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스쿨미투’ 손놓은 교육당국…가해교사 137명 버젓이 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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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손놓은 교육당국…가해교사 137명 버젓이 교단에
2018년 졸업생들의 스쿨 미투를 접한 용화여고 고3 재학생들이 창문에 “#WITH YOU(위드유)”, “WE CAN DO ANYTHING(위캔두애니싱)”, “#ME TOO(미투)” 포스트잇을 붙였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들을 시작으로 이른바 ‘스쿨 미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후 5년이 다 되어가도록 학교 내 성폭력 범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교육청들마다 자체 집계한 성폭력 사건 수가 제각각이고, 학생들에게 성폭력·성희롱을 저지른 교사 절반 가까이는 재직 여부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 아직 교단에 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해 지목 교사는 137명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무소속)이 3일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성폭력 발생 및 대응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전국 초중고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저지른 성폭력 사건은 모두 542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교육청들의 통계에 신빙성이 떨어져 실제 사건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성폭력 사건이 2018년 29건, 2019년 3건, 2020년 0건, 2021년 2건, 2022년 9월까지 0건 등 총 34건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 학생 수가 경기도의 54% 수준인 서울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성폭력 사건이 22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스쿨 미투 첫 공론화 이후 교육청이 일시적으로 성폭력 사건에 집중했지만 이후에는 집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 교육청의 성폭력 사건 집계 건수는 2018년 283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118건으로 급감했다. 2020년에는 47건, 2021년에는 57건, 올해는 9월까지 37건만 집계됐다. 올해 들어 성폭력 사건을 0건으로 집계한 교육청도 17곳 중 8곳이다. 교내 성폭력 사건 상당수가 교육청 통계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며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은 신고된 사건을 모두 집계하고, 다른 교육청은 사건화된 것만 집계하는 등 집계 기준이 서로 달라서 시도교육청별로 숫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가 있는 사건만 놓고 보면 지난 5년간 강간·강제추행 등 신체적 폭력이 309건, 언어적 성희롱 등 정서적 폭력 사건이 267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42명 중 150명(27.7%)은 교단을 떠났지만, 137명(25.3%)은 아직 재직 중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현재 재직 중인 성폭력 가해교사 중 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죄질이 상대적으로 나쁜 경우도 22명이나 됐다. 포옹이나 입맞춤 등 신체적 성희롱을 저지르고 교단을 떠나지 않은 교사도 53명이었다.
재직 여부가 파악되지 않는 ‘정보부존재’가 절반에 가까운 255명(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들이 성폭력 가해교사의 재직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사후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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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피해자 분리, 피해자 지원 여부 등 성폭력 사건 사후조치 관련 핵심 사안에 대해서도 교육청들이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가해자·피해자 분리 여부에 대해 교육청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133건(24.5%), 피해자 지원 여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는 160건(29.5%)에 달했다.
성폭력 사건 관련 정보공개에도 소극적이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2019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스쿨 미투 사건처리 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여전히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중 11곳은 국회에도 사건 발생 학교명을 제출하지 않았다.
민형배 의원은 “불이익을 감수한 학생들의 고발에 교육당국이 5년째 관심조차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며 “교육당국의 은폐와 묵인부터 시정해야 학교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기자 남지원] 기사 전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21003143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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