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뉴스] 인터뷰_김정덕 활동가
지난 13일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466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8년 국정 감사해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유치원 문제가 1년 3개월여 만에 입법화된 것이다.
유치원 3법 통과에 숨은 공신도 있다.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유치원 3법 통과 과정을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해 지난 21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 커피숍에서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13일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466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정치하는 엄마들이 여러 노력을 한 결과압니다. 소회가 있을까요?
“정치하는 엄마들은 2018년 3월 국무조정실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부터 유치원 3법 입법 활동까지 거의 2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문제제기를 해왔어요. 2017년 국무조정실 발표에 따르면 ‘감사에 적발된 비리 유치원이 있다’면서 유치원 이름은 다 가리고 공개해서 ‘그러면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비리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 이름을 공개하라’는 게 시작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법까지 바꿔야 했던 일이었던 거죠. 상식에서 출발했던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1년을 기다렸잖아요. 20대 국회 안에 될까 싶었는데 어쨌든 통과되어서 기뻤어요.”
“민주당이 특별히 아동 인권에 의식이 있다고 보지 않아”
- 처음 시작했을 땐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을 거 같아요.
“전혀 몰랐어요. 당연히 비리가 있으면 처벌이 될 거고,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 안전한 곳인지, 제대로 된 먹거리가 제공되는 곳인지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법 통과가 힘든 걸까 싶었어요. 알고 보니 사립유치원 이익집단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자기들 말로 유아교육 100년이라 하면서 좌지우지 해왔던 거예요. 유아교육 정책들에 자기들 이익 옹호하면서. 국회의원 중에는 한유총 출신도 있고요.
한유총은 집회 한 번 하면 버스 대절해서 몇천 명씩 모였어요.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자기들 사유재산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거니 전혀 이해가 안 가죠. 그런 상황들을 두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서 입법 활동을 했어요. 유치원 3법 통과촉구 기자회견, 집회도 하고, 밖에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은 전화 문자 행동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모여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법을 바꾸는 게 힘들지만, 끝까지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죠.
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3법을 발의했지만, 그분 혼자서 해낸 건 절대 아니고. 저희가 처음 문제제기를 했거든요. 학부모가 요구했을 땐 주지 않았던 명단을 국회의원 박용진이 요청해서 받아서 그걸 국정감사에서 공개했어요. 그 뒤 사립유치원들이 들고 일어났잖아요. 모든 사립유치원을 매도하지 말라면서요. 사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들은 저희가 먼저 받을 수 있었던 거지만 일개 학부모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고. 당시 MBC 보도할 때 같이 작업을 하고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치원 학부모와 아이들이 지난해 12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3법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13일 통과될 건 몰랐죠?
“상정될 거라고 하지만 끝까지 알 수 없었죠. 12월 10일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날도 안 됐거든요, 유치원 3법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기도 했었고. 통과된 그 날도 상정은 된다고 하지만 본회의가 열리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하루종일 기다리다 지쳤었어요. 오늘도 안 되나보다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그게 아니라 국회방송을 보고 있는데 된 거예요. 망치 두드리니까 ‘아, 됐구나. 이렇게 오래 걸려서 됐구나’ 싶었어요.”
- 어이없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빨리 되는 건데 왜 이렇게 늦어졌나 하는 생각도 있을 거 같아요. 올라가자마자 빨리 됐잖아요.
“맞아요. 올라가면 통과될 수밖에 없는데 본회의에서 다뤄지기까지도 너무 오래 걸린 거죠. 그날 총 6건 안건이 있었는데 유치원 3법 표결 전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해버렸어요. 민주당 바른미래당 등 다른 당들 표가 과반이 되어 통과될 수 있었던 겁니다. 자유한국당보고 있으니 너무 화가 났어요.”
- 한국당도 유치원 보내는 부모 있을 거 아니에요.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20대 국회 평균연령이 55세이고 거의 남성이에요. 유치원 보내는 양육당사자이기엔 연령이 너무 높고 돌봄을 주로 하거나 외주 주거나 하는 등, 현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보내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죠. 대변하기도 힘들고. 있다고 해도 목소리는 없는 것 같아요.”
-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긴 했는데 미룬 느낌도 있어요.
“민주당이 특별히 어린이 관련법 아동 인권에 대해 의식이 있다고 보지 않아요. 지금까지 입법하게 된 것도 그동안 너무 많은 비리들이 눈감아져 왔었고 그걸 해결하려는 의지가 미미했기 때문에 법안 발의를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하자는 거였어요. 민주당이 일 년 된 당도 아니고 야당이기도 했었고 여당으로서 집권도 했지만, 사학재단 비리에 대해 얼마나 노력을 했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볼 수 없어요.”
- 유치원 3법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보세요?
“어쨌든 박용진 의원이 나서서 하니까 유치원 3법 통과 의지는 있었겠죠. 그렇지만 국민들이 공분하며 언론을 끌고 가지 않았다면 절대 움직이지 않았을 거라고 보고요. 시민들이 나서서 분노하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함께 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움직였다고 생각해요.”
