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칼퇴근법’ 실종사건… 사라진 공약을 찾습니다
칼퇴근법’ 실종사건… 사라진 공약을 찾습니다
[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60] 문재인 정부 3년 결산 - 칼퇴근법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보육공약 이행을 감시하는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을 맞아,현재 추진이 중단된 주요 공약들을 다시 살펴봅니다. 이번에 ‘소환’할 공약은 칼퇴근법입니다. - 기자 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칼퇴근법’을 공약했습니다. 공약집상에는 “출퇴근시간 의무기록제 도입으로 눈치야근 해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칼퇴근법은 실종됐습니다.
사실 칼퇴근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여럿입니다.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도 ▲근로일 사이 최소휴식시간 보장 ▲근로시간 기록 보존 의무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칼퇴근법을 공약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주 40시간 법정노동시간 준수, 최소휴식시간제 도입, 칼퇴근법 실시” 등을 공약했습니다.
2017년 대선 직후 국회에서는 칼퇴근법의 통과를 낙관하는 시각들이 많았습니다. ‘민생법안’, ‘대선 여야 공통공약’ 등의 이유로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발언들도 많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2017년 7월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이후로 추진은 멈췄습니다.
대신 노동시간 단축 논쟁의 중심 이슈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근로시간 특례조항 폐지’가 차지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지만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 탓에 ‘관행적으로’ 주 68시간까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2월 최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개정했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2018년 7월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59조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 조항으로, 여기에 해당되는 특정 업종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을 넘겨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역시 개정돼, 26개 업종에서 육상·수상·항공운송업, 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으로 축소됐습니다.
◇ 출퇴근 시간 의무 기록으로 ‘눈치야근’ 잡겠다는 칼퇴근법
하지만 칼퇴근법은 이들과 내용이 다릅니다. 칼퇴근법은 ‘회사가 출퇴근 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으로,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눈치야근’을 줄이겠다는 거죠.
초과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당연히 그에 따른 수당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대강의’ 초과근무 시간을 사전에 합의해놓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게 하거나, 아니면 그조차도 없이 기록도 되지 않고 수당도 받을 수 없는 야근을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칼퇴근법으로 출퇴근 기록을 의무화하고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법대로’ 지급하게 하면, 회사로서는 야근하는 노동자가 많은 것이 반갑지 않은 일이 되겠죠. 그렇게 해서 ‘눈치야근’ 문화를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칼퇴근법은 왜 이슈에서 사라진 걸까요? 김영선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2017년 대선 전 직장인 설문조사는 물론 경영계의 조사에서도 나쁜 직장문화로 ‘습관적 야근’이 지적된 바 있다”며, “그런 분위기에 너도나도 칼퇴근법을 공약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주 52시간 근무,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지, 포괄임금제 폐지 등 노동계에서 중요하게 주장한 다른 노동의제에 밀렸다”며, “정부가 아니라 대기업에서 이벤트성으로 도입한 PC 셧다운, 사내 소등제, 가정의 날 도입 등의 제도들이 오히려 칼퇴근법 필요성을 무마시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칼퇴근법 입법은 더 포괄적이고 더 변혁적”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지적했습니다. “궁극적인 정책 기조를 노동시간 단축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끌고 가지 않고, 어떤 이슈에 대해 상황에 따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사이에서 조율하고 타협하는 수준으로만 넘어왔다”는 것입니다.
◇ “칼퇴근법은 ‘기본소득’ 같은 것… 노동시간 양극화 개선 기대”
칼퇴근법은 2017년 대선 이전에도 많은 관심을 받던 법안입니다. 먼저 2015년 9월 장하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칼퇴근법 패키지’ 법안들을 발의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기록·보존 의무화 ▲포괄임금제 제한 ▲근로시간 공시 의무 ▲초과근무 기준 이상 사업주 ‘장기간근로유발부담금’ 등의 내용입니다.
칼퇴근법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공약집에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 출퇴근시간 기록 보전의무 신설”이라는 칼퇴근법의 주요 내용이 공약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찬열 미래통합당(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칼퇴근법을 발의했고, 앞서 언급한 유승민 의원도 2017년 3월 당시 자신의 대선 공약대로 칼퇴근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칼퇴근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영선 교수는 “노동계급 내 ‘시간의 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바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 지향의 노동시간 단축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대기업·정규직들을 중심으로 시간단축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며, “하지만 기업 규모가 작거나, 노동조합이 없거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시간 사용에 있어서도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시간의 양극화를 방치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시간의 양극화’가 단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 ‘돌봄대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합니다.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은 재택근무나 돌봄휴가 등을 그나마 쓸 수 있었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 고용이 단절되거나 생계의 위협까지 겪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칼퇴근법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기본소득 제도 같은 것”이라며, “사회 전체적 관점에도 모든 국민들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아주 유의미한 제도”라고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양육 노동자의 돌봄시간 보장, 아동인권 측면에서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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