 지역 주민들이 겪는 피해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결코 장려 수 없는 여행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즈의 온갖 문제들은 그 시장이 확대된 북미와 서구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유럽 주요 항구들은 속속 초대형 호화 크루즈를 규제하거나 입항 금지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곳 부산항에서만 1년에 크루즈선의 고형쓰레기 총배출량이 353톤, 총오수량이 최대 30,014kl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2018년 기준, 한철환 2019)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 연대>가 이곳에 선 것은, 단지 "그린보트"가 이번 항해, 그리고 지난 20년간 "그린"과 "평화"라는 간판을 단 항해들을 통해 일으킨 물리적인 환경 피해 때문만이 아니다. "그린"과 정반대인 크루즈를 친환경으로 포장함으로서 끼쳐 온, 그보다 더 큰 영향과 여파도 깊이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계층만 소비하는 과잉관광의 대표격 상품을, 앞장서 홍보하며 무비판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그린보트>는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두 차례나 발표해 "한국을 아시아 크루즈허브로 육성하겠다"며 산업 확대에 본격 착수했다. 크루즈 업계도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부활을 위해 대규모 크루즈를 잇따라 투입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그중 하나가 <그린보트>가 전세 낸 이탈리아의 코스타세레나호다. 이렇듯 정부, 업계, 환경재단에게는 크루즈산업이 환경, 기후, 지역 주민, 그리고 수많은 비인간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은 관심사가 아니다.

 

수년 후, 이 크루즈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곳 부산항과, 제주항, 또 한반도의 다른 항구 도시들, 그리고 여러 연안과 바다가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입을 때, 그래서 베니스, 암스테르담, 마르세이유처럼, 보다 못한 항구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 시위를 하게 될 때, 역사는 크루즈 유행의 첫 단추를 꿰었던 환경재단과 <그린보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당신들이 크루즈의 각종 위락시설을 즐기며, 당신들이 말하는 "환경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을 할 때, 같은 시각, 그 배가 대기에는 온실가스를, 바다에는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었고, 선박 엔진의 엄청난 소음과 조명은 바다생물들을 교란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게다가 크루즈에서 하는 이 모든 활동을, 얼마든지 육지에서, "그린"하게 할 수 있었는데도, 시민 사회의 만류를 외면하고 강행했다는 사실을.

 

환경재단은 "그린리더를 육성해 글로벌 환경운동을 주도하고자 그린보트를 진행한다"고 널리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환경운동은 현재 크루즈 산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중이다. 환경재단이 주도적으로 실천하는 건, 사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크루자가 "그린"이라는 착각을 심어주는 일이다. 아울러, 소비자본주의에 영합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착각, 소위 "탄소상쇄" 시장에서 돈으로 환경에 대한 책임을 때울 수 있다는 착각도 함께 심어주고 있다.

 

환경재단은 이제 인정하라. "그린"과 "크루즈"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토끼를 잡겠다고 무리수를 두어 온 사실을. 그 간극을 메우는 건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 그래서 억지스런 논리, 변명, "워싱"이 발생한다. 국내에서 재정적 역량이 가장 큰 환경재단과, 가장 저명한 환경 명사들이 이렇게 직·간접 홍보를 통해 크루즈를 정당화해 주는 과정에서, 기후·환경·해양 관련 여론까지 왜곡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환경재단은 또한 "피스-그린보트"의 유산을 강조하며 <그린보트>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군수산업체의 후원금을 받고 그들에게 ESG 인증을 제공하는 것은, 전쟁으로 인한 살상과 생태 파괴를 은폐하고 이들에게 ‘친환경’이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를 부여하는 그린워싱일 뿐이다. 평화를 내세우며 끔찍한 그린워싱을 이어가는 환경재단의 행보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며, 전쟁이 초래하는 대규모 탄소 배출과 생태계 파괴를 정당화할 뿐 아니라, 전쟁 자체의 비윤리성을 외면하고 있다.

 

전쟁은 기후위기의 숨겨진 가속 요소일 뿐 아니라, 인류와 환경 모두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 군수산업체와의 협력은 기후와 평화 의제 모두를 왜곡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평화를 운운하면서 군수산업체의 지원을 받고, 또 크루즈를 운행한다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환경재단은 즉각 이러한 협력을 중단하고, 스스로가 초래한 모순적 행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환경, 평화 관련 시민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요구사항>

하나, 귀항 후, 크루즈를 이용한 <그린보트> 프로그램을 중단하라.

 

하나, 그간 발생시킨 환경피해를 "탄소상쇄한다"는 계획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라.

 

하나, 현 <그린보트>와 평화 의제의 실질적인 관련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군수산업체와의 스폰서쉽을 철회하라.

 

 

2025년 1월 16일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

 

 

광주녹색당, 기본소득당 동물생태위원회 어스링스, 기후재난연구소, 노노샵, 동물들의 행진,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 생명다양성재단,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시셰퍼드 코리아, 음성노동인권센터, 정치하는엄마들*, 제주동물권행동 나우,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 청년기후긴급행동, 평화바람, 포항환경운동연합, 프리데코, 피스모모, 핫핑크돌핀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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