- 법 통과하기까지 가장 힘드셨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피해자들은 아이들이에요.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법을 빨리 통과시키고 그에 맞게 행정을 정비해야 하죠.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유치원들 먹튀 폐원하면 그 피해를 또 아이들이 고스란히 입은 거예요. 법 통과되면 유치원 못 해 먹겠다고 하며 폐원하면 아이들은 갈 데가 없어지는 거예요. 국회가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갈 곳 없어지거나 제대로 된 보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죠. 지금 당장 바꾸기 위해 입법 활동을 했지만, 패스트트랙 올라도 일 년 동안 아무런 논의하고 있지 않다가 마지막까지 힘들게 되니 그사이 일어난 모든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피해 당사자들에 회복 가능한 일일까요? 앞으로는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만들어낸 법이니까 지금부터라도 잘하길 바라죠.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유치원이 비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계속 보내야 하는 게 가장 힘든 거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지만 그렇다고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많지 않아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언론에 목소리를 내고 국회에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원에 보내야 하는데 원장들이 갑질해도 참고 보내야 하는 심정들이 힘들어요.”
▲ 정치하는엄마들, 동탄유치원사태비상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등이 지난해 11월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비리유치원 비호세력 자유한국당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연 뒤 풍선 터트리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공격도 많이 받지 않았어요?
“공격받았죠. 저희보고 ‘가짜 엄마들’이라고 하고요. 당시 공동대표였던 장하나 활동가의 경우, 사립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나눠둔 유인물에 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면 안 되는지 그린 만화에 ‘○○ 엄마’로 등장시켜 우매한 학부모로 그리는 등 명예훼손도 하고요. ‘엄마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들이 무슨 정치를 하냐,’나 ‘어디 동원되는 사람들 아니냐’면서 편견에 계속 부딪혀요. 안 그래도 정치혐오가 강한 나라에서 편견에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평범한 엄마‧아빠들이 거대한 이익집단에 맞서 이뤄낸 성과”
- 그럴 때 어떻게 대응했어요?
“악성댓글 다는 사람들을 명예훼손 혐의 고소로 대응하고요. 단체 이름이 직관적인 만큼 ‘맞아요. 우리는 정치하는 엄마들이에요.’라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고. 그런 돌봄권을 위임받은 유치원이 제대로 된 기관이었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고 전면으로 이야기했어요.”
- 유치원 3법 통과의 의미 무엇으로 보시나요?
“평범한 사람들이 엄마 아빠들이 거대한 이익집단에 맞서서 만들어내었다는 게 큽니다. 광화문 광장에 2018년 11월 29일 한유총 유치원 3법 반대 집회하러 온 인원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저희는 기자회견 할 때 열 명 정도 나올 수 있는데요. 큰 플랭카드에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다.’를 써서 애드벌룬을 띄워 맞불 기자회견을 했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다들 얘기했듯 엄마·아빠들만 빼고 모두 정치 해왔다는 걸 그들을 보고 알게 됐어요. 수십 년 동안 자신들 이익 보존하면서 국회의원도 배출하며 자신들을 대변하도록 입법도 하고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유총 설립 시 고문변호사였으니 사립학교법 등 사유재산 보호를 골자로 한 근간을 만든 게 자유한국당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요. 그런데 어느 누구도 바꾸지 못했던 걸 평범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집단적으로 행동하니 바꿀 수 있었다는 큰 경험을 했습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 유치원 3법 통과로 유치원 원장들이 원비나 국가보조금으로 명품백이나 성인용품 구입 등을 막을 수 있나요?
“그런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한 근거가 없었는데 유치원 3법 통과로 이제는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게 되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사립유치원 반발이 심했어요. 세금을 내고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국가 세금이 들어갔으니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잘못했을 때 처벌해야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을 유치원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납품업체들과 이면계약을 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다르게 하면 막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현장 감사를 불시에 해서 관리·감독 해야만 비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유치원을 폐원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하고 닫기 전 종합감사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대다수 사립유치원의 먹튀 폐원을 막을 수 있도록 더 강화시켜야 하고요.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됩니다. 유치원 3법 통과에 따라 먹튀 폐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즉 유치원 폐원 절차에 학부모 3분의 2 동의 조항뿐 아니라 반드시 종합감사를 의무화 해야 합니다. 아직 대다수 사립유치원은 감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즉 감사받기 전에, 에듀파인을 쓰기 전에 폐원하고 싶은 유치원이 많다는 것입니다. 폐원 절차에 종합감사를 포함시켜 문 닫을 때 닫더라도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에서 부당집행한 금액은 정확히 환수 조치하고 탈세한 세금이 있다면 모두 납세하고 폐원해야 할 것입니다.”
-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사립유치원 비리에 의해 피해 입은 아이들과 양육자들의 설움을 해갈할 수 있도록 법에 충실한 정책이 실행되어야 합니다. 에듀파인을 전면 도입 하더라도 교재·교구·식자재 등 납품업체나 방과 후 교사와의 이면 계약으로 세금계산서상 가격과 실거래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의 비리는 잡아낼 수 없어요. 즉 교육 당국은 현장 감사를 철저히 해야만 합니다. 아이들에게 급식·교재·교구는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고, 공기청정기·대형TV 등 물품 구입내역이 있다면 이것이 유치원에 설치되어 있는지 이사장 자택에 설치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해요. 에듀파인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 비리 해결사가 아닙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처럼 언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시민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는 언론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너무나 큽니다. 유치원 3법 입법 운동과 한유총 설립 취소까지 많은 분이 마음 더해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민 여러분, 정치하는 엄마들 함께 해주세요!”
이영광 기자
[출처: 고발뉴스닷컴]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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