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위험한 존재들’을 미리 쫓아내겠다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 -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및 그 대책에 대해, 애도와 우려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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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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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시 |
2025. 02. 19.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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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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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일시 |
즉시 |
총 3매 (별첨 건) |
‘위험한 존재들’을 미리 쫓아내겠다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 -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및 그 대책에 대해, 애도와 우려를 표하며 |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범인은 같은 학교의 교사라고 한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다. 돌아가신 김하늘 님께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 사건에 관해 여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범인이 사건 며칠 전에도 폭력적 행동을 보였는데도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 이를 비롯한 의혹들과 범행 동기 등 사건의 진상은 철저히 조사,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 존재들’을 쫓아내겠다는, 우려스러운 접근법
한편, 사건 이후 며칠 만에 쏟아져나온 대책들은 우려스럽다. 교사들에 대해 심리검사를 하고, 정신질환이 있는 교사들을 직권휴직시키며, ‘완치’되기 전에는 복직을 못 하게 하겠다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범인이 우울증으로 병가 휴직을 했다는 사실만 갖고서 사건의 원인을 섣불리 정신질환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이 우울증을 사건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는 가운데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대책이다. 게다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여 오히려 치료와 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뻔히 예상된다.
이런 대책에서는 안전을 위해서라며 편견과 두려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을 학교에서 배제시키겠다는 태도가 읽힌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쉽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 대상에게 화살을 돌리는 셈이다. 사실 이런 접근법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장애학생 등을 ‘금쪽이’, ‘문제아’라고 낙인찍고 학교에서 ‘분리’시키려는 흐름과도 판박이다.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사전에 걸러내고 쫓아내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 학교 안에서 불화하고 기존 체제에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배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학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하고 관계 맺는 공간이다. 누구나 다니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공교육으로서 학교의 특성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은 다양한 취약성과 문제를 안고 있으며, 서로에게 위험이 될 가능성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학교를 완전히 안전한, 무균적인 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누군가에 대한 배제와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물론 교사는 국가가 검증한 자격을 가진 제도적 종사자라는 점에서 다른 학교 구성원에 비해 더 엄격한 윤리와 기준을 요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이 아프거나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해롭지 않은 학교 환경,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구성원들을 더 잘 지원하고 함께 보살피며 공존할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교사가 인권 침해나 학대,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 교육당국이 부당한 행위를 ‘교권’, ‘지도’ 등으로 정당화하지 않고 제대로 시정하고 구제하는 것이지, 교사의 병력을 갖고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연대와 공존을 위한 근본적·사회적 대책을 함께 고민하자
범인에 대한 조사 등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현시점에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섣부를지 모른다. 다만 범인이 “아무 아이나 상관없었다”라고 진술했다는 것을 보며, 이 사건은 일종의 어린이에 대한 혐오 범죄일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해 본다. 어떤 소수자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이 혐오 범죄의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범행 동기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자신의 힘듦이 어린이·청소년들 탓이라는 혐오의 감정이 있었는지, 자신의 울분이나 상처를 약자인 어린이에게 분풀이하듯 전가한 것은 아닌지 분석과 논의가 뒤따르기를 바란다.
나아가 이런 충격적 사건은 ‘문제적 소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의 누적된 문제들로부터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자 증세라는 인식 속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의 해체와 고립, 불평등과 불신의 심화는 개개인에겐 불안과 고통의 증가로, 소위 ‘이상동기’ 범죄 사건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은 더욱 차별과 혐오, 범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함께 애도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성찰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노력해야 할 이유이다. 학교에서 역시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연대와 통합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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