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인터뷰_김정덕, 백운희 활동가 ②

【베이비뉴스 김재희·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정치하는엄마들은 오는 6월 창립 3년을 맞이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그동안 인상적인 활동을 많이 남겼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매일같이 진행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처리 촉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국회의 가장 안쪽까지 들여다본 김정덕·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자신들이 겪은 국회를 “어린이 인권에 관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상편(“20대 국회는 ‘최악’… 유가족들 투명인간 취급해”)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의 20대 국회 평가를 들었다면, 이젠 21대 국회와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들을 시간. 21대 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바꾼 보육환경을 다시 들여다보고, 아동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짊어지고 시작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새로 꾸려질 국회에 어떤 것을 바라고 있을까. 아래는 13일 두 대표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무기한 개학 연기가 된 상태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정덕(이하 '김') :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촘촘한 관심이 필요해요. 비상시국에 어린이들이 개학을 못하면 그들을 돌보는 이들도 곁에 있어야 해요. 돌보는 이들이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살펴야 해요.

가정 내 양육이 불가할 경우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나 보육기관들이 기꺼이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들 역시 고용불안이나 안전위험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해요. 각 부처들이 '칸막이' 안에서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순간 취약계층들은 바로 고립돼버려요.”

백운희(이하 '백') : “재난은 아래에서부터 찾아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급식을 지원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감염 확산 우려로 지원 기관이 문을 닫고, 행정체계가 무너지면서 밥을 굶어야 했던 대구 지역 사례는 대표적입니다.

어린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몇 달째 머무르고 있어요. 누구도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어요. 최소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불안과 어려움을 공감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Q. 이른바 N번방 사건도 이슈입니다. 이와 같은 아동 성착취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와 국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 “피해자들을 적극 보호해야 해요. 성매매가 아닌 성착취에 대한 개념을 세워야 해요. 밝혀진 가해자들 중에는 다수의 아동·청소년이 있어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성착취 문화가 학교 현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거죠.

어린이들이 자신을 대상화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양육자들도 자녀의 사진을 스스럼없이 찍어 SNS에 올리지 말아야 해요. 미디어에서 어린이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웃으며 구경하는, 관음적인 시선을 막아야 해요. 

또한 우리 사회가 여성과 아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해요. 최근 2년 동안 미성년자를 불법적으로 촬영한 남성들에게 교사 지망생, 공무원 준비생이라는 이유로 실형 대신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어요. 교육과 공무 현장에서 일할 이들이라면 더욱 엄격해야 하지 않나요?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 개선이 필요해요. 아울러 성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해요.” 

백 :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의자 다수가 10대 청소년이고, 이 중 ‘촉법소년’들이 포함돼 있다는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일부의 문제로 넘어갈 수준을 넘어섰어요. 이는 아동·청소년의 책임 이전에 그동안 어른들이 방치해온 성차별적인 사회 풍토와 성범죄자에 대한 미온적이고 관대한 대응, 피해자 책임주의, 여성을 성적대상화 해온 악습 등을 없애려는 노력으로 해결해야 해요.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만 13세 미만’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과 함께, 성폭력 판단기준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동의여부’로 바꾸는 등의 법률적 보안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울타리가 돼야 할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근절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 "보육과 노동을 함께 이야기하는 정당에 미래 있다"

Q. 조성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이소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등 정치하는엄마들과 인연이 깊은 ‘엄마’들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엄마후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김 : “생명에 대해 전인적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보육, 교육, 육아의 문제는 사회 뿌리에 닿아 있어요. 하지만 이것들은 여성이 책임져야 하는 일로 기본값이 설정돼 있어요. 기득권 남성 정치와 비혼 무자녀 중심 청년 정치에서는 논의 밖에 있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을 대처하기 위해 각 나라의 복지체계가 시험대에 올랐어요. 복지는 사회적 돌봄과 다른 말이 아니에요. 불가피한 재난 상황에 기댈 수 있는 공적 돌봄이 부재하는 순간 개인은 죽음에 이를 수 있어요. 이런 차별적인 돌봄 현실은 여성의 자립노동을 막는 근본 요인입니다.”

백 : “양육하기 좋은 사회는 곧 사회적 약자들이 느끼는 차별과 불평등, 불안감을 해소하는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를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어요. 약자들을 대변하지 못했어요. ‘고액 자산가 및 엘리트주의, 55세 이상,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가 대변할 수 있는 대상과 의제는 한계일 수밖에 없어요.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여성 비율은 19.1%에 불과해요. 모두가 당선된다고 해도 여성은 여전히 소수에 그칩니다. 양육 당사자 정치인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를 키워봤기에’, ‘돌봄을 주고 받아봤기에’ 경험적으로 사회 부조리와 구조적 문제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과 정치적 상상력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총선 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하고, 정당별 공약도 나왔습니다. 혹시 눈여겨보고 있는 공약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 : “이소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와 조성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어린이 교통안전 공약을 내걸었어요. 그리고 보육과 노동을 함께 이야기하는 후보들이 있는 당에 미래가 있다고 봐요.”

백 : “아동, 교육, 여성일자리 공약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정의당의 ‘지역별 국·공립 격차 완화’, 더불어민주당의 ‘농촌지역 특성을 반영한 돌봄 방안’과 ‘분만 취약지역 산부인과 신설 설치’, 민중당의 ‘전업주부 국민연금지원’, 미래통합당의 ‘어린이집 급식비를 공공기관 어린이집 수준 3800원까지 인상’ 등이 눈에 들어와요.”

Q. 마지막으로 총선 후보자들이나 유권자, 특히 양육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김 : “생명에 얼마나 각박한 사회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우리가 바뀌어야 해요. 나 혼자만 살아서는 살 수 없어요. 우리가 어린이였던 때, 청소년, 청년이었던 때를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며, 이대로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좋겠어요.”

백 : “적어도 돌봄 정책과 아동인권, 노동 환경 개선, 성평등 관점을 공약에 담은 정당과 후보를 가려주시기 바라요. 그래도 찍을 후보가 없다면 바로 ‘자신’을 찍으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가장 자신과 가까운 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뽑아주세요. 비정규직, 여성, 양육당사자 등 누구라도요. 최소한 지금의 국회보다는 다양한 입장을 알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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