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인터뷰_김정덕, 백운희 활동가 ⓛ
【베이비뉴스 김재희·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유치원 3법’과 ‘어린이생명안전법’ 입법활동,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요구를 하면서 마주한 20대 국회의 어린이,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 인권의식은 바닥이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2020년 총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투표합시다’ 기자회견에서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이처럼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20대 국회를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엄마들의 정치 참여를 통해, 엄마여서 겪는 한국 사회의 불합리와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고자 출범한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백운희 두 공동대표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13일 두 공동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먼저 20대 국회에 대한 간략한 총평부터 부탁드립니다.
김정덕(이하 김) : “최악입니다. 20대 국회가 사상 최초로 법안 발의 건수 2만 건을 넘겼지만, 법안 처리율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무수히 많은 어린이, 청소년,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인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법안들이 폐기되는 상황에 놓여 있어요.”
백운희(이하 백) : “한마디로 ‘법안 발의만 하고 처리는 나 몰라라’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지난 2월 24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국회의원 입법공약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16.6%, 자유한국당 11.2%, 바른미래당 30.1%, 정의당 23.8% 선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낮은 수준입니다. 20대 국회는 일하지 않았어요.”
Q. 20대 최악의 국회의원과 최고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면 한 명씩만 뽑아주세요.
김 : “최고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꼽겠어요. 표 의원은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의 책임이 있는 맥도날드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식 수사를 다시 재수사할 수 있도록 압박했어요. 또 어린이 안전에 대한 통합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이른바 ‘해인이법’을 발의했어요.
최악은 국회의원은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입니다. 나 의원은 국민의 간절함을 정치적 볼모로 악용했어요.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할 때, ‘나도 엄마야, 나 못 믿어?’라고 아이 잃은 엄마를 그저 악성 민원인 취급했어요. 국민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한 자세였어요.”
백 : “최악을 한 명만 뽑는 일은 너무 어려워요. 사회 변화나 시대정신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으면서 옛날 정치를 반복하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을 일상적으로 내뱉어왔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의원이라고 하면 이른바 ‘햄버거병’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온 이정미 정의당 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Q. 유치원 3법은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유치원 3법 통과에 어려움을 겪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 : “국회는 어린이 인권에 관심이 없어요. 사람을 돌본 경험이 있는 의원이 없어요. 표도 안 되는 어린이들은 국회에서 그저 ‘협상카드’일 뿐입니다. 어린이들과 양육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주체로 있지 못하고 수용자로서만 존재해요. 조직화돼 있는 이익집단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뽑으려 해요. 양육자들이 스스로 감시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백 : “법안 통과로 얻을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얻을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국회의원과 정당이 존재했다는 것이 1차적인 이유입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라는 유치원 3법과 이권이 직접 닿아 있는 세력화 된 단체가 있고, 오랜 기간 이들과 결탁해온 정당과 정치인이 있었어요.”
◇ “차는 아이를 죽일 수 있지만 아이는 차를 죽이지 못해요”
Q. 어린이집 급간식비가 만 0세~2세 1745원에서 1900원, 만 3세~5세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드디어' 인상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가 또 있을 것 같은데요.
김 : “예산만 들어가고 관리와 감독이 소홀하면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게 돼요. 개인의 선의에만 기댈 수 있는 체계가 아니에요. 인상된 만큼 어린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가는지 감시해야 해요.”
백 : “영유아기 식판의 불평등을 끝내는 일은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해요. 어린이집 급·간식비가 인상됐다지만 이 역시 양질의 식단을 구성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요. 급·간식비 기준은 적어도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수준은 맞출 수 있는 노력이 이어져야 해요.”
Q. 어린이생명안전법안(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중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만 통과됐습니다.
김 :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모든 어린이의 안전과 관련된 법안들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무수히 많은 어린이 관련 법안들이 있었지만, 발의만 되고 통과되지 못했어요. 2016년부터 지금까지 그 법안들이 통과됐었다면 ‘태호’, ‘유찬’, ‘민식’, ‘하준’, ‘해인’, ‘한음’ 그리고 이름 불리지 않은 수많은 어린이들은 지금 부모 곁에 살아 있었을 겁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동의를 반대했던 의원은 모두 사퇴해야 해요.”
백 : “어린이 안전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정당별로 어린이 안전을 다루는 데는 차이가 보여요. 공약조차 부실한 정당, 구체적인 내용 없이 구호로만 이야기하는 정당 등 적극적으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요. 어린이 인권을 보장하려는 실질적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요.”
Q. 최근 민식이법이 논란입니다. 무엇이 민식이법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 “법 내용의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으려는 국회와 정부의 노력이 부족해서입니다. 국회에서 민식이법 관련 당정협의회를 할 당시 유가족들이 현장에 있었어요.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여당 국회의원들은 회의하기 전 유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나서 그 누구도 그들에게 편히 앉을 의자 하나 권하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정부와 여당이 협의한다는 그곳에서 ‘투명인간’이었어요.
또 다른 원인은 ‘민식이’ 이름으로 장사하려는 어른들의 이기심입니다. 민식이 이름을 태그 걸어 클릭 수로 돈을 벌고 있어요. 세상을 떠난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너무나 가벼워요.”
백 : “청와대 청원에 민식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동의한 사람만 30만 명이 넘었어요. 참담함을 느껴요. 심지어 운전자들에게 불안감을 만들고 있는 일부 보험업계와 자극적인 소재로 삼는 유튜버 등 아이를 잃은 부모를 공격하는 네티즌들도 있어요.
이들은 하나같이 ‘어린이는 미성숙한 존재’라고 강조해요.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린이 안전에 신경 쓰면서 어린이보호구역 취지를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차는 아이를 죽일 수 있지만, 아이는 차를 죽이지 못해요.”
출처: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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