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명] 이재명 정부는 회피하지 말고, 주도적인 성소수자 자살예방에 나서라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SA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한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두 배 높은 수치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곧바로 예산과 인력 확충,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범정부 자살대책 추진기구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자살예방 추진을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발표된 자살예방 정책 안에 정부 주도의 성소수자 자살예방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성소수자는 자살 문제에 있어 취약 집단이다.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에 더해 극심한 소수자 스트레스를 겪으며, 이는 심각한 정신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2014년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부터, <2025 성소수자 노동실태조사>(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등의 연구조사는 자살 위험성을 비롯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일관되게 지적한다. 2025년 ‘다움’의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집단의 우울 증상 유병률은 40%에 달했고, 자살생각은 30%, 자해시도는 21%, 자살시도는 7%로 각각 전체 인구 유병률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2년 시행된 『자살예방법』은 개별 집단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에는 여전히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관련 부처가 주관하는 성소수자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전무한 현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성소수자 관련 전문 교육과 상담 역량 강화 방안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질의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마음연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민간협력 지원은 시작일 뿐이다. 한 단체의 활동을 간접지원하는 것만으로 국가적인 자살 위기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정부와 보건당국도 잘 알고 있다.
2025년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 계획은 중앙정부의 주도로 지방자치단체까지 협력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위기에 처한 성소수자들이 정부의 자살예방 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려면,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보다 구체적이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HIV, 코로나19, 엠폭스 등의 감염병 대응을 위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성과적인 결과를 달성한 경험이 있다.
자살을 예방하고,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더 꼼꼼히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 취지에 동의한다. 배제되는 사람이나 집단이 없는 지원체계가 그 정책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체계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달성가능한 목표다. 『자살예방법』 시행 후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정책’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가능하다.
성소수자는 성소수자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때문에 자살 위기에 내몰린다. 그 상황을 방치하는 정치권에 큰 책임이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예외는 없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성소수자 자살 예방을 위해 국가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라!
실질적인 성소수자 자살 예방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성소수자의 삶을 지키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5년 9월 10일
성소수자 자살예방 정책을 촉구하는 단체 일동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행동 알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